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필요해
여름휴가 맞이 엄마랑 동네 운동장 걷기를 했다. 날씨가 미친 것 같다. 양산은 왜 패션이 안될까. 패션이 중요하나 내가 곧 쪄 죽겠는데 양산 들고 다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근력운동이 더 중요하다. 사실 걷는 것보다는 스쿼트나 요가를 하던지. 사람 사는 이야기. 혼자 걷는 것보다 누구랑 같이 걸으면, 특히 엄마랑 같이 걸으면 내가 하는 실없는 생각 모두 말할 수 있어서 좋다.
할 거 없을 때는 멍하게 앉아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거나 라디오 들으면서 걷는 게 취미다. 땀을 시원하게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살아있는 것 같다. 집 근처 대학교 운동장에 나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동호회에서 나온 줄지어 달리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 한쪽에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줄넘기를 하는 사람들. 대학교 축제 시즌이 되면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을 할 정도로 운동장 사이즈가 커서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엄마랑 운동장을 한 시간 가까이 걷다가 화장실에 갔다가 집에 가재서 운동장 한쪽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갔다. 그때쯤 되니 불편한 존재가 나타났다. 곳곳에 ‘교내에서는 전동 킥보드 통행을 금지합니다.’ 식의 강한 어조의 팻말이 많이 걸려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장에 외국인 셋(초등학생 5학년, 중학생 2학년, 고등학생 2학년)이 등장해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 사이를 전동킥보드로 위험하게 곡예 운전을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소리를 질러가며 자신들의 상쾌함을 분출했다. “꼭 저러다가 임자 만나서 호되게 당해야지… 어째 저렇게 남의 나라에서 겁도 없이 저럴까…” 엄마는 애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하고 화장실에 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내가 그 임자가 되는 일이 잘 없는데 그날은 내게, 그들에게 경각심을 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가만히 서 있었는데 왼쪽 팔꿈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가장 어려 보였던 외국인 아이가 정면을 보지 않고 달리다가 내게 부딪히고, 내 시야에는 아이가 날아가서 얼굴 쪽으로 떨어지는 것과 옆에 전동 킥보드가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쟤들 저러다가 큰일 날 텐데, 조심해야 할 텐데’ 같은 마음을 갖고 - 예상했던 그 일이 터지면 화가 나는데, 내게 일어난 것에 대해 더 화가 나는 마음과 ‘쟤 지금 얼굴로 떨어졌는데? 괜찮나?’라는 마음 약간 섞여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다른 두 외국인 학생이 와서 연신 쏘리쏘리 했고 나는 학창 시절 영어 수업 시간이나 영어 학원에서는 왜 스피킹 말고 리스닝만 교육할까 하는 속한탄과 함께 험악한 표정으로
"아 윌
콜 더
퍼킹 폴리스"
외국은 역시 공권력이 강해서, 아이들은 겁을 먹었나 내게 부딪힌 아이는 울면서 내 팔을 붙잡고 애원하듯이 피범벅이 된 입으로 쏘리쏘리 했고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외국인은
"우리는 그리스에서 왔다. 경찰에 신고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 두 번 다시 이곳에서 이것을 라이딩하지 않겠다. 이프 다음번에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을 룩 어게인 한다면 그때 신고해도 좋다. 정말 미안하다 오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네버 어게인."
"그래 알겠다. 그럼 당장 여기서 내려라
너네 라이센스도 없으면서 어떻게 렌트 했냐
위협하지 마라 피플들
마이 사이트에서 퍽 오프 해라."
"알겠다. 근데 여기는 반납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우리가 빌린 곳에 가서 당장 반납하겠다. 정말 미안하다 많이 미안하다 넌 다친데 없냐 정말 미안하다." (내 팔은 온전히 괜찮다. 뼈에 금이 간 것 같다는 헛소리 했지만 겁주려고 그랬다.)
그러고 그리스 삼 형제는 떠났다. 바로 반납했을까. 반납하고 병원에를 갔을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강하게 말했나. 너는 괜찮니 한마디 해볼 걸 그랬나. 이가 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마음이 안 좋았다.
전동 킥보드는 바퀴 달린 전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동차 면허나 오토바이 면허가 필요하다. 법이 무색하게, 도통 그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중고등학생 교복 입은 아이들도 QR코드만 찍으면 어렵지 않게 작동시킬 수 있다.
규제는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하여서는 강하고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 저출산은 사회문제로 대두시키면서, 꺼진 불은 다시 보면서 왜 면허 없는 애들도, 심지어 면허 없는 외국인 애들도 쉽게 타게 할 수 있게 해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