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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자 Feb 16. 2022

리뷰: Animal COLL. – Time Skiffs

#8. 라이브에 온 듯한 스튜디오 레코딩의 사이키델리아...?

  사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시점에 와서, 애니멀 콜렉티브의 신보가 필요할까? 혹은, 2022년에 나오는 애니멀 콜렉티브의 신보가 재미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Merriweather Post Pavilion”(2009, Domino)이라는 거대한 성과의 후광 속에 맞이했던 애니멀 콜렉티브의 지난 2010년대는 꽤나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노이즈가 사족처럼 느껴졌던 “Centepede Hz”(2012, Domino), 앰비언트를 하고 싶었지만 잘 안 풀려서 양산형 일렉트로팝에 비틀즈를 매쉬-업 해버린 걸 앨범이랍시고 냈나 싶은, 괴상한 결과물을 담고 있었던 “Painting With”(2016, Domino)는 그들의 이름값에 부응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Painting With”의 첫 트랙 ‘FloriDada’의 정신 사나운 보컬과 인스트루멘틀 레이어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후렴을 들으면 현기증이 난다고! 오히려 이 시기 애니멀 콜렉티브는, 정규 앨범보다는 비디오 앨범 같은 실험적인 형태의 릴리즈나 EP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여지를 보여 줬었다. 아니면… 멤버들의 솔로 작업들?


  그래서 “Time Skiffs”를 재생 목록에 올려 놓으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앨범을 끝까지 들었을 때, 이들이 정석적인 사이키델리아 사운드로 돌아왔다는 인상은 있었으나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애니멀 콜렉티브는 이미 한참 전에 “Sung Tongs”(2004, FatCat)나 “Feels”(2005, FatCat) 같은 앨범들에서 자기들이 포크와 바로크 팝의 징후를 간직한 사이키델리아의 달인들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Time Skiffs”는… 일단 애니멀 콜렉티브 자신들이 잘 하는 음악을 문법의 토대로 다시 가져온 앨범이기는 하다. 그래서 간만에 제대로 들어보고 싶은 애니멀 콜렉티브 앨범이 나왔다 싶은데, 문제는 정작 앨범을 재생하면 “Time Skiffs”의 사운드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나는 예전부터 애니멀 콜렉티브의 믹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Time Skiffs”의 믹싱도 꽤나 특징적인데 여기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다. “Time Skiffs”는 마치 악기와 앰프에서 마이크를 멀리 떨어트리고 녹음한 듯한, 촉촉하고 비대한 리버브로 덮인 사운드 텍스처를 보여준다. “Time Skiffs”를 듣다 보면, 스튜디오 레코딩을 거친 음반을 듣는 게 아니라 소리가 울리며 되돌아오는 라이브 공연장 한가운데에서 애니멀 콜렉티브의 공연을 직접 보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게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앨범을 들으면서 악기들의 텍스처가 잘 구분되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 악기들을 들으려고 볼륨을 점점 키웠다. 처음에는 베이스를 쓸데 없이 키워 놓은 건가 싶었는데, 듣다 보니 컴프레싱 된 모든 악기와 보컬, 코러스의 볼륨이 경쟁적으로 크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소리가 뭉개지고 무엇 하나 뚜렷하게 들리지 않는 참사가 벌어진다. 사이키델리아의 매력 중 하나는 조화롭게 겹겹이 쌓이는 여러 악기들이 합일되며 만들어진 소리의 벽(사운드 월)과 그것이 선사하는 압도 혹은 황홀의 미학이다. 그런데 인스트루멘틀이 조화롭게 뒤섞이기보다는 각각의 목소리를 크게 내며 서로를 가려버린다면 그건 어떤 풍성함이나 합일된 총체로서의 사운드 월이 아니라 난삽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혹평하기에는 아까운 앨범이다. ‘Prester John’ 같은 곡의 코러스는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1966, Captol)가 갖는 탁월함을 연상케 하다가, 이내 테임 임팔라가 “Currents”(2015, Modular / Fiction / Interscope)에서 두꺼운 베이스 라인을 토대로 보여준 것 같은 탄탄한 사이키델릭 잼과 뒤섞이며 매력을 드러낸다. 앨범은 브라이언 이노에서 서프 록에 이르는 레퍼런스들을 아우르면서도 어쨌든 제 색을 잃지 않고 있다. 한편 실로폰의 질감만은 유독 마음에 들기도 했다. 이런 저런 잠재력을 담고 있는, 뭔가 좀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은 앨범이기에, ‘좀만 더 다듬고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Time Skiffs”, Animal Collective


2022년 2월 4일 발매
정규 앨범
장르: 인디 , 익스페리멘털 , 네오 사이키델리아, 사이키델릭 팝
레이블: Domino
평점: 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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