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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주 Sep 30. 2023

안양천 | 공간탐구

자전거 추억의 공간

안양천 | 서울


"팔에 힘주지 마!"

동생의 답답한 외침과 동시에 나와 자전거는 쓰러졌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어릴 적 아빠 뒤에 타고 있다가 발목이 체인에 쓸려 크게 다친 이후로 배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두 발로 걷기와 자동차 운전을 즐기니 더욱 기회는 안 생겼다.


꿉꿉한 습도는 가고 해가 뜨고 질 때 선선한 바람이 찾아왔다. 신나서 안양천으로 달려갔다. 늘 그렇듯 걷다 뛰며 풀냄새를 맡는데, 자전거가 그런 나를 놀리듯 슝- 스피드를 뽐냈다.


그래서 자전거러버 동생에게 부탁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면 맥주를 주겠노라고.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타?”. 25살 보드를 배울 때도, 28살 운전을 배울 때도 따라오던 말. “응!” 기분 좋은 말이다. '아직도' 할 줄 모른다는 부끄러움보다 '아직도' 배울 게 있다는 설렘이 더 크기에.


가을비가 그치고 나니 얇은 투명 막이 내려앉은 듯 고요하다. 이름 모를 벌레 울음소리는 선명하고 러너의 발돋움에도 땅은 먼지 없이 촉촉하다. 따릉이 어플을 켜고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혼자 달릴거야!


#이주의공간탐구 #안양천 #오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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