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영 Feb 22. 2023

5. 큐피트는 잘못이 많다

All of my love.

그 후 저는 셜록과 많이 대화했고 서로 여러 번 삐지고 토라졌습니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죠. 저는 잔정 많고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해 되게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지만 오히려 셜록에게는 모질게 대했던 거 같아요. 설록둥절. 그 착한 애가 그걸 다 받아줬답니다. 결국에는 셜록은 제게 정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관계의 절반은 제 잘못이니까요. 햇수로 5년을 앓게되는 사랑일 줄 알았다면, 저는 좀 더 성숙해지고 용기를 많이 낼 수 있었을까요. 반면에는 셜록은 어른이고, 어른답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본인의 방식으로 감정표현 했던 거 같습니다. 저도 애처럼 굴진 않았지만 감정처리는 3~4살 많은 셜록이 더 잘할 수 밖에 없었겠죠. 저희의 관계는 이 두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셜록은 불안정한 나를 사랑하지 못하지만 존중해서 불안한 나를 부둥켜 안았고 저는 새로 뜨인 눈, 감정에 눈에 봬는 게 없지만 사랑이 너무 달콤해서 그리고 셜록이 소중해서 후회할 결정을 하고 싶지 않았던 상태였어요. 그리고 가장 후회할 사람은 접니다. 이렇게 미련뚝뚝이잖아요...ㅎㅎㅎ


셜: I respect you.

나: I won't regret I like you ever.


미국인 히피 셜록과 한국인 유교걸인 저는 정치, 종교, 사회, 문화적으로 맞는 게 없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추억으로 묻어두는 것이 맞을 정도로 맞잡은 두 손 놓기가 쉽겠더라고요. 그게 눈에 선하더라고요. 그리고 셜록과 저는, 저희는 같이 미래를 꿈꿀 만큼의 경제적 여력이 없었습니다. 서로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했었구요. 둘 다 서울 살이에 지쳐서ㅋㅋㅋ 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웃고 넘겼어요. 시간 텀이 긴 이야기라 정보값이 부족했네요. 네, 셜록은 A 도시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답니다.

이렇게 셜록과 저의 국제연애 실패기가 끝이 납니다. 하하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농담입니다.


https://youtu.be/UOy7aF_J8vM

셜록과 마지막으로 만난 날. 충격! 남사친이...! 아니었습니다!

이 날 해리포터 스핀오프작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보았습니다. 등장인물 중에 셜록의 실명과 똑같은 등장인물이 있어서 저희 영화보다가 당황했습니다.ㅎㅎㅎ


매즈 미켈슨이 얼마나 유명한지, 제가 원작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루시우스 세베루스인지 등등을 이야기 했었죠. 아 밝은 이야기 할 걸. 세베루스나 저희나 비극으로 끝났네요.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되뇌이며 단념했습니다. 부디 셜록도 같은 마음이길 바랐습니다.

이 이야기 어떻게 끝내야 하지..ㅎㅎㅎ

I love you, Sherlock. It's enchanting to meet you.

매거진의 이전글 4. 달콤한 나의 첫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