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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파리쓰 Apr 27. 2022

외제차 타는 공무원

신규직원인데 외제차 타고 출근하면 안 되나요?





9급은 외제차 타고 다니면 안 될까요?


  예비공무원 또는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공무원들이 심심치 않게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감사에 걸려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신규가 외제차 탄다고 개념 없다 소문날까 봐, 근무지에서 미움받을까 봐, 월급이 박봉이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등등. 만약 내가 받은 질문이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눈치 보지 말고 타고 싶으면 타."




  근무지 어딜 가든 요즘 직원 주차장을 보면 외제차 한두 대쯤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차량 소유자도 9급 신규부터 고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그러고 보니 팀장급까지는 외제차 타는 경우를 제법 보았는데 과장급 이상 직급에서는 외제차를 본 기억은 아직 없다.) 외제차가 아니더라도 외제차에 준하는 수준의 차량(예컨대 제네시스 같은)을 타는 사람도 많다.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만 하더라도 신규 내지는 초보운전이라면 거의 무조건 중고차로 모닝이나 스파크, 좀 큰 차라면 오래된 소형 중고차, 프라이드 같은 차량을 탔고 공직생활 초반까지도 주변에서는 경차나 아니면 티볼리, sm3, 아반떼 같은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흔했다.(나도 덩치에 안 맞게 경차를 탔다.)


※ 특정 직업을 과시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는 글입니다.
※ 전 세계 79억 명 인구 중 한 명의 개인적 경험에 의존한 내용이므로 일반화하지 마시고 개인의 견해로 봐주세요.
※ 근거 없고 이유 없는 비방은 받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비판과 지적은 겸허히 수용합니다.
※ 읽는 분들의 공감과 응원, 건전한 표현과 토론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되기에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단 요즘 신규직원들을 보면 소위 집이 좀 사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해 부모님이 지원을 해주시는데 차를 사주는 것 역시 흔하게 보인다.


  중고차는 이제 거의 안 보인다. 새 차로 경차나 소형차, 준중형 차량을 뽑는 것은 기본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 부모님께서 안전하게 타야 한다고 SUV 차량을 사주시는 경우도 보았다. 거기에 좀 더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래 타던 외제차, 부모님이 타시다 물려주신 외제차, 새로 뽑은 외제차를 타고 온다. 초보운전이라고 중고(?) 외제차를 사주신 경우도 보았다. 물론 슈퍼카는 아직 본 적 없지만 독일 3사 차량부터 미국차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게 분포되어있다.


 

외제차를 탈 때의 반응은 어떨까?


  부서에 성격도 괜찮고 일도 제법 잘하는 편이라 평판이 나쁘지 않은 9급 직원이 있었다. 상사들을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라 고참들과 농도 잘 주고받고 하던 직원이었는데, 본인이 틀렸을 수도 있는 일인데도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은 당당하게 팀장 과장에게 가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때로는 이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도 해 어떤 직원들은 쟤 좀 버릇없다고 칭하기도 했었는데, 직원차량 등록을 하면서 드러난 그 직원의 차는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탈법한 독일 3사의 모델이었다. '누구 집이 부자더라, 누가 어느 명문대를 나왔다더라, 누가 좋은 아파트 살더라' 하는 등의 가십성 소문은 유독 빨리 돌다 보니, 어느새 그 직원은 마치 그 직원 자체가 독일 3사가 된 듯 후광효과를 입어 옳고 그름을 잘 따져 상사에게 맞는 말을 잘하는 괜찮은 직원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독일 3차 차량을 타는 또 다른 직원이 있다. 이 직원은 처음에 들어올 때에는 준중형 차량을 타고 있었는데 몇 년 후 본인이 모은 돈의 일부와 부모님께 빌린 돈(이라고 쓰고 사주셨다고 읽는다.)을 합쳐 제법 큰 차를 새 차로 뽑았다. 상당히 애지중지 하며 소중하게 차를 몰고 다녔다. 그 차를 몰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해피엔딩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과장님의 셔틀이 되어 점심시간마다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아슬아슬 차를 빼 점심시간마다 차를 대야 하는 걱정 많은 처지가 되었다. 시트 바닥의 발자국부터 휴지조각 같은 쓰레기까지 감당하며.. 그는 부서이동이 있을 때까지 국과장님의 점심 셔틀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외제차를 구매하는 공무원에 대한 고찰


