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결정하는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다

수업. 중학교. 아기장수 우투리.

by 김병섭

“우투리가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명랑한 친구들이 단번에 답한다.

“겨막을 안해서 그래요.”

와아아~~ 웃음이 퍼진다.

겨막이란 겨드랑이를 한 손으로 막는 것을 말한다.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면서 다른 손으로 자신의 겨드랑이를 막는 매너(?)를 전쟁터에서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이 한 번 웃고, 다시 진지하게 묻는다.

우투리는 왜 죽었을까? 대체 우투리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를 비롯해 이야기에서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질문으로 만들게 했다. 그렇게 질문게임을 진행했다.


4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만든 질문은 생각보다 예리했다. 우투리는 예지력이 있다.

그런데 왜 죽었을까?

갑옷을 만든 사람은 우투리였다. 그러니 콩 한 알이 빈 부분을 겨드랑이에 만들었지.

그런데 왜 죽었을까?

또, 다른 전쟁터도 아니고 화살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보인다는 건 이 영특한 우투리에게 너무 이상한 일 아닌가? 무엇보다, 대체 왜 그런 유언을 남겼을까, 마치 자신이 이미 죽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정말이지 우투리는 왜 죽었을까?


학생들이 서로 묻고 따지다 답을 찾아간다. 도저히 풀지 못하는 질문에 나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질문은 돕지 않는다. 그러나 해답은 돕는다. 질문이 먼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놓치는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차근차근 되새겨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답을 일러 주기도 한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우투리에게 저 하나 돌볼 힘은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우투리가 부모만을 위했다면 그 대단한 능력으로 가족과 멀리 살면 그 뿐이다. 혹 그가 복수를 기획하였다 해도 몰래 왕궁에 들어가 분한 사람들을 해치우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고, 위험하게 남아 수 백만의 군사를 준비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우투리는 자살했다. 부모님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모님 같은 이웃들 때문이었다. 이 가난하고 무지한 농군들이 힘 있는 이들에게 함부로 대해지는 세상을 그는 슬퍼했으리라. 그가 개인적인 안녕이나 복수를 실행하지 않고 군사를 준비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대단한 도력으로도 군사를 만드는 데에는 필요한 시간은 3년, 자신의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왕의 위협과 고문으로부터 그의 부모와 이웃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왕과 군사들이 우투리가 죽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은 우투리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참으로 위험한 방법이었지만, 그는 실행했다. 그가 이루려는 대의만큼이나, 어리고 약한 이들이 당장 감당해야 할 고통까지도 그는 품에 안으려 했던 것이다. 이것이 그가 영웅으로 대접 받아 마땅한 이유이다.


영웅이란 가진 힘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 대단한 항구의 대단한 크레인이 영웅이겠지. 그러나 그것은 한갓 쇠뭉치일 뿐. 영웅을 결정하는 것은 가진 힘의 크기에 상관 없이, 그것을 누구를 위해 쓰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다. 물론 그는 실패했다. 그래서 약한 이들은 여전히 이런 신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영웅이다. 이토록 우리들을 깊이 살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이가 또 누가 있단 말인가. 이 옛이야기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채록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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