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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파리쓰 Apr 02. 2022

MZ공무원이 MZ공무원과 일하기

내가 MZ세대라고? 나 꼰대인데?



MZ세대 :

밀레니얼 세대
(80년대 초~00년대 초 출생자)와

Z세대
(90년대 중반~00년대 초 출생자)를
합쳐 부르는 말

(나무위키 참조)





MZ? 호모 사피엔스를 잇는 인류의 새로운 종인가요?


  오렌지족, X세대, N세대, Y세대, 욜로족, 니트족, 캥거루족, N포세대 등으로 이어져 오던 대한민국의 유서 깊은 신세대 인류사에 MZ세대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활발해진 온라인 영역에서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 이 MZ세대고 한다.


  요즘 매체에서 슨 말만 하면 'MZ~ MZ~' 하기에 나는 여태 그 세대가 알아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요즘애들이란~' 하는 20대 정도아우르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80년대생인  연령대까지 포함하는 말이라는 것을 얼마 전 겨우 알고 상당히 깜놀(깜짝 놀랐다의 줄임말=아재 용어. 이 단어 모르면 X세대일 것이다.)했다.


※ 자극적 소재는 현실에 맞게 각색하였습니다.
※ 특정 세대를 과시하거나 또는 비하할 의도는 절대로 없습니다.
※ 전 세계 79억 명 인구 중 한 명의 개인적 경험에 의존한 내용이므로 특정계층이나 상황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읽는 분들의 공감과 응원, 건전한 표현과 토론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되기에 언제나 환영합니다.



아닌데 아닌데? 나 MZ 아니고 꼰대인데??


  어라? 이상하다? 내가 MZ세대라니 그럴 리가 없는데? 조직생활과 사회생활에 단련된 내가 그럴 수가 없는데 참 이상했다.


  나 역시 '요즘애들'을 보면 "라떼는 말이야~"를 바로 시전 하는 꼰대 인 데다가 요즘 대세인 연예인들(배우, 아이돌 할 거 없이 내 눈에는 다 비슷하게 생겨 보인다.)도 잘 모르는 그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 그동안 회사에서 희미하게 느꼈던 세대 간의 격차가 분명 있었음을 문득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MZ와 나의 간극뿐만이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누군가들과 나 사이의 간극도 포함이었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MZ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나를 '끼인 MZ'라고 부르기로 했다.






꼰대 vs 끼인 MZ



이런 건방진 막내 같으니


    사회초년생 때의 일이다. 그때 나이가 고작 스물셋넷이라 실제로도 어리기도 했다. 당시의 나는 막내임을 무기 삼아할 말 안 할 말 구분하지 않고 해 버리는 개념 없고 당돌한 신규직원이었다.


  선배나 상사가 뭘 지시하면 '왜요?'는 기본이었다. 계속되는 나의 '왜요' 공격에 지친 상사는 '야, 왜요는 왜나라의 담요고.'라는 실언을 남기기도 했다.


  회식자리에서는 더 가관이었는데, 회사 아득하게 높은 임원(아득하게 높은 존재이나 당시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절대자가 아니라 부하들을 다독이며 뒤에서 밀어주는 상호 협력적인 존재였다.)에게 내 성씨의 시조가 '오랑캐' 유래라는 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저 오랑캐 아닌데요! 헤헤.'라는 극언을 날리기도 했다.


  (절대적인 권력자이자 직원의 생사를 관장하는 신격화된 존재인)임원이야 그저 까마득한 막내의 유치한 말대답이 귀여웠겠지만 (조직의 절대적 순응자인)사수나 간부가 보기에는  막내가 얼마나 거슬렸겠는가. 때를 끔 생각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먼저 퇴근할게요!


    나같이 끼인 MZ의 문제점은 다 함께 힘을 합쳐 으쌰 으쌰 더 높이 문화를 가진 윗세대와 달리 아마도 소속에 대한 충심과 화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짧고 굵은 사기업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가늘고 긴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통통 튀는 막내 사원이었지만 일적인 부분에 있어서만은 상사의 마음에 들 수 있는 정도로 열정과 노력을 기했었다. 그러다 중간에 일이 하기 싫어지면 흥! 하고 급 반차를 내거나, 조퇴하고 백수 친구를 불러 맛있는 것을 먹으며 힐링했다. 그러면서도 초과근무는 15분도 철저하게 올리는 아이였다.(기억이 희미해 15분이었는지 30분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그 정도로 나에게 돌아오는 사소한 이익까지 열심히 계산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름 인정받은 이유 아닌 이유


    어딘지 모르게 튀고 괴짜 같은 나였지만 그래도 타인에게 극단적 미움까지 사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해본다. 


  신규 때는 눈치껏 사무실 문서수발, A4용지 채우기, 화분 물 주기, 사석에서 윗사람 챙기기, 회식자리에서 술 안 빼고 마시기에 충실했고, 중간 연차 때에는 신규직원 챙겨주기, 선배 보필하기, 업무 노하우 쌓기에 충실했다.(술자리 빼지 않고 참석해서 원샷하기는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다.)


  각 연차별로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불평 없이 즐겁게 해냈다. 그냥 당연히 무릇 직장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사회 초년생 때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나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회사에서는 되도록 드러내지 않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는 점이다.






찐 MZ vs 끼인 MZ



얘야 모르는 건 물어봐 주겠니?