  요즘 내 주변의 팀장급들이 중고차 또는 새 차로 외제차를 뽑기 시작했다. 외제차 타는 후배들이 점점 보이니 나도 한번 타볼까 하기도 하고, 차량에 대한 안전성(?) 때문에, 오래된 중고차를 타다가 아이들이 크고 이제 경제적으로 조금 안정되어 할부지만 새 차로 계약한 경우도 있고, 부모님께 상속받은 재산이 있어 새로 뽑은 사람도 있다.


  과거에는 외제차를 타면 사치니 카푸어니 비난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국산차 옵션 붙은 가격에 조금 더 보태면 외제차(지금은 반도체 대란 때문에 별로 해당 없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할인도 많이 해줬다.)를 살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잔고장 많은 차종이 아니고서야 튼튼해서 중간중간 관리만 잘해주면 크게 돈 들어갈 일이 없다고도 한다. 어쩌면 너무 올라버린 집값 덕분에 이제 돈 모아서 집을 사기보다는 차를 사는 게 더 희망적인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쓸쓸한 생각도 든다. 흘러가는 시대 흐름 자체가 이제는 아껴서 잘살자가 아니라 나를 위한 지출과 소비를 소중히 여기자는 문화도 한몫하게 된 것이 아닐까?


  내가 언급한 사례들을 보아서 알겠지만, 나의 경우 외제차를 탄다고 욕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물론 건너 건너 듣기로 어떤 담당자가 업체에 뇌물을 받아 간 크게 벤츠로 차까지 바꿔 타다가 적발되어 결국 파면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 오히려 집이 넉넉하구나! 하며(부자 옹호 아닙니다. 필자는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좋게 봐주고, 조직 내에 자신과의 친분을 표시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외제차를 사고 싶어 하면서도 유지할 능력이 되지 않는데 굳이 고집부려 외제차를 사는 무개념 직원도 사실 없었다.(능력에는 본인 또는 가족의 재산 수준도 포함될 것이다.)


  아, 물론 오해하면 안 된다. 위의 사례들은 '누가 봐도 인성과 능력 바닥'인데도 불구하고 물질적인 면으로만 사람을 평가해 그 사람을 이용했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라고는 하나 일 잘하고 성격 좋은데 외제차를 타서 평가가 더 올라간 직원보다는 보통의(혹은 넉넉하지 않은) 일 잘하고 성격 좋아 원래 평판 좋은 직원이 더 많을 테니. 단순히 외제차 탄다고 해서 점수를 잘 준다면 평가자 스스로가 너무 우습고 초라하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능력이 비슷하면 그들에 대한 평판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언급한 동료들의 전제는 '인성과 능력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라는 점이 깔려있다. 다만 나는 '외제차를 탔을 때 비난보다는 후광효과가 더 크더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엄격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안면이나 대화가 튼 사이여야지 오며 가며 우연히 동료의 외제차 소유를 알게 되고 외제차 타네? 하는 정도이지, 대부분은 소유 여부를 모르거나 외제차를 탄다고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크게 관심 없는 시선이 더 많다.


  의 사례는 에피소드로 다룰 수 있는 내용이라 글로 발행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일들이 외제차를 끄는 모든 직원이 겪는 것이겠는가? 대부분은 별 일 없이 탄다. 본인이 외제차 탄다고 뽐내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신기해할 것도 특이한 시선으로 볼 것도 없다. 외제차는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 바로 앞 도로에 나가봐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국산차인지 수입차인지를 떠나 본인이 정말 차를 필요로 하고 구매력을 갖추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남 눈치 볼 것 없이 얼마든지 타면 된다.


  만약 외제차를 타는 직원이 욕을 먹었다면 그건 아마 외제차를 타서가 아니라 그 직원이 가진 어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비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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