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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해나 작가 May 23. 2023

스터디 모임, 하는 게 좋을까 안 하는 게 좋을까?

드라마작가 지망생들만의 소그룹 커뮤니티



우리 같이

스터디할래요?



어느 날, 한국방송작가협회 기초반 첫 번째 합평 이후 톡 하나가 들어왔다. 같이 스터디 어떠냐는 같은 반 수강생의 개인톡이었다.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함께 하자는 그 말이 고맙게 느껴져 단번에 오케이 했다. 그렇게 8명이 모인 첫 번째 스터디 그룹이 만들어졌다.


사실, 합평 이후에는 암묵적으로 어떤 수강생이 상위권인지, 중위권인지, 하위권인지를 약간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의 판단이라기보다는 강사님의 공개 피드백, 학생들의 피드백을 종합해 나름의 우열이 존재한다고 봐야 하는데 상위권 수강생들도 모집하고, 열성을 갖고 있는 수강생들도 함께 모여 스터디를 이룬다. (물론, 기준 판단은 절대적이진 않다. 지망생들 주관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할 뿐. 인싸스타일 수강생들도 필수로 영입된다.)


스터디 모임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 준비 중인 작품 방향이나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드라마, 영화 작품들 분석을 했다. 사실 처음에는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고 좋았던 것 같다. 함께 스터디룸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거나, 호프집에서 치킨을 뜯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우리가 가야 할 이 험난한 길에 대한 고민과 각자의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모임 자체는 건전하고, 유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딱 좋다. 사실 그때 스터디 그룹은 1년 가까이 유지되긴 했으나 6개월 차부터는 시들해졌다. 이유는, 각기 달랐으나 아무래도 5개월가량(21주 과정) 지내다 반승급으로 헤어져야 하는 시스템 문제도 컸고 (기초반-연수반-전문반-창작반) , 자연스레 각자의 반에서 적응해야 하니 왁자지껄했던 단톡방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어떤 스터디원은 도중에 결혼을 하면서 아예 교육원을 포기하기도 했고, 다른 교육원으로 갈아타는 스터디원들도 있었다. 또, 보조작가로 취업이 되면서 일정이 바빠져 참석을 못하는 스터디원도 생기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이유는 점점 다양해졌고, 단톡방만 한산하게 남게 되었다.



어차피 이 길은

혼자 가야 한다.




교육원 시절까지 합해 7년 차가 돼서 그때의 스터디 모임을 생각해 보면, 풋풋하고 좋았던 건 사실이다. 가끔 그립기도 하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울고 웃었던 그때의 우리가.


하지만, 사실 드라마 작가 지망생길은 어차피 혼자 가야 하는 길이라 누군가의 의견과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혼자 고민하고, 도 났다가 ,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해 내공을 쌓는 편이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 또, 같은 동기들이기에 딱 그 정도 눈높이로 누군가의 작품을 판단하는 것도 사실은 무리다. 어떻게 보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중재자인 작가님이나 피디님이 계시지 않는 동기들끼리의 합평이 공정하고, 수준 높기를 기대한다는 건 정말 무리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많은 인원의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것보다 마음 맞는 한 두 사람과 계속 소식을 이어가며, 아주 가끔 서로 공모전에 낼 작품들을 봐주고, 의견을 내주는 다소 심플한 방식이 더 득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현재 마음 맞는 친한 동기 몇몇과 친분을 유지 중이다.)



수많은 질문,

스스로 해결하기



'왜 내 대본이 착하다는 평가를 듣는 걸까?'

'왜 캐릭터가 전형적인 것 같지? 어떻게 하면 캐릭터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들까?'

'저번 합평 때도 비슷한 지적을 받은 것 같은데, 왜 똑같은 지적을 받은 거지?'


수많은 질문들묻고 답하고, 울고 , 머리를 쥐어짜고, 작법서에 미쳐봤다가, 드라마에 미쳐봤다가, 잘 쓴 대본을 분석도 하고,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끝도 없이  묻고 또 묻다가 화도 나고, 고통스럽고, 울분이 터져야만 그전보다 조금 더 나은 내 대본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괴롭고 외로운 길에, 나와 공감해 줄 수 있는 몇몇의 동기만 있어도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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