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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초심을 기억하다

대구청림초등학교 학부모 역량강화 교육

  수성구 청림초등학교 학부모 교육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머리가 묵직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속도 좋지 않아 빈속에 두통약을 먹고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지러웠다. 아파트 정문을 나와 신호등 없는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하려는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차를 박은 것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렸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는 그때부터 멘붕이었다. 두통에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강의시간은 다가오고 뭐부터 해야 할지 경황이 없었다. 담당 선생님께 사정 얘기를 하고 조금 늦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제야 남편이 생각났다. 집안일로 휴가를 낸 남편이 나가기 전이다. 남편한테 뒷일을 맡기고 택시를 불렀다.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요청했다. 곡예 운전에 어지럽고 무서워 안전벨트를 매고 눈을 감았다.  

대구청림초등학교

9시 55분, 대로변에 내렸다. 언덕길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건물이 들어온다. 평소 같았으면 30여 분 일찍 도착해 여유롭게 학교 풍경도 담고 맞이도 했을 텐데... 오늘은  확실히 특별한 날이다.

선생님의 사전 안내에 따라 지킴이실을 지나니 멀리 학부모님 두어 분이 보인다. 2층 강의실, 진정이 안돼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탔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10시 전이다. 겨우 시간 맞춰 오긴 했지만 여전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사정 얘기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

대구 청림초등학교 향기

준비해 주신 따뜻한 차와 생수, 먼저 시원한 생수 한 모금을 넘기고 시작했다. 10여 분이 되도록 스스로 횡설수설하는 느낌이 강했다. 맨 뒷좌석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던 한 분이 중간에 나가신다. 알고 보니 교감선생님이셨다. 10여 분이 지나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에서 읽히는 따뜻한 마음과 넘치는 리액션 덕분이다. 두통은 온데간데없다. 마지막 질의응답까지 하고는 잘 마무리했다. 마치고 뒷정리하는데 질문했던 한 어머니가 다가온다. "강사님, 저 강사님 페이스북 친구예요." "그래요?" "빡독 그때 뵀어요.  코로나로 빡독이 없어져 아쉬워요. 블로그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


빡독은 체인지그라운드(스터디언)에서 진행했던 독서모임이다. 세상 참 좁다. 여기서 그런 인연을 만나다니 말이다. 나서는 길, 또 다른 어머님의 질문에 선 채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청림초등학교 학부모님들 표정이 얼마나 좋은지, 막냇동생처럼 예뻤다. 뭐라도 더 나누고 싶었다. 

정신없이 올라갈 때도 들어왔던 글귀,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눈이 간다.  

아침 독서 10분은 행복한 교실을 만든다

                                        대구청림초등학교

  아침독서 10분은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게 맞다. 나의 노후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들어있다. 책이 좋고 책상이 좋고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다는 학모님들이 여느 학교보다 많아 놀랐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 글귀에서 청림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님의 미래를 다시 본다. 독서는 100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걸어서 지하철까지

매번 차로 이동하다 보니 걷을 일이 없었다. 택시를 탈까 잠시 고민하다가 걷기로 했다. 5분여 걸었을까 이내 지하철역이다. 비교적 한산했다. 지하철을 타려는데 남편의 전화다. 집 근처 역에 기다리고 있겠단다. 


사고 뒤처리를 하고 집안 어르신의 병원 검진에 동행한 남편,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기다리는 사이 데리러 온 것이었다. 내려주고 다시 서둘러 나간다. 점심시간 지나면 가려고 했던 병원, 자고 나니 해가 졌다. 그제야 조금 회복된 컨디션이다. 인기척의 남편이 다시없다. 어딜 갔나 했더니 약봉지를 건넨다. 병원을 못 갔다는 말에 약국에 다녀온 모양이다. 

  두 알에 한 알 우황청심환까지, 조금 있다 먹겠다니 지금 먹고 자라며 물컵을 쥐여준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 소리 않고 뒤처리 다 해주고 이렇게 약까지 챙겨주는 사람, 나에겐 늘 과분한 사람이다. 

강의 후기

횡설수설한 것 같아 마음이 쓰였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기분 좋은 후기 선물을 주셨다. 감사하다. 7년 전 교육청 학부모 교육 강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심을 다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 다시금 하게 되는 오늘이다.  

마음

빈속에 약을 먹었다는 말에 보내온 친구의 선물, 좋은 친구가 있어 든든하다. 다시 한번 감사를 생각한다. 사람을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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