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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런콩 Apr 22. 2023

우리는 지나치게 로그 온 되어 있다

대학 시절 나는 2G폰 이용자였다. 아이패드를 따로 두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아이디를 가지고 있긴 했어도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진 않았다. 그건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었다. 스마트폰이 내 삶 깊숙이 들어와 시시때때로 내 정신을 흐려놓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도 컸다. 당시 스마트폰 요금제는 경제력이 없는 20대의 나에게 턱없이 비쌌다. 한 달 용돈이 겨우 30만 원 정도였는데 5만 원이 넘는 통신비를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물리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둔 덕인지 내가 인터넷에 중독되었다는 느낌은 딱히 받지 않았다.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요즘 나는 핸드폰 중독자로 살고 있다. 티브이를 보면서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인터넷 세상에서 부유하고 있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흐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은행 앱을 누른다. 같은 화면을 보고 또 본다. 앱에 접속하면 없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인스타그램엔 또 왜 이렇게 흥미로운 게 많은 것인가. 사람들은 안 누를 수 없게끔 만들어 게시글을 올린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누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딱히 남는 건 없다.      


며칠 전 지아 톨렌티노의 『트릭 미러』라는 책을 읽었다. 새로 듣게 된 수업의 참고도서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터넷이 지배한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우리 삶을 지나치게 전시한다. 사진을 찍어 올리기 위해 특이한 공간에 가고 이색적인 경험을 시도한다. 인터넷 세상 속의 나는 멋지고 도덕적이며 정의롭다. 포장된 나를 벗어버리고 정직하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있어 보이는 의견을 덧붙여 내세우기까지 한다. 뼈 때리는 글이었다. 인터넷 세상에 이토록 오래 머무는 현대인의 일상에 대한 작가의 의견은 어떨까? 그리 호의적이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이 초연결되어있지 않다면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들이니깐.      


핸드폰과 씨름한 내 역사는 길다. 옛날엔 버디버디나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를 사용했다. 그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할 수 있었다. 메신저는 시간이 남으면 하는 것이었다. 카카오톡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톡엔 온/오프 기능이 없다. 모두가 24시간 로그 온 되어 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아무 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게 꼭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피로하다. 한때 나는 핸드폰에서 카카오톡 앱을 지웠다. 상태 메시지에 “카톡 X, 급한 건 문자 주세요.”라고 올려놓았다. 회사에 있지 않은 동안만이라도 카카오톡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SNS에서 벗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앱을 깔고 지우기를 수십 번도 넘게 반복했다. 결국엔 백기를 들었다. 요즘엔 집에서만이라도 핸드폰을 끄고 있으려고 노력한다.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감에 자꾸 핸드폰을 다시 켜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좀 벗어나고 싶다.    

 

한편으로 나는 왜 이렇게 인터넷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건 아날로그적 삶이 아름답다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결과물이 아닐까? 그래도 나는 인터넷 없는 삶에 집중하고 싶다. 책에, 가족에게, 당신에게.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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