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글에서 최고의 동기부여는 ‘그냥’이라는 말을 봤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냥 동기부여가 세상에 어디 있나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냥 만큼 가성비 좋은 동기부여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연아와 박명수의 유명한 명언이 있지 않나.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이런 이야기를 오늘 하는 이유는 나에게 너무 필요한 말이라서 그렇다. 나는 시작은 참 잘한다. 뜬금없이 이것저것 건드려 보고 새로운 재미라는 경험을 찾아 나서는 데 중독돼 있다. 하지만 늘 꾸준히 못하는 듯하다. 금방 포기해 버리거나 포기한 대신 다른 재미난 것을 만지작대며 포기에 대한 합리화를 만들어낸다.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자기 합리화라는 회피로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난 이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평소에도 뜬금없는 것으로 영감을 받아 갑자기 나의 모습을 성찰해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이 세상 모든 것들에서 동기부여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그 동기부여를 받아야 뭘 할 수 있다는 합리화를 위한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고교 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동기부여를 받고자 선생님 멘트를 녹음하기도 했다. 항상 무섭기로 소문난 학원 수학 선생님은 수업 말미에 팩트 폭행 식의 동기부여를 하곤 하셨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이런 멍청한 호들갑이 있을까 싶다. 결국 또 공부 안 하고 독서실에서 그 동기부여 멘트 듣는다고 깨작거리다가, 오히려 그 선생님의 멘트가 익숙해져 동기부여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면 더욱 큰 동기부여 도파민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다.
이런 나의 특성을 비추어볼 때 진정한 동기부여는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동기부여 방식은 그냥이다. 지금 당장 나가서 1시간 뛰다 오는 것이 다이어트고,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앉아 책을 읽든 글을 쓰든 하는 것 자체가 자기 계발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냥 하고 마무리하면 무조건 성취감은 온다. 오히려 동기부여라는 도파민에 중독되기보단 작은 성취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이 훨씬 가성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오늘도 글이 쓰기 싫었다. 그런 마음에 다양한 이유로 굳이 지금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와 회피 방법을 30가지 정도 생각했다. 회피를 위한 회피, 꾸역꾸역 짜낸 동기부여를 다시금 합리화로 부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심하진 않다. 오늘은 그냥 글을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참 별생각을 많이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하지만 내가 낸 결론은 그냥 하는 게 최고다. 이러저러해서 못 한다고 생각할 시간에 뭐라도 10분이라도 했으면 사실 한 것이다. ‘10분 할 바엔 안 하지~’라는 한심한 소리는 진짜 하고 나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하기 전에 세상 열심히 사는 누군가와 비교하며 ‘그럴 바엔 하지 말자’라고 생각할 순 있다. 그렇지만 명심해야 한다. 무언가 해야 한다면 어제의 나와만 비교해야 한다. 인터넷 세상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해낸 놀랍도록 많은 것들이 있을 테다. 그러나 그 사람이 일주일을 하든 1시간을 하든 내가 경험한 10분이 더욱 진귀하다.
최근 유튜버 고재영 님의 채널 영상들을 재밌게 봤다. 그는 ‘7일 동안 도파민 없이 살면 생기는 일’로 채널을 시작해 ‘~동안 ~하면 생기는 일’ 시리즈로 영상 15개 만에 45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나도 해당 채널에 영감받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끊어 봤다. 나의 출근길 편도 지하철은 환승 없이 30분이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30분은 정말 지옥같이 길었다. 특히 퇴근길 북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없이 서 있다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난 고작 하루 30분씩 두 번 하는 것도 못 버티겠는데 유튜버 고재영 님은 다양한 그런 짓(?) 일주일을 했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것도 내가 직접 30분이라도 경험해 보니 이렇게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결국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다르게 만들면 결국 나는 어떻게든 변한다. 이는 정말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때문에 지금 뭘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냥 하자. 나도 오늘 그냥 했다. 무얼 했느냐? 퇴근하자마자 학원을 갔다 오니 오후 10시가 돼 운동하지 말아야 하는 오만 가지 이유를 생각했지만, 그냥 30분 유튜브 보면서 했다. 땀을 흘렸다. 어제의 나는 안 했지만, 오늘의 나는 땀을 흘렸다. 그리고 씻고 글까지 그냥 쓰고 있다.
자 그러면 답 나왔다. 지금 그냥 그걸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