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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Dec 10. 2023

렛츠 고우! 롸잇 나우!

“롸잇 나우!” 얼마나 멋진 말인가.

“렛츠 고우! 롸잇 나우!”     

아침 등교시간 엄마의 외침이다. 아이들은 벌떡 일어나 책가방을 챙긴다.

“우와 우리는 영어로 대화가 되네!”

“영어로 소통이 되다니 대단한걸.”

“아이, 엄마, 그것쯤은 껌이죠.”     

아이들이 많은 엄마는 늘 바쁘다. 온 몸이 바쁘지만 그중에서도 입이 제일 바쁘다. 

“먹어라. 준비해라. 빨리 자라. 이 닦아라. 샤워해라. 숙제해라. 정리해라. 옷은 따뜻하게 입어라…….”

대부분이 명령형 잔소리인데 거기에 하나 더 끼어든 말이 “롸잇 나우”

무서운 명령어다. 말끝마다 롸잇 나우를 수식어로 붙여놓으니 아이들은 또 그걸로 엄말 놀려댄다.

남편도 이 명령어는 비껴가지 않지.

“여보. 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줘요.”

“응. 알았어요.”

말이 끝났으면 움직여야 하는데 남편은 대답뿐 미동도 없다.

우리집 끼어들기 대장 딸래미 참을수 없지.

“엄마. 롸잇 나우라고 해야죠? 그래야 아빠가 일어나잖아요?”

“아. 그렇지. 여보. 롸잇~~ 나우.”

아이들에게 하는 것보다 부드러운 소리로 부탁명령을 던졌지만 또다시 “응. 알았어” 마른 말뿐이다.

아이들만 아홉을 키우는 엄마는 오죽 바쁘겠는가.  첫째는 미술학원, 둘째는 수학학원, 셋째는 음악학원 넷째는 영재교육원 막내는 검도 매주 월요일에는 학습지 선생님, 학교 방과후 챙겨야 하고 상담받는 아이는 상담실에 보내줘야 하고....

빨리빨리보다 더 빨리 해야 하기에 “뢋잇 나우”는 우리집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시키는 자와 움직이는 자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크다. 한번에 “짠”하고 움직여주면 그런 말이 습관이 되지 않을 것 아닌가. 어느 시점부터 엄마는 “롸잇 나우”를 외치고 다닌다.

“롸잇 나우!”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집 막내 초등3학년 아이는 엄마의 영어 명령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 롸잇 나우가 무슨 말이에요?”

“뭐! 롸잇 나우가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른다 말이야.”

“그러니 너는 맨날 지각이지.”

그래도 영어를 배운다는 중학생 언니가 당당하게 한마디 해 준다.

“렛츠 고우! 롸잇 나우! 뭐야? 지금 당장 학교 가라는 말이잖아.”

가방을 매던 아이는 뭔가 찜찜한 웃음으로 인사를 한다.

“엄마, 렛츠 고우! 롸잇 나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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