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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Feb 26. 2022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

내 가족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평일 아침 일찍 남편이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다.

남편:“늦도록 늘어져 있는 것 진짜 보기 싫다니깐!

나:“다른 집 얘들은 방학이면 10시 11시까지 늦잠 자고 다 그래!!!”


남편은 내 대답을 듣더니 짜증을 낸다.

두 딸은 방학이 되어도 아침 8시 전에 기상해서 가족들끼리 모두 모여 아침밥을 먹는다. 방학이라고 해서 늦게까지 침대에서 늘어지도록 누워있지 못한다. 평소와 같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빠 사무실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놀거나 하는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있으면 뭐라도 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남편 사무실에서 항상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 가끔 공부를 하기도 한다. 하나 내가 느끼기에는 그저 방학에도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를 공유한다고 여길뿐이다. 물론 아이들이 집에만 있을 때 보나다는 본인 할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것 같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난 아이들이 방학이면 집에서 널브러져 있으면서 한가롭게 지내길 원한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 독서실 등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니깐 방학 때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쉬기를 원했다.






이번 방학에 남편은 아이들과 미션 수행계획은 마련했다. 각자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용돈 대방출을 하는 거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싶었지만 용돈이 부족했다. 남편은 돈을 그냥 주기보다는 본인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고 싶어 했다. 두 아이들은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영어, 다이어리, 운동, 다이어트, 독서등 거창한 계획이었다. 중학생인 둘째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대학을 갈 예정인 큰애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안타까웠다. 고3 동안 고생했으니깐 그저 놀라고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아빠의 제안대로 계획표를 작성하고 벽에 붙여놓고 매일 결과를 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성과표에 체크표시는 빈 공간으로 남았다. 시간 날 때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는 했지만 달성률과는 무관하게 실행했다.


남편은 화가 났지만 직접 아이들에게 표를 내지 않았다. 어느 날 나와 차 한잔 하자고 하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아이들한테 실망해서 상심이 컸다.

나는 중간에서 아이들과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남편의 마음을 달래준답시고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아’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말한다.


왜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살아야 하는데. 나는 우리 가족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 남들과는 다른 가족의 모습을 원한다고!


난 평범한 삶이 싫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불편하거나 창피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상위권을 찍지 않아도 그다지 속상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즐겁게 살려고 했다. 거부하고 변화하려는 욕구가 별로 많지 않았다. 특별하다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말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일었다. 나는 특별하다는 것은 남들보다 잘나고 돈도 잘 벌고 화려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색깔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거다. 지금부터 각자의 일을 하는 게 수행하는 방식에 필요한 든든한 힘이 될 수도 있다. 방학기간 동안 목표에 대한 성과를 실행해나가면서 어려움도 있고 귀찮기도 한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스스로 찾아보면 좋을 거다.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해 다른 일에 적용해볼 수 있는 거다.

각자의 색깔이 더해지고 합해지면서 자기만의 색깔이 완성된다.



방학이 끝나는 시점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목표한 대로 완벽하게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공부를 잘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꼭 쓰더라. 그래서 나도 매일 일기는 쓰지는 못했지만 하루 일과표를 매일 작성해봤어. 앞으로는 매일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매일 운동하기 목표를 세웠는데 어떤 날은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아서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내가 이것도 매일 못하면 나중에 다른 일도 못할 것 같았어. 하루에 뭔가를 많이 하는 것보다 매일 뭔가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어.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비록 목표대비 대부분 이루질 못했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한 가지씩 마음에 새긴 거다. 이번 한 달 동안 실천을 통해서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또한 부모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2022년 초에 만들어진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색깔이 색다른 삶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


결국 남편은 이날 용돈 대방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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