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옥 Oct 21. 2023

오빠의 용돈

용돈주는 오빠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는 동생


여름방학에 집에 왔다. 대학은 방학이 길다. 긴긴 시간. 아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는 일식집 알바. 오후 6시부터 10시 30분까지는 롯데리아 알바. 그야말로 투잡이다.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말리는 엄마의 만류에도 방학을 온통 돈 버는데 투자하는 착한(?) 아들이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다고.

사장 진상이라고.

그만 두고 싶다고.

매일매일 투정하면서도 성실한 알바생이다.    

용돈을 주는 멋진 우리 오빠     

그런 오빠를 바라보는 동생들의 마음은 설레고 또 설레기만 하다. 

“오빠가 알바해서 돈 받으면 너희들 용돈 줄게.”

“와아~~ 진짜! 오빠! 얼마 줄건데?”

“오빠, 알바비는 언제 받아?”

김치 국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다.

한달이 넘게 김치국물만 마시던 아이들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과연 오빠는 피 같은 알바비를 동생들에게 용돈으로 투척했다.

“너희들 모두 똑같이 줄거야.”

아이들은 환호성이다.

큰 언니는 언니라고 많이 주고, 막내는 어리다고 적게 주고.

불공평한 엄마의 용돈지급에 늘 불만이던 아이들은 오빠의 공평함(?)에 더 신난다.    

  

오빠의 용돈을 받고 그림그려준 동생

“야, 그리고 너희들도 커서 돈 벌면 오빠처럼 동생들 용돈도 주고 해야 한다.”

오빠의 설교에 제일 신난 막내의 한마디.

“앗싸! 나는 막내라서 동생 없다.”

모두모두 어이없는 표정 끝에 엄마의 흐뭇한 한방이 있다.

“아들! 엄마는? 엄마는 용돈 안 줄거야?”

“와아~ 우리엄마! 벼룩에 간을 빼 드시네.”

“제가 용돈 안달라고 하는 걸로 퉁 치시죠?”

성실하고 착한 아들 덕에 두툼해진 아이들의 용돈 주머니. 오빠의 용돈으로 행복해진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 옛날 어른들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현은 이것을 두고 한 말인가. 참 배부르네. 배불러.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