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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Mar 16. 2022

Freight Farms: 컨테이너 속의 자동화 농장

생각의 전환으로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농장을 구현하다

요트 경기장에서 떠올린 마케터의 엉뚱한 발상


프레이트 팜즈의 두 창업가 / 사진: CNN Business


 가드닝(Gardening)은 인류의 문명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고, 자신의 영역 안에서 다시 자연을 모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문명을 이룩한 최초의 도시들은 모두 농업 구역이 형성된 후 그 중심지에서 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자연을 닮았지만 맹수와 같은 위협 요소가 없는 안전 지대를 가드닝 방식으로 조성하면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구축하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이상적인 자연환경을 구성하려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내 농장인데 이는 자연환경을 기술로 통제하면서 최적의 생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내 농업을 대표하는 형태로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비닐하우스가 있지요. 그런데 이보다 더욱 쉽게 운영할 수 있고 소비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신선한 상태로 농작물 공급이 가능한 방법을 고민한 두 청년이 있어 이번 글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프레이트 팜즈(Freight Farms)’의 공동 창립자 ‘조나단 프리드먼(Jonathan Friedman)’과 ‘브래드 맥나마라(Brad McNamara)’는 식품업계 마케팅 회사 동료로 그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마케터로 일하면서 여타 공산품과는 달리,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그 기한 내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늘 고민하였습니다. 식품 중에서도 신선도가 상품 가치와 직결되는 채소나 과일들의 유통 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컨테이너’를 선택했습니다. 조나단이 평소에 좋아하던 국제 요트 경기를 구경하러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던 중 경기장의 공식 스폰서였던 ‘퓨마(Puma)’의 홍보관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덥고 습한 바깥 열기에 시달리던 중이었는데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건물 안은 쾌적한 상태였는데요. 이후 조나단은 회사로 돌아와 브래드와 함께 컨테이너 농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며 조명과 온도를 컨테이너 안에서 최적으로 조절하는 실내 농장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초로 컨테이너 농장을 제작하다


야외에 설치된 리피 그린 머신 / 사진: Wbur


 조나단과 브래드는 바로 컨테이너 농장을 제작하는 과정에 착수하였으며 2010년 농업기술 스타트업 ‘프레이트 팜즈’를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3년 가량 개발 기간을 거쳐 최초의 컨테이너 수경 재배 농장인 ‘리피 그린 머신(Leafy Green Machine)’을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작물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 두 가지인 햇빛과 토지를 최대한 자연을 모방한 형태로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태양은 LED 조명으로, 흙과 수분은 배양액으로 대체하였으며 기존 컨테이너 내벽의 설계를 강화하여 외부와 철저하게 독립된 공간을 조성하려고 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뛰어난 생산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의 노지재배에서 동일 면적당 재배할 수 있는 생산량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였는데요. 이들에 따르면 리피 그린 머신은 기존 생산량 대비 80배 정도에 해당하는 약 4천개의 고품질 작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은 리피 그린 머신에 컨테이너 상단에 태양광 전지를 달아 자체적인 구동을 가능하게 하였고, 내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통해 자동으로 작물들이 재배되는 실내 농장을 실현하였습니다.



컨테이너 농장 관리를 위한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다 


실시간 농장 확인, 습도와 온도 조절 등 팜핸드의 다양한 기능 / 사진: Freight Farms


 리피 그린 머신을 출시한 이듬해인 2014년 이들은 두 번째 제품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 스타트업의 개발자들은 수경재배 농장의 관리와 자동화를 위한 플랫폼인 ‘팜핸드(Farmhand)’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플랫폼은 컨테이너 농장 내부의 여러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서 농부들에게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컨테이너 내부의 여러 환경 정보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면서 농장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 기기 한 대만 있으면 간편하게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농사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전체적인 일정 관리 기능을 제공 받으면서 자신이 가꾸는 작물의 성장을 예측해볼 수도 있고 카메라를 통해 농장 전체 상태를 조망하거나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고민 없이 시기에 맞는 농사 단계를 밟을 수 있습니다.


