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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틀 Mar 19. 2023

고졸, 전문대졸 취업자가 인생 꼬이는 과정

나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5년 차 직장인이다. 고졸 직장인은 기업에서 사무보조를 맡게 된다. 요즘은 파견 계약 제도가 보편화되며 2+2계약(파견계약 2년+자체계약 2년)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 글에서는 계약직으로 명칭은 통일했다. 계약직은 앞선 2+2 계약으로 4년간 한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후 정규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기업들은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직원은 또 다른 계약직 자리를 찾아 떠난다. 계약직의 최종 학력은 고졸 또는 전문대졸이다. 그간 근무하며 수많은 계약직 동료들을 만났다. 나는 이들과 이야기하며 공통된 특유의 패배주의와 자격지심, 짙은 열등감을 느꼈다. 학력 제한에 따른 좌절감에서 시작된 듯한 이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는 단 한 가지 방법.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돌파구를 찾아 행동하는 것.


같은 시간을 일한다고 누구나 같은 월급을 받을 수는 없다.

“왜 같은 시간을 일하는데 내 월급이 더 적은 거야? 내가 더 일을 많이 하는데 왜 나는 이런 취급을 받는 거야?”

그렇게 치면 “변호사들의 30분은 15만 원이고, 스타강사의 1시간은 몇백만 원인데, 이 역시도 부당한가?” 


계약직은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간다.

대기업 정규직의 입사 기준은 최소 4년제 인서울 대학이다. 주변 지인들의 입시 과정을 들으면 다들 하나같이 ‘지옥 같은 시간’이라고 회상한다. 재수를 한 사람들도 많다. 그 지옥 같은 입시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자격증을 따고 인턴으로 근무하며 사회에서 1인분을 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계약직은 취업준비 기간이 아예 없다. 나는 3번의 이직을 했고, 그동안 면접을 보면 다 붙었다. 그리고 이 자리가 원래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용 절차도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다. 서류를 내고 면접만 보면 바로 합격이다.


반면 대졸 취업자들의 취업절차는 ‘서류-AI인적성-1차 면접-임원면접’까지 훨씬 장기간에 걸쳐 세부적인 항목들을 체크한다. 한 명을 제대로 뽑아 오래 써야 하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직무의 연관성을 찾고, 내가 이 조직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를 어필한다.

예)대졸 공채 채용과정


업무 강도도 다르다

계약직의 업무는 정해져 있다.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해주면 그대로 하면 되는 일, 한마디로 인수인계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체되기 쉬운 인력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맡는다. 영업이나 기획처럼 사람들 상대하고 새로운 일을 구상해야 하는 일은 없다. 회사에서도 단기 근무자에게 큰 일을 맡기는 것을 꺼리므로 업무 강도에는 명확한 상한선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훨씬 적은 노력을 들이고서는 어째서 같은 대우를 바랄 수 있을까.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니 쉽다고 단정 짓고 상대를 평가하는 마인드는 버리는 게 좋다. 가만히 앉아 남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불평하는 사람은 정말 못나 보인다. 본인의 스펙과 업무 내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그럼에도 끝도 없이 투덜댄다. “인정 못하겠어. 억울해. 이 거지 같은 회사.” 그럼 나가면 된다. 내가 내일 당장 나가도 내 자리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차고 넘쳤다. 본인을 위해서도 나가는 게 좋다. 투덜대면서도 계속 회사에 붙어있는 이유는 당장 나가면 이만한 월급을 주는 회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입버릇처럼 회사 욕, 동료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얼굴에 침 뱉기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이다. 장기적으로 본인의 정신 건강에도 안 좋고,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리 만무하다. 다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한 가지는 알고 나가야 한다. 당신의 불만이 근무 형태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그 문제는 이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밥을 먹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

함께 일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고 해서 정규직 직원들과 결코 같지 않다. 그들은 본인만의 업무가 확실히 있고, 받쳐 줄 스펙이 있다. 대부분 우리보다 사회에 늦게 나오는 만큼, 진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있었고 인생이 전반적인 흐름을 짜 둔 상태다. 별 의미없는 신세한탄을 늘어놓고, 되지도 않는 다짐을 외쳐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은 한번 우스워 보이면 끝끝내 그 인식을 바꾸기가 어렵다.


저축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데? 우리에게는 정규직 직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 최소 2년에서 4년을 먼저 사회로 나와 4천만 원에서 8천만 원(최저시급으로 계산)을 더 벌 수 있는 시간이다. 대학 등록금까지 생각하면 최소 1억은 벌고 시작하는 것이다. 원래 취업 후 2년은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다. 월급이 적을 때 그 시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신문

앞서 말했듯 업무에 강도가 높지 않다는 것은 정해진 일만 끝낸다면 내 시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던지, 책을 읽던지 머리에 한 글자라도 채워라. 배움이 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다. 유독 저학력자들은 글을 읽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 책을 읽으라고 코 앞에 펴줘도 읽지 않는다. 30살에도, 아니 40살에도 그렇게 살겠다면 뭐. 상관없다. 하지만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절대 저렇게 살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신문을 읽어라.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것이 신문 읽기다. 신문 읽기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건 눈치가 보이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 기사를 읽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다.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찾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공부

20대 초반의 나이라면 무조건 대학을 가는 것이 좋다. 야간대의 전형이 다양해져서, 직장 경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편입도 좋다. 어떤 방법이든 내 커리어의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는 학력을 높여라. 학력을 높일 수 없다면 자격증을 따도 좋다. 기본적인 자격증부터 토익이나 오픽, 아니면 본인이 흥미 있는 분야의 자격증을 따라. 분명 써먹을 수 있는 때가 온다. 자격증이 증명해 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책임감

내가 하는 일의 목적과 배경을 분명히 알고 일해야 한다. 아무리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해도, 업무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일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다. 업무의 목적을 알고 일하는 것과 모르고 일하는 것인 전혀 다르다.


업무가 확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추가로 시키는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말고 하고,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 일이 내 전임자가 하지 않던 일이면 더 좋다. 같은 돈을 받는데 내가 왜 일을 더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진다면 앞으로도 연봉이 오를 일은 없다. 주어진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뜻밖의 재능을 찾을 수도 있다.




내 문체가 원래 친절하지 않지만 오늘 글은 불편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계약직으로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 내가 취업을 했을 때에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이다. 1년 차 직장인에게도, 10년 차 직장인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들만 적었다.


미래에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해 변명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때 왜 아무것도 안 했어?라는 물음에 입이 무거워지고 싶지 않다. 처음 특성화고 진학을 선택했을 때도, 고졸로 취업을 했을 때도 항상 내 선택에는 이유와 목표가 있었다. 미래에 구차해지지 않기 위해 내 태도를 바꾸고 매일 할 일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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