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 뜬금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요즘 뭐하고 지내려나?
궁금증과 함께 그 당시에 즐거웠던 일 들이 떠오른다. 딱히 엄청난 친밀감이 있다던가 상대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마음 한편에 허전함이 몰려온다. 그 친구가 그리운 건지 친구들과 어울렸던 나의 시간들이 그리운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과 함께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도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을 상대의 모습과 공통점 하나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 무슨 대화를 할지 생각만 해도 어색함이 차오른다. 무엇보다 상대의 당황스러움이 상상되어 늘 그랬듯 마음을 접는다.
하지만 추억 한편에 머무는 대상과는 달리 좀 더 의미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쉽게 접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 공부할 때 별거 아니라며 용돈을 쥐어주셨던 선생님. 이런 의미가 담긴 사람들의 공통점은 내가 늘 받기만 했다는 것이다.
받은 만큼 잘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이제야 좀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시간이 많이 흘러있다. 그땐 이미 늦은 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더 잘돼서 보답해야지, 더 잘돼서...
그 욕심에 소중한 인연이 그냥 흘러 버린 거 같아 아쉽고 마음이 아려온다. 동시에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느껴진다. 아무리 잘 알았던 사이도 시간이 흐른 만큼 서로가 모르는 삶의 빈틈들은 어쩔 수 없는 거리감으로 느껴질 테니까.
결국 여러 해 머리를 굴린 끝에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므로 괴로워할 필요가 없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자는 결론을 냈다. 이미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순간에도 또 다른 관계의 유통기한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언제가 됐든 보관을 잘하면 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