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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nut Mar 30. 2020

생각을 멈추는 버튼

불필요한 생각 정리하기

수많은 걱정과 불안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늘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을 멈춰주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네', '머릿속을 비워주는 휴지통은 없을까?'

생각이 많아 잠 못 이루던 날 sns에 작성한 자책하는 내용의 글

분명 '떡볶이를 먹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왜 술자리에서 실수했던 날이 떠오르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종 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무언가에 집중이 필요한 순간엔 더 큰 걸림돌이 된다. 공부할 때나 직장에서 일할 때 등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눈이 질끈 감기고 만다.


자신의 생각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어야 되지 않는가? 그렇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1. 왜?!

먼저 A의 생각이 Z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리한다. (단계별로 이해하기 쉽게 알파벳으로 표현했다.)

예시) 떡볶이가 먹고 싶다(A) > 저번에 먹었던 떡볶이 가게 참 맛있었는데(B)> 그 떡볶이 가게가 학교 앞에 있었나?(C) > 학교 다닐 때 은근 추억이 많네(D~X) > 그중에서도 대학 엠티에 가서 했던 장기자랑은 끔찍했어(Y) > 아 맞아, 그 날 저녁엔 내 주량을 몰라서 실수도 했었는데!(Z)

약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불쑥 들어왔던 생각들을 나열하고 보니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A와 전혀 관련성이 없는 과정을 통해 Z까지 오게 되다니. 한눈에 봐도 중간단계인 D부터 Y까지의 생각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나열하기 과정은 그 생각들의 불필요함을 깨닫게 해 준다.


2. 알아차리기

두 번째로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는 순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 방법은 심리 상담을 받으며 배웠던 기초인데 어렵지만 도움이 많이 되었다. A의 생각으로 시작했을 때 D~Z까지 가기 전에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또 본질을 벗어났구나.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보통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생각이 나뭇가지처럼 뻗어가는데 그 사이에 바로 알아차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연습을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처음엔 P까지 갔다가 알아차려도 좋고 다음번엔 F까지, 그다음은 D까지... 이렇게 줄여갔다. 생각을 멈추는 버튼이 있다면 이 부분이 아닐까?


3. 제 자리로 돌아가기

생각이 다른 곳으로 빠졌다는 걸 알아차린 다음엔 그 생각을 원 위치시켜야 한다. '나 떡볶이가 생각났었지? 배고파서 그래, 밥 먹어야겠다' 즉 그 생각과 관련된 과제를 실행함으로써 끝을 맺으면 된다. 이 세 가지의 방법을 통해 다른 생각으로 빠져 괴로울 일이 줄어들었다.


개인적으로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이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심리 상담을 받을 당시 선생님께 '생각을 그만하고 싶다 느끼는 것은, 생각을 회피하는  같아요. 생각이 많아야 발전할  있는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적이 있다. 이에 선생님께서는 그건 회피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고, 오히려 시작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들은 멈춰주는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들려주셨다.


결론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끝도 없이 이어나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모두에게는 생각을 멈추는 버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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