 프레이트 팜즈는 농부들을 위해 소프트웨어 안에 흥미로운 기능도 몇 가지 추가하였습니다. 이른바 ‘레시피(Recipes)’라 이름 붙여진 기능은 재배 중인 작물 유형을 입력하면 작물의 맛과 색상, 영양소 등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기능 활용과 관련, 소비자들은 샐러드 종류의 작물인 상추, 허브, 식용 꽃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작물 일정 관리(Crop Scheduling)’도 있는데, 이 기능은 작물 생육 일정을 시각화하여 보여주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팜핸드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팜핸드 덕분에 농부들은 이제 직접 현장으로 가지 않고도 모바일 앱을 통해 조명, 온도, 습도를 비롯해 수질과 영양소 농도, 작물에 대한 관수 제어 등 컨테이너 안의 모든 환경적 요소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작물 상황에 대한 변수나 비상상황 등의 알림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프레이트 팜즈는 컨테이너 농장인 모델인 리피 그린 머신에 이어 팜핸드까지 갖춤으로써 다양한 작물들을 통제된 환경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전세계 어떤 환경 속에서도 구축할 수 있는 농장 


최대한의 공간 활용과 고급 수직 농업 기술을 적용한 그리너리 에스의 내부 / 사진: Freight Farms


 프레이트 팜즈는 다양한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현재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캐나다, 중동의 사막, 5개 대륙 각국의 주요 도시에 자사의 컨테이너 농장을 설치하여 전세계 34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컨테이너 농사를 시작한 많은 농부들이 이전에 농사를 지은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사의 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다 효율적인 농장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농장은 완벽한 재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특성과 각종 자연환경과 재해,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구축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 스타트업의 가치를 알아본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일곱 번의 펀딩을 거쳐 2,640만 달러(한화 약 309억 원)의 투자금액을 확보하였습니다.


 프레이트 팜즈는 올해 4월 새로운 컨테이너 농장인 ‘그리너리 에스(Greenery S)’를 공개하였습니다. 이번 모델은 지난 10여 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누적된 기술을 총제적으로 구현하였으며 조명, 공기, 물 등 제어 시스템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능이 강화되었습니다. 이 모델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320제곱피트(약 9평)에서 2.5에이커(약 3,060평) 가량의 농작물 산출량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에 출시했던 모델에 비해 LED 기술을 개선하여 작물이 더욱 원활하게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며 전력 소비량을 줄여서 농장 운영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연 프레이트 팜즈의 도약은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동안 끊임없이 수경 컨테이너 농장을 업그레이드해오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프레이트 팜즈, 2013년 이후 열 가지의 서로 다른 기능을 선보이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인 그 저력으로 미래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사의 기술력으로 실내 농업 시장, 최강의 자리를 선점하려는 프레이트 팜즈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보스턴

When?  2010년

What?  농작물을 기르는 컨테이너 “리피 그린 머신(Leafy Green Machine)”과 농장 관리 소프트웨어 “팜핸드(Farmhand)”

Who?  Jonathan Friedman, Brad McNamara

Why?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농작물의 생산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How?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하여 내부에 관개시설, LED 조명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컴퓨터와 연동시켜 상시 조절하고 모니터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제공



References


Farm to Fork Sustainability Partnership Pops Up, Fresh Ideas, 2017/12/19

Freight Farms Launches Its Greenery S Vertical Farm System, The Spoon, 2021/05/20

Freight Farms Runs App-Powered IoT Farming on Heroku, HEROKU

Freight Farms to add business management capabilities to farming software, Robotics and Automation, 2018/01/26

Freight Farms’ New Container Farm Makes Way for Smart Small-Space Farming, Food Logistics, 2021/04/29

From smartphone to smart farm, Verizon, 2021/03/02

How Freight Farms Plans To Grow Sales (And More Veggies) With Its Next-Gen Farm In A Box, Forbes, 2019/02/26

How to Grow Food Anywhere with Jon Friedman, Co-founder of Freight Farms, NEXUS PMG, 2021/07/09

Leafy Green Machine Is a Complete Urban Farm System in a Shipping Container, Treehugger, 2018/10/11

New Freight Farms Greenery S Ushers in the Next Era of Smart Small-Space Farming, PR Newswire, 2021/04/21

Purpose At Work: Freight Farms, A Boston Startup Growing Global Solutions To Food Insecurity And Injustice, Forbes, 2021/08/30

Want your own farm? This one comes in a shipping container, American Shipper,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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