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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Oct 29. 2023

티셔츠에 미친 나라

그리고 또 뭐에 미친 나라일까?

오랜만입니다. 학교 시리즈를 쓰다가 일도 바빠지고 해서 잠시 소홀했습니다. 원래 교장선생님+선생님에 대해서 쓰려고 하다가, 잠시 한눈을 팔아 재미있는 일들이 있고 느낀 바 있어 잠시 삼천포로 빠져봅니다. 사실 딱히 이유를 찾지는 못했어서 그냥 생각들만 나열해 봅니다.


오늘은 주제는 제목에 썼듯이 '티셔츠에 미친 나라'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티셔츠는 원래 통짜 속옷에서 팔과 허리 밑을 잘라서 유니폼 안에 받쳐 입는 속옷의 개념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 1913년 미국 해군에서는 유니폼 속에 입다가 더운 작업장에서는 그 열기를 식힐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용도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아마 여러분의 옷장에도 각종 칼라가 프린트되거나 거기에 각종 글자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 아마 이 글을 읽는 지금도 그 옷 중에 목이 다 늘어나고 프린트와 색이 바랬지만 왠지 모를 정이 드는 바로 그놈을 입고 읽으실 것 같다. 사실 글을 쓰는 나도 지금 이번 봄에 참가한 마라톤 대회의 'Half Marathon finisher' 티셔츠를 입고 글을 쓰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이런저런 행사를 참가할 일들이 있는데, 특히 이번 10월 달은 학교 재단에서 주최하는 100 miles 도로 자전거 riding event (Seagull century)를 비롯해 오늘 막 딸아이와 함께 뛴 Ocean city running festival 참가기념으로 받은 티셔츠가 있다. 


AI 가 그런 것 같은 이 기분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여러 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참가하면 또 각종 티셔츠를 준다. 한국에서도 종종 티셔츠나 기념할만한 옷을 기념품으로 만드는 경향을 본 적이 있긴 한데, 여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Ronny Chiang이 자신의 토크쇼에서 한 Napkins Joke와 같다. 어딜 가나 냅킨이 넘쳐난다는 그의 조크에 배꼽을 잡았었는데, 가만 보니 티셔츠도 그중에 하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qxQEYQwDA


왜 이렇게 티셔츠를 뿌려줄까? 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첫 번째는 아마 어떤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로는 그만큼 표현의 자유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만들기가 쉽다는 의미), 그리고 홍보/기념 효과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기념품목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일단 어떤 디자인/색상이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고, 기능성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덕분이라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부분에서 기술의 발전도 느끼긴 하지만, 대량생산을 가져온 18c-19c 산업혁명에 면화와 방적기 (그리고 관련 기술/생산기계) 등이 대표적인 발명 사례고 인류의 경제발전에 기여를 한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정말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긴 한 것 같다. (좋고/나쁜 의미를 모두 포함) 


이즈음에서 책을 한 권 소개하자면, Sven Beckert가 쓴 Empire of Cotton (https://www.amazon.com/Empire-Cotton-History-Sven-Beckert/dp/0375713964) 이라는 책인데, 코튼(목화 혹은 면섬유 등)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고, 사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도 이 코튼의 역할을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는 바이다. 


다시 돌아가 티셔츠 이야기를 해보자면, 쉽고 싸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광고 효과도 크다. 오늘도 딸과 5K를 처음으로 뛰고 가족모두 기념으로 아침 브런치를 먹으러 갔더니 담당 서버 분이 반갑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축하한다고 말을 전해주는 걸 보니 정말 이건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따로 없다. 사실 누가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어떤 대회를 함께 참여하게 되면 (특히나 장거리) 나름의 동지의식이 생기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모르는 타인에게 함부로 말을 거는 게 쉽지 않은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보니 지나가면서도 편하게 말을 건다. 어제오늘 대회 번호표를 받으러 10월 초에 했던 100 miles 자전거 대회 참가 기념 티셔츠를 입고 갔더니 (하필이면 주황색이라 눈에 딱 띄는) 어떤 노부부가 "너 Seagull century 참가했어? 우리 아들이 Salisbury university에서 Volleyball을 하는데 그날 대회를 도우러 갔지 뭐야.." 하면서 반가워해 주시는 것이다. 자신이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들이 대회를 도와준 것도 핑계 삼아 말을 거시는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기도 하고, 지나가다 같은 옷을 입은 분을 마주쳤는데 서로 눈인사로 '어! 너도?' '응! 나도!' 이러면서 하기도 한다.


사실 여기에 하나 더 이유(혹은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이런 티셔츠를 다른 사람의 눈치나 패션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입는 문화가 또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연구원에서 주는 옷을 즐겨 입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미국은 한국보다 패션에 둔감한 편인 데다가 '내가 편하면 장땡'인 실리를 챙기는 주의가 높기 때문에 이런 티셔츠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티셔츠는 유행을 별로 안타는 게 아닌가?.. (패알못).


지금 나도 언뜻 생각해 보니, 미국 이민 온 지 6년 차 내 옷장에 절반은 이렇게 기념품으로 받은 티셔츠고 실제로 즐겨 입는다. 아... 미국 시골 사람..


이런 티셔츠 문화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fast fashion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이 받는 지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환경문제이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상을 염색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환경을 망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왕 받은 티셔츠를 더 잘 입는 게 맞다 싶으면서도,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티셔츠를 만들게 되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것들이 우리의 구매패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Hasan Minhaj라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있는데, 넷플릭스에 소개된 그의 쇼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런 Fast fashion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어서 소개를 하면서 이번 삼천포 글을 마치려고 한다. 마침 유튜브에서 그 에피소드를 전체를 볼 수 있는데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추천드리고, 이것 외에 다른 에피소드도 상당히 좋으니 보셨으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F3ObOBbac


티셔츠와 넵킨의 나라..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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