    근 몇 년간 들어오는 신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몰라도 물어보지 않고, 누가 봐도 본인의 실수인데 그것을 인정하는 말을 잘 못한다.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 신규에게는 보통 '알려 줄' 일이 있지 '배워야 할' 것은 없다. 여기서 그 유명한 '라떼는'이 나오는데, 나 때에는 누군가가 업무에 대해서 알려주면 소소한 것이라도 메모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었고 나중에 그것 들을 주욱 정리하는 것에 굉장히 보람을 느꼈다.


  끼인 MZ는 그랬는데 찐 MZ는 어떠한가? 일단 내가 알려주는 것을 들으며 '아~' '네.'를 반복한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주 일부 받아 적기는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 틀리게 하는 것을 보면 영양가 있는 받아쓰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여기서 새로운 방식으로 배움을 실천하는 그들의 신인류다운 모습을 목격하는데, 내가 말하는 것을 '녹음'하고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알려주면 순서나 메뉴를 종이에 '적'는게 아니라 동영상으로 '찍'는다는 것이다. 그건 그래도 아주 적극적인 배움이라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녹음하고 촬영도 하는데 자꾸 왜 틀리는지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틀린 것을 지적하면 '어? 그렇게 한 건데.' '안 그랬는데.'라던, 분명 의식의 흐름대로 복사해 그냥 붙여 넣어서 값이 틀린데도 '그대로 한 건데.'라는 식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변명도 아닌 식의 독특한 흐름의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절대로 악의가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순하다.(물론 공무원이라 순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심성이 나빠서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인식과 말이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나의 후배들은 모르는 업무를 그동안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모르면 무조건 선임이나 전임자에게 물어보거나 매뉴얼이나 지침 비슷한 것들은 다 찾아보았을 텐데. 나는 후배 주사님들의 처리방법 역시 본의 아니게 목격하고야 말았는데, 업무를 잘 모르는 신규들끼리 모여 조용히(?) 상의하고 담당자로서의 자의적 판단을 약간 더해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업무가 막혔을 때 도대체 왜 묻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물어보고 해결하면 더 빠르고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9시 땡 출근, 18시 땡 퇴근


    인터넷에 몇 가지 꼰대 구분법이 있다.

  - 출근시간이란 꼰대에게는 일을 시작하는 시간, 찐 MZ세대는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

  - 내가 왕년에 잘 나갔다는 것을 표현하면 꼰대

  - 후배에게 조언하고 나서 뿌듯해하면 꼰대

  - 회사 생활은 개인의 자유보다 책임이 우선이라면 꼰대

  - 기타 등등


  끄덕끄덕. 해당되는 말이 너무 많아 나는 어쩔 수 없는 꼰대이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꼰대 취급당하기 싫어 후배들에게 업무 외에는 거의 마음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대한 부분은 신경이 쓰인다. 코로나19로 민원전화와 출장 건이 폭증하는 바쁜 와중에 거의 9시 다되어서 출근해(그 와중에도 지각은 안 하니 참 신기하다. 문 앞에 서있다가 59분에 들어오는 걸까?) 옆팀 동기와 둘이 나가서 컵 씻고 커피 타오고, 화장실 다녀오고 거의 9시 30분이 다되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고는 싶지만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SNL의 '주기자'는 실존인물이야!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 '주기자'가 있다. 굉장히 반응이 뜨겁다고 하기에 너튜브에서 영상을 보았는데 주기자가 인터뷰를 시작하며 입을 떼는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치고야 말았다. '아니, 우리 막내 주사님들이 왜 저기 있는 거야!'


  시작은 좋은데 점점 자신감 없어지는 말투, 흔들리는 동공, 나까지 들리라고 하는 말일 텐데 혼잣말처럼 웅얼웅얼, 타인과 눈 마주치기도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고, 업무에 치여 마음이 급하고 초조해지면 울기까지.


  과도기를 겪어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있는 나의 세대와는 달리(486컴퓨터, 핸드폰, 스마트폰 단계별 적용) 찐 MZ세대는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스마트폰 의존 세대이다 보니 타인과의 끈끈함은 덜한 채 얕고 빨리 지나가는 관계에 익숙하다. 그만큼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편하다 보니 직장문화에 대한 파악이나 관심보다는 개인에게 조금 더 취해있다. 그래서 타인을 대할 때 부끄럽고, 미안하고, 자존심 상하는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자 한다. 결국 협업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 느껴지고 본인이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아닐까?






나 너희와 어울릴 수는 없는 거야?


    위에 언급한 찐 MZ 세대에 대해서는 전혀 악감정이 없다. 세대 간의 갈등은 어느 시기에나 존재하기에 그 안에서 서로 잘 어우러지기를 바라며 나는 내 역할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업무연찬할 때도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근거부터 시작해서 사적 경험담까지 곁들여 온 힘을 다해 이야기해주고, 칭찬도 일대일로, 지적도 일대일로 하는데(내가 지금 나열한 이 모든 것이 바로 꼰대 인증이라는 듯?), 결정적인 순간 트렌드나 어떤 이슈에 대한 공유나 사적 영역들은 그들끼리만 나누는 것을 보면 나는 확실히 그들과 섞일 수 없는 '끼인 MZ'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얼마 전 스마트폰 자판을 천지인에서 쿼티로 바꿔 사용할 때마다 심각하게 발생하는 오타를 열심히 고쳐가며 그들과 섞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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