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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해나 작가 May 31. 2023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고요?

그것은 아니 되오.


당신의 퇴사를

반대합니다.



"드라마 작가에 올인하려고요. 퇴사를 응원해 주세요!"

"드라마 작가를 해보고 싶은데, 직장 그만둬도 될까요?" 



교육원을 다니던 시절에도, 요즘 인터넷상 작가 카페 고민글에서도 종종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지망생들을 만난다. 7년 전 처음 드라마 작가 공부를 시작하던 때가 떠올랐다. 뭐든 쓰기만 하면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았던 초창기에(=햇병아리 시절)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가족이다 생각하고 말리고 싶다. 그냥 지금 현실의 무게가 버거울지라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 또한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주부였던지라 드라마 작가 공부를 하면서 병행해야 하는 집안일이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집안일만 아니면, 더 박차를 가해서 해보는 건데.' , ' 아, 애들 보랴 글 쓰랴 체력은 달리고 죽겠네.' , ' 이럴 땐 가족 끼니 걱정 안 하는 미혼들이 부럽다.' 진짜였다. 돌밥 돌밥의 세계를 아는가.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끼니 사이에 아이들 간식까지 필수) 가족들 돌보면서 교육원 과제에 치이고, 체력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고, 교육원 수료 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대본을 늘 쓰면서 그런 생각들을 자주 했다.  특히 아이들이 모두 쉬는 방학 기간과 공모전 기간이 겹치는 시즌에는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지금은 끝이 보이진

않지만 언젠가는!




드라마 작가의 진입 시기는 보통 5년에서 10년을 바라보고 걸어야 하는 길이라고들 한다. 빨리 되는 케이스도 있지만, 오히려 5년 10년 내공을 쌓고 올라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망생들은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입성의 길은 희박하다.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단기간에 목표를 이뤄보겠다고 직장을 그만둔다면, 오히려 더 일상이 팍팍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여기서 더 현실적인 문제가 찾아온다. 바로 경제적 타격. 만약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하게 되면 입성까지 짧게 3년이라고 잡아도 3년 동안의 생활을 유지할 '쩐'이 준비되어야 한다. 돈이 고갈되면 고갈될수록 창의력은 바닥을 보이기 마련이고, 마음의 여유 없이 좋은 글을 써내는 것은 몇몇의 천재들을 제외하곤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다. 그래도 난 내 가족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다니던 직장은 유지하면서 드라마 작가 지망생 길을 걸어가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처음엔 직장도 접고, 몇 년 빡세게 하면 이룰 수 있을 길 같아 보이지만 하면 할수록 느낌이 싸하게 온다. 아, 이 길은 거의 마음 수련하면서 묵묵히 가야 하는 길이구나. 나도 이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이렇게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라면 천천히 일상을 유지하면서 그냥 드라마 대본실력 내공을 쌓으면 된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기회란 게 올 것이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지망생들 사이에 하나일 뿐인 나.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보자. 언젠가는 나에게도 작고 찬란한 빛구멍이 비출 거야.' 오늘도 난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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