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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Jan 17. 2023

둘째의 연산 공부

요즘은 방학이라 오전에는 각자 공부할 과업을 아이들에게 준다.

오전에는 내가 중학교 아이들 수학을 가르치러 나가야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첫째 아이의 경우 학교에서 내주는 매일의 숙제가 있어서 매일 숙제를 하고, 한국사, 한자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러 간다.

둘째 아이는 연산 1장 풀기, 지문소리 내어 읽고 독해문제지 풀기, 잠언 쓰기 과제를 준다.

방학이라 많은 과제를 주지는 않고, 최소한 이것만은 꾸준히 했으면 하는 양의 과제를 주고, 엄마 없을 동안 할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점심을 차려주고 첫째 아이는 자신이 한 공부를 스스로 확인하고 채점하게 하고,

둘째의 경우 내가 수학 채점을 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난독의 경우 난산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우리 둘째가 난산인지 아닌지 아직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계산이 능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연산훈련을 꾸준히 시키고자 한다.


오늘은 수업을 다녀와서 둘째가 공부한 것을 채점하는데 한 장 풀어놔야 할 연산문제지를 한쪽만 풀고 놀고 있었다.

푼 한쪽도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렸다.

순간 화가 났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엄마와 매일 공부하기로 약속한 둘째가 자신의 과업을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기특했는데.

내 이성으로는 안다.

어떻게 매일 엄마가 없이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겠는가, 가끔은 게으름 피우고 싶은 날도 있을 터인데

그런 둘째 모습을 보니, 나는 앞으로 매일 이렇게 안 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많이 틀렸는데 3학년때도 수학 때문에 뒤쳐지면 어떡하지...

각종 염려로 둘째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화 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둘째 아이가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하는데 아이의 얼굴을 보고, 너무 미안했다.

이렇게 착한 아인데...

엄마라서 더 앞서 걱정하고, 더 화내고, 너에게 더 상처를 주는구나.

사실 조금 힘이 들었다. 이제는 더하기 빼기 정도는 잘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된줄알았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을 떠나 최소한의 연산으로 학교수업을 따라가기를 바라는데 그것마저 쉽지가 않다.

아이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해 다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틀린 문제를 같이 풀어본다.

엄마랑 같이 차근히 하면 또 잘 따라온다. 혼자 하는 것이 아직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아이들에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고, 스스로 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는데

그게 둘째에게는 쉽지 않다.

첫째 아이의 경우 초등 저학년 때 독서 말고는 따로 공부를 시키거나 봐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했는데

어려움이 있는 둘째 아이라 엄마가 하나하나 더 챙기게 되고, 관심을 갖다 보니 걱정이 더 커지고,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 생기는 것 같다.

엄마가 혼을 냈는데도 우리 아이는 또 엄마에게 와서 안겨 붙으며 애교를 부린다.

오늘은 공부하기 싫어서 집중이 안돼서 많이 틀렸다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엄마 마음을 풀어주려고 달라붙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더 미안하다.


걱정이라는 마음으로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게.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너를 도와주지 바꾸려고 하지 않을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오늘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또 너를 보며 배운다.

이제는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아직도 멀었구나.

수학계산은 아직 너에게 어렵지만 그보다 사람 마음을 만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것이 더 대단해.

너는 참 멋진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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