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1
새로운 카메라를 한 대 더 들이면서 사용하던 라이카는 할 일을 잃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실직 같은 느낌. 엄마아빠의 눈으로 보는 가족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찍어보시라며 카메라를 드렸다. 소녀였던 시절, 엄마도 카메라를 써보셨고 내 어릴적 사진이 많이 남아있는걸 보면 아빠도 사진찍는걸 좋아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찍는걸 좋아하는 것 과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얘기인가보다. 36컷 중에 10장 남짓 분량이 남은 필름이 들어 있었는데, 도통 필름갈이할 타이밍이 안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왜 안찍으시냐 불평했더니 폰이 있는데 뭐하러 카메라를 쓰냐고 하셨다. 엄마아빠께는 사진을 남기는 게 중요한 것이기에 필름 카메라보다 편하고 빠르며 결과물도 바로 확인가능한 스마트폰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다.
그래도 억지로 손에 쥐어드려 남은 필름 10장 내외는 S나 엄마아빠 중 누군가가 셔터를 눌렀고, 겨우 현상을 맡길 수 있었다. 이게 그 결과물인데 내가 나온 사진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가족들의 시선을 볼 수 있어서 또 한번 좋다. 5월에 나온 사진으로 봄맞이 흙갈이, 모종심기의 현장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