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LKIVE Nov 18. 2022

습작1. 어린시절 동네에 있었던 나무의 이름을 지어라

어린시절 동네로 돌아가면 떠오르는 나무가 두 그루 있다. 

후문 입구 앞 목련나무와 아파트 2층 복도 앞 이름 모를 초록잎 무성한 나무. 나무에 이름을 짓기 위해 개인적인 사연을 먼저 이야기해볼까 한다.


참고로 우리 동네는 재건축으로 현재는 없다. 나는 30년을 한 아파트에 살았지만 너무 당연한 내 삶이라 주변을 당연하게만 생각했지 애틋한 마음으로 둘러본 적이 없었다. 아파트 재건축이 확정되고 나의 유년시절을 품은 이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아파트가 재건축되기 마지막 1년은 마침 내가 일을 쉬고 잠시 숨을 고르던 시기와 맞물렸다.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나 우리 동네를 한없이 돌며 나무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후문 입구 앞 목련나무는 벚꽃만큼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목련의 꽃잎은 바닥에 떨어지면 무른 성질 때문에 금방 갈색으로 변했고, 경비아저씨는 갈색으로 변한 목련 꽃잎을 바닥을 더럽힌다고 생각하셨는지 매일 쓸었다. 나도 상아색의 꽃잎이 갈색으로 변하면 불편한 시선으로 보며 목련꽃은 다 좋은데 바닥에 떨어지면 못나져서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목련꽃은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활짝 핀, 상아색 잎에 햇빛이 결리면 눈부시게 부서지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반짝이는 꽃같았다. 햇빛이 바다에 비칠 때 보이는 윤슬 같았다. 그래서 윤슬별꽃으로 이름을 붙여보려고 한다.  


2층 복도 앞 이름 모를 초록잎사귀 무성한 나무는 2층 복도식 아파트에 살던 내게 답답하고 무언가 풀리지 않고 슬픈 날 복도에 바람 쐬러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위로였다. 세상은 이렇게 푸르러 슬퍼 하지마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봄에는 연두색 작은 새싹들이 추위를 뚫고 자라는 걸 보면서 작은 생명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라며 위로를 받았고, 여름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는 아니라 잎이 늦봄부터 싹이 트고 뭐든 느린 것 같은 아이들이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진한 초록빛에 수많은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걸 보며,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묵묵히 내 길을 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며 계절의 운치를 더했고,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곧 몇 개월 뒤 다시 연둣빛 싹을 틔우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죽지 않고 계절을 버티고 있는 나무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유년벗목 으로 이름을 지어본다. 


지금 이 나무들은 세상에 없다.. 그래도 덕분에 내가 세상을 배웠고 위로를 받았음을 내 기억에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습작2. 한 시간 남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