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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무비 Jul 29. 2022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았을까?

단편영화 "왜 독립영화감독은 DVD를 주지 않는가?" 리뷰

단편영화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구교환 님이 감독 및 주연으로 참여한 단편영화다. 내가 이 단편영화를 처음 본건 2015년도였는데, 그때 이 영화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단편영화를 이렇게 독창적으로 풀어낼 수 있구나!"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 [2x9 HD] 구교환 X이옥섭"


중심이 되는 하나의 스토리 안에 에피소드들을 챕터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그 당시에 굉장히 새로운 스토리 구성이었다. 구교환 감독님의 창의적인 연출 방식과 더불어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영화의 꿈을 품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기환'은 자신이 출연했던 독립영화감독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의 DVD를 받으러 다닌다. 감독을 하고 있는 형의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하고, 치약 영업 판매를 하는 선배를 만나기도 하고, 같이 작업했던 동료의 작업실에 찾아가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 [2x9 HD] 구교환 X이옥섭"


영화를 찍은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DVD를 받게 되는 기환.


그렇다면 

 그동안 독립영화감독들은 DVD 주지 않았을까?”




2012년 처음 영화과에 입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여러 단편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었다. 학교 과제든 

개인 작품이든 간에 학교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은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었고,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서 

모든 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촬영에 참여했던 영화의 완성본을 보는 일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촬영을 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편집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고,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채 졸업 영화제에 상영을 했던 작품도 있었다. 또한 아직 상영할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 외장하드에 잠들어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왜 독립영화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를 보면, 과거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선후배, 동료들은 지금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치약 영업 판매를 하는 사람, 영화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진 사람, 자기 자신을 비관하며 망연자실하는 사람, 그리고 계속해서 버텨가며 계속 영화를 하는 사람. 영화의 꿈을 품고 살던 때와 다르게 각자의 길을 선택하며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하나의 독립영화가 완성이 되고 관객들과 만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당시 영화를 전공하며, 학교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은 더욱 그랬다.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만든다.


"좋아하는 선배, 친한 동기, 가까운 후배가 만드는 영화니까"라고 말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감독을 믿고 따라주는 스태프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은 이 영화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더 커지지 않았을까? 나를 보고 도와주었던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나를 믿고 희생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잘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순지가 기환에게 자신의 영화 DVD를 건네주며 하는 말.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 [2x9 HD] 구교환 X이옥섭"
이 영화 하나로 날 판단하지 마.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이야기를 영화로 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그 결과가 나의 기대와 노력, 동료들의 희생에 보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속상한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가 영화를 만드는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한 채 DVD 안에 갇혀 있는 수많은 영화들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DVD들을 힘들게 모았지만, 통째로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기환이 DVD가 담긴 노란 체크 봉투를 가지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영화 촬영장.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 [2x9 HD] 구교환 X이옥섭"


감독은 기환에게, 지금 들고 있는 게 무엇이냐 묻고 기환은 "메소드"라고 답한다. 이 DVD들은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 기환이 자신이 참여한 영화들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메소드"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고,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겨져 있던 영화였을지 몰라도, 이 영화를 만들었던 당시에 함께 했던 사람들, 같이 보낸 시간 그리고 같이 꾸었던 영화에 대한 열정들은 고스란히 이 영화에 담겨있다. 종종 같이 영화를 같이 만들었던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그때의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쏟아져 나오는 소중한 추억들과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쩌면, 각자의 영화들이 세상의 빛을 온전히 보지 못했더라도, 영화를 만들며 보냈던 시절 우리들의 모습은 누구보다 빛나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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