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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해나 작가 May 16. 2023

나는 왜 쓰고 싶어 하는가?

나름 파워블로거였던 박해나 작가. 라떼는 이야기.

"인간을 좋아하고, 연결돼 있는 그 느낌으로 충만해지는 인간, 박해나."



나의 본격적인 쓰기 인생이 시작된 건 2010년.


당시에  꼬물거리는 사내아이 둘을 키워내며 나는 늘 저녁마다 패잔병처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기 일쑤였다. 그때 나는 소멸되었다. 없었다 깡그리. 눈을 뜨면, 아이들을 케어하고, 졸다가, 또 아이들을 케어하다가, 또 졸다가. 결혼을 친구들보다 일찍 한 편이라 주변에 육아를 물어볼 친구도 전무했고, 양가 부모님의 조언은 시대가 달라진 탓인가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남편이 다행히 고맙게도 칼퇴근을 하고 와 육아에 동참해 주었기에 나는 겨우 저녁에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그런 저녁이 되면, 나는 사부작사부작 쓰러 갔다. 서재로.


그리고, PC를 켜고, 세상과 접속을 시작했다. 그러다 블로그란 것이 눈에 띄었다. 워낙에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고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소소한 일상, 육아 에세이들도 올리고, 아이 용품들이란 용품들 후기를 미주알고주알 올리며 신이 나 타이핑을 쳤다. 그러면, 이웃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신이 났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이 2천 명이 넘어가고, 가끔 선물까지 보내주는(수제 초콜릿 가게를 오픈한 이웃님이 보내준 수제초콜릿 맛은 눈물 나도록 진하고 맛있었다. 취미가 도자기 공예라는 이웃님은 물컵 네 개를 곱게 구워 보내주셨는데 지금도 우리 가족 최애 물컵이다. 닉네임 모두 기억한다. 그 외에도 좋은 이웃들이 많았다.)


그렇게 블로거 활동에 빠지면서 나는 고된 육아라는 흙밭에서 싹을 움트기 시작했다. 여리고 여린 싹은 열매 맺기라는 목표, 꿈을 꾸게 만들었고, 나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나의 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처 unsplash.com


"이웃님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저 열심히 살아볼게요!"



그러다 나는 블로거 이웃들에게 돌연 이별을 고했다. 꿈을 이루려면 현실적으로 노력이란 걸 해야 했고, 전투적으로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이 그때 당시에 들끓었던 것 같다. 또, 육아 용품들 후기가 주를 이루었던 블로그 활동인지라 '육아용품 후기 쓰기'에서 '새로운 쓰기' 로의 변모를 간절히 바랐었다 스스로. 그렇게 블로그를 비공개 설정으로 변경해 놓고, 나는 암담한 블랙홀 같은 글쓰기 영역으로 터벅터벅 제 스스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때까지도 몰랐던 것 같다. 글쓰기라는 영역이, 생업이 되려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워지는 일인지를... 그리고 이후, 나는 내 심장에 쿵쿵 소리를 내며 떨어져 박히는 무수한 실패들을 맛보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무려 7년 차 실패와 결핍. 그리고, 그 실패와 결핍에 대한 내 소재들을 브런치에서 슬슬 꺼내보려 한다. 제2의 꿈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나의 실패담이 위안과 길잡이가 되기를 바래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충만해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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