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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Apr 18. 2022

이그린글로벌: 혁신적 씨감자 생산기술로 식량문제 해결

마이크로튜버 기술을 활용해 씨감자를 대규모로 생산하다

4대 식량자원 ‘감자’, 어떻게 대량으로 기를 수 있을까?


이그린글로벌 신기준 대표 / 사진: 이그린글로벌


 감자는 인류의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작물입니다. 또한 벼, 밀, 옥수수를 비롯하여 세계 4대 식량 자원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감자가 들어간 음식도 다양해지고 구하기도 쉬워져서 그 중요성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감자만큼 세계 인구의 증가와 감소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 작물도 없습니다.


 일례로 17세기 말에는 감자 수확이 풍성해지면서 프랑스, 러시아, 아일랜드 등 전세계 각지에서 입구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1840년대 유럽에서 7년간 대기근과 함께 감자 역병이 돌면서 2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생사와 함께해온 감자를 오늘날까지 풍성하게 공급하려는 방법을 고민한 창업가가 있습니다.


 바로 신기준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해표’ 브랜드로 국내 식용유 시장을 평정했던 신동방그룹 고(故) 신명수 회장의 차남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온 신 대표는 2001년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의 IT 신기술을 한국으로 수입하여 국내 대기업에 소개해주는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소개한 기술이 주목받지 못하는 등 예상했던 것보다 큰 성과가 없어서 4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되었고 다른 사업 분야를 모색하던 중 전라북도 전주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특용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씨감자 대량 생산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아버지인 신 회장에게도 자문을 구하게 되면서 감자의 시장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2009년에 농생명과학 스타트업 이그린글로벌(E Green Global Co, EGG)을 설립하게 됩니다.



씨감자의 생산성을 높여준 조직 배양 기술, 마이크로 튜버


마이크로 튜버 기술의 씨감자 생성 과정 / 사진: 이그린글로벌


 이그린글로벌은 설립 이후 자체 개발한 조직 배양 기술로 병들지 않는 무병 씨감자를 재배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약 10년간의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튜버 기술(Micro Tuber Technology, MCT)’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게 되었는데요. 이 기술은 멸균 환경을 조성한 식물공장에서 감자 줄기의 생장점을 배양하고 씨감자 조직인 ‘마이크로 튜버’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 후 농부는 토양에 마이크로 튜버를 파종하여 건강한 씨감자를 수확하게 됩니다.


 마이크로 튜버 기술이 주목받은 것은 1953년에 캐나다에서 발견되었을 때였고 국내에서도 1992년 MCT 기술 소개 이후 다양한 농업 업체가 상용화에 도전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그린글로벌은 어떤 기업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기술의 상용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이 스타트업의 확고한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존 농업의 방식으로 씨감자 100만 개를 재배하려면 6만 6,000㎡(약 20,000평)의 토지가 필요한데 이그린글로벌의 씨감자 재배 기술은 설비 토지가 1,322㎡(약 400평) 정도면 충분합니다. 재배 기간 역시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는데요. 이 스타트업은 식물공장 운영을 통해 시간과 계절의 제약을 받지 않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종자를 ‘무병(無病)’ 씨감자로 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썩기 쉬운 감자를 생장 기간 동안 박테리아와 곰팡이로부터 방지하면서 최종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의 농작물을 만들어내려는 뜻입니다. 감자는 다른 식량자원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교역량이 많지 않은데요. 이는 수분함량이 높은 편이라 금방 썩으면서 운송비 부담이 크고 식품 검역문제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감자 대국인 중국과 미국 시장에 도전하다 


