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가드닝의 시대를 열다
자연을 사랑하는 청년 제니퍼 브루틴 파라(Jennifer Broutin Farah)는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건축학과 학부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친 후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원에서 미디어 예술과 과학을 전공한 인재였습니다. 제니퍼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건축가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는데요. 그녀의 작품은 주요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건축 분야의 대회인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Spark Design Award), 뉴욕그린 그랜트(NYU Green Grant) 등지에서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니퍼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인정을 받으면서도 어린 시절 정원에서 갖가지 작물을 기르던 시절을 줄곧 그리워했습니다. 더불어 그녀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었기에 건축 이외에도 다른 분야를 탐험해 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녀는 건축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MIT 미디어 연구실(MIT Media Lab)이라는 연구소에 박사 과정생으로 들어가 도시 농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녀는 도시 사람들이 귀농을 선택하거나 농촌으로 체험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들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충분히 가드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는 토양이나 온도, 습도 등 많은 조건이 농촌의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제니퍼는 이 안에서도 작물이 건강하게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실내 가드닝을 연구한 끝에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킥스타터에 자신의 가드닝 키트 시제품을 내놓게 되었고 2013년 미국의 보스턴에서 농업 스타트업 ‘스프라우츠 아이오(Sprouts IO)’를 창업하게 됩니다.
스프라우츠 아이오의 가드닝 키트로 식용작물의 맛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연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보다 향이 강한 바질 허브나 새싹채소, 더욱 달콤한 방울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가드닝 키트와 회사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여 쓴맛과 단맛, 색과 크기, 그리고 질감 등을 조절하며 작물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독특한 발상은 바바라 린치(Barbara Lynch Gruppo)와 같은 세계적인 셰프에게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스프라우츠 아이오의 가드닝 키트는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파트너십을 맺은 레스토랑에서는 창의적이거나 실험적인 메뉴를 개발할 때 이 가드닝 키트에서 나온 농작물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가드닝 키트는 12파운드(약 5.4kg) 정도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기 때문에 주방에 두어도 부담이 없으며, 셰프들이 요리 도중에 싱싱한 허브나 샐러드 재료를 바로 채취해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마이크로 가드닝 키트에서는 과일, 채소, 허브 등을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고 최적화된 생장 조건에서 일년 내내 재배할 수 있으며,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화분의 조명과 물의 양, 영양소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바질, 케일, 가지, 고추, 토마토, 각종 뿌리채소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재배할 수 있고, 또한 친환경 기술의 적용을 통해 동일 작물을 기존의 농업 방식으로 밭에서 기를 때 대비 2퍼센트의 물과 40퍼센트의 영양분만 공급해줘도 된다고 합니다.
가드닝 키트 내부에는 자동으로 조정되는 맞춤형 LED 램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햇빛이 많이 드는 창가에 화분이 놓이면 저절로 어두워지고 반대로 화분을 어두운 곳에 두면 그만큼 빛이 밝게 빛나면서 작물에 가장 적합한 양의 빛을 제공합니다. 또한 이 가드닝 키트에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시시각각의 환경을 감지하여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물의 상태를 전송해주고 있습니다.
스프라우츠 아이오의 키트에서 자라나는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놀라운데요, 작물의 평균적인 생장 주기의 절반 정도만 소요되어, 상추는 20일 안에, 토마토는 6주 안에 완전히 생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생장 속도는 키트 내부의 숨겨진 기술 덕분이라고 하는데 이는 물에 뿌리가 완전히 잠기는 수중 재배법과 뿌리 윗부분에 물을 뿌려서 수분 상태를 유지해 주는 에어로폰 기술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물을 활용한 기술 덕분에 흙이 존재하지 않는 여건에서도 식물이 충분히 생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등장한 기능적인 면과 효율성 이외에도 스프라우츠 아이오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가드닝 키트를 제작할 때 미학적인 감각 역시 깊게 고려했습니다. 집 안에 설치하는 정원인만큼 다른 가구들과 어울리면서도 독자적인 인테리어로도 손색없는 화분을 만들기 위해 애썼는데요. 이렇게 개발한 가드닝 키트의 유려한 외관 덕분에 2017년도에 ‘A Design Award & Competition(디자인 어워드 앤 컴피티션)’이라는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경연대회에 나가 은상을 받은 이력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편리하게 가드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려는 이 스타트업의 노고가 돋보입니다.
이 회사의 마이크로 가드닝 키트는 하나에 800달러(한화 약 88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프라우츠 아이오는 공개되지 않은 개인 투자자로부터 지금까지 총 두 번의 펀딩을 받아 시드머니를 조달했으며 창업 9년 차인 현재 추정되는 연간 매출은 약 540만 달러(한화 약 59억 원)입니다. 현재 스프라우츠 아이오는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향상하면서 더욱 다양한 종자를 화분에 심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프라우츠 아이오는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먹을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은 인류가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이 어떻게 식탁에 놓이게 되는지 그 과정과 배경을 모른다는 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딱 필요한 만큼만 농작물을 생산하는 개개인의 실천을 통해 앞으로 농업과 식생활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그리고 스프라우츠 아이오는 농업 스타트업으로서 어떻게 그 역할을 해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미국의 가드닝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402억 달러(한화 약 44조 6,622억 원)였으며 2023년에는 493억 달러(한화 약 54조 7,723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실내 가드닝 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야외 가드닝을 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과 도시 거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에서는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배 과정이 마이크로 가드닝이라는 용어보다는 ‘실내 가드닝’으로 더욱 친숙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에는 코로나 19 이후 일상과 취미 생활에 제한이 생기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이 시장은 비대면이 가능하면서 즐길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실내 활동의 하나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의 주목할 만한 실내 가드닝 스타트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2019년도에는 식물 분야의 스타트업 에어랩스에서 실내 가드닝 서비스 ‘그리니파이(Greenify)’를 출시하였습니다. 그리니파이는 큐레이션 알고리즘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식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몇 개의 질문에 응답하고 나면 식물 추천을 받을 수 있는데요. 고객이 살아가는 공간이나 환경, 가드닝 경험 수준,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을 고려한 알고리즘이 작동하여 고객이 가장 잘 기를 수 있는 식물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고객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식물에 대한 정보와 자신의 선호군을 선별할 수 있으며 바로 상품 구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에어랩스는 이 큐레이션 서비스와 더불어 ‘온라인 케어’를 제공하여 고객이 식물 사진을 업로드하면 식물의 상태를 진단해주고 그에 적합한 관리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식물 관리를 위한 방문 서비스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 식물 기르기에 자신 없는 고객들도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한층 수월하게 식물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실내 가드닝은 소량이지만 직접 식물과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정서적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며, 아이들이나 부모님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시장의 주축을 이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환경과 지속가능성, 윤리적이고 건강한 식생활 트렌드와 맞물려서 실내 가드닝 시장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Where? 미국 보스턴
When? 2013년
What? 실내 농업용 마이크로 가드닝 키트
Who? 제니퍼 브루틴 파라(Jennifer Broutin Farah)
Why? 실내에서 나만의 농장을 가꾸도록 하기 위해
How? 최적화된 생장 조건에 맞춰 조절이 가능한 실내 가드닝 키트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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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BROUTIN FARAH CEO & Founder of SproutsIO, German American Co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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