무균 실험실에서 감자 줄기의 생장점을 배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그린글로벌


 중국이 일 년 동안 필요로 하는 고급 품질의 씨 감자 양이 약 40억 개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는 세계 최대의 감자 시장으로 미국의 15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반면 씨 감자를 공급하는 업체의 기술력은 미비한 편인데요. 이와 같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엿본 이그린글로벌은 중국의 최대 국영 농업 회사인 베이다이황 그룹(北大荒)과 합작 법인을 구축하여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농산물 시장 역시 공략 중입니다. 일례로 2015년도에는 미국 3대 가공식품 회사로 손꼽히는 콘아그라 브랜즈(ConAgra Brands)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2019년에는 미국 기업인 램웨스턴(Lamb Weston)을 통해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맥도날드의 프렌치프라이, 해시브라운 등 감자를 재료로 조리하는 메뉴에 이그린글로벌의 씨 감자가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마이크로튜버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2020년도 100억원 투자에 이어 2021년 12월 176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또한 종자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초기 매출은 미미했지만 앞으로 5년 안에 1,000억 원의 연간 매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수 기업과의 구매 계약의 규모 또한 1,000억 원 남짓으로 2022년부터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종자산업계의 반도체라 불리는 마이크로 튜버의 파급력


마이크로 튜버의 강점 / 자료: Cobak


 마이크로 튜버 기술은 감자 외에도 고구마, 바나나, 마늘과 양파,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식용으로 즐겨 먹는 카사바까지 다양한 식용작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종 약용 작물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작물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이 기술의 미래 가치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은 최첨단 증식 공법으로 우수한 영양소와 맛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 튜버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중이지만 종자산업의 특성상 상당한 기간의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최고 10년 정도의 장기 연구를 통해 성과가 창출된다고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그린글로벌은 이미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서 농업 혁명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는 마지막 이유는 이들의 기술력으로 전 지구적 식량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마이크로 튜버 감자는 007 가방 하나 분량으로 아프리카의 한 나라의 기근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그린글로벌은 국제적으로 씨감자를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하면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대두되는 식량난 해결책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농업이 디지털 파밍과 스마트 농업으로 발전 하면서 전세계는 종자 주권과 농업 데이터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식물 유전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신품종 개발을 통한 종자 전쟁의 주도권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 수익을 떠나 종자 주권과 식량안보를 위한 종자산업 부분의 우리 스타트업 성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Where?  대한민국 서울

When?  2009년

What?  무병 씨 감자를 무균 환경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Who?  신기준 대표

Why?  무균 식물공장에서 고품질의 씨감자를 단기간에 대량생산 하여 값싸게 공급

How?  마이크로 튜버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 



References


‘무병 씨감자’로 10조원 중국시장 공략 나서, 중앙아카데미, 2012/11/13

마이크로튜버 ‘감자’ 기술 개발 후 검증만 9년 - 100억원 투자 유치 성사…㈜이그린글로벌 신기준 대표②, 중기이코노미, 2021/05/04

GMO 농산물의 위협… ‘마이크로 튜버’ 관심 모아져, 산업경제신문, 2019/03/05

농생명공학 기술기업 이그린글로벌, 100억 원 투자 유치, 벤처스퀘어, 2020/11/12

마이크로 튜버 (Micro Tuber)의 탄생 배경, Cobak, 2021/02/15

마이크로튜버 ‘감자’ 기술 개발 후 검증만 9년 - 미래농업⑬ "40조원 규모 씨감자 시장 도전" 이그린글로벌 신기준 대표, 조선비즈, 2018/06/02

신동방 3세의 농업기술 벤처기업…이그린글로벌 코스닥 상장 추진, 한국경제신문, 2019/09/30

이그린글로벌 "美맥도널드도 우리 씨감자 사용" - 농생명벤처 `이그린글로벌`, 병없는 씨감자 대량생산·수출, 매일경제, 2017/07/27

이그린글로벌 "최대 시장 중국에 씨감자 공급", 한국경제신문, 2015/09/23

이그린글로벌, MCT(Micro Tuber Technology)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 한국데이터경제신문, 2019/08/20

이그린글로벌, 중국에 한국 씨감자 수출 - 베이다황그룹과 합작법인, 매일경제, 2015/12/14

중기이코노미X중소기업연구원 - 마이크로튜버 씨감자 식량난 해소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기업지원단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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