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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성 Feb 03. 2022

오! 나의 풔킹 창업

서론 : 창업, 킹받네



 2022년 1월 어느 밤. 코로나 2년 차. 확찐자가 되어버려 무거워진 몸뚱이를 이끌고 새벽감성에 취해 컴퓨터를 켰다. 2017년, 첫 개인사업자를 만들고 횟수로 창업 6년 차에 접어든다. 온라인 쇼핑몰, 카페, 복합문화공간, 도시재생사업, 교육, 행사, 축제 기획과 운영, 여행상품 개발, 마케팅 대행, 소상공인 컨설팅 등 딱히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닌 무계획, 무개념 창업답게 돈이 되면서 내가 팔 수 있겠다 싶은 모든 것들을 팔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저희 회사의 주요 서비스 또는 상품은 '무엇'입니다', 라고 정의하기 힘든 그런 이상한 단체(?)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고. 


 창업에 관련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부터 내가 창업에 관련된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자문자답해봤다. 코로나 특수 수혜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 '아이고, 나 죽겠다.' 할 때도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낸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무자본 프리랜서형 창업으로 시작해 죽어라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야 했던 6년 전 내 자신이 배워 온 것들과 변해 온 과정들에 대해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출판하자 마자 청년들의 창업 지침서가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내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이제 막 드라마 같은 창업을 꿈꾸며 맨 땅에 헬멧도 안쓰고 헤딩 중인 수많은 후배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주요 핵심 콘텐츠도 없이 살아남은 위대한 생존기를 들려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을 왜 때문에 쓰고 싶다, 라고 생각한 이유 외에도 '어디 창업에 관련된 책을 쓰려면 필요한 자격증이 따로 필요한 것도 아닐진데 쓰지 못 할 이유는 뭔가', 라며 사고의 전환이 일었고 확찐자가 되었지만 다행히 여전히 유려한 타자속도로 글을 시작한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지독히도 화가 많았다. 화가 많은 사람들은 유독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잠식되어 있는 시간이 많은데, 나 역시 수많은 시간을 위와 앞만 쳐다보며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늪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그 늪을 빠져나올 때 동앗줄 역할을 해준건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한 책의 몇 마디의 글귀였는데,


 '사람의 모든 감정에는 에너지가 있다.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열등감... 그 중 가장 큰 에너지를 지닌 감정은 열등감으로 얼룩 진 분노이다. 그 분노, 그 열등감이 지닌 에너지를 잘 쓸 수만 있다면 우리는 모두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그 당시에 이해했던 그 글귀에 내용은 이렇다. 


이 말을 공학적(?) 언어로 치환해서 '내 열등감은 그 누구보다 강력하니까 내제된 에너지의 질과 양도 최고겠군.' 정도로 정리하며 석유의 상위호환 대체제라도 발견한 마냥 기뻐했다. 내가 지닌 것 중 가장 크고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가장 큰 에너지원이라는 말을 들은거니까. 그 글귀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큰 위로를 받았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시점'을 의미한다. 긴 시간 속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한 지점, 한 순간. 그 순간은 어떤 큰 경험을 통해 찾아오기도 하지만, 나처럼 그저 기억도 안나는 책의 한 문장, 영화 속 한 대사를 통해 오기도 한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두 눈 반짝뜨고, 마음을 활짝 열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캐치할 수 있게 준비했으면 좋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상을 살다보면 분노할 일이 다분히 많다. 배려나 존중이 없는 타인, 초마다 변화고 있는 세상 속에서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생을 제단하고 강요하는 기성세대, 비전이 보이지 않는 직장, 개인의 행복을 하찮게 여기는 기업문화, 초고령화, 고독사 등등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현실이 나를 분노케 했다. 그래서 나는 분노가 주는 에너지를 창업에 쓰기로 한다.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공동체 성향의 회사,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회사, 그냥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닌 작은 변화를 실천해나가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글은 책을 예뻐서 수집만 하는, 생각과 가치관을 이렇게 장황한 문장으로 담아본 적이 없는 한 초보 작가이자 만 서른 살이 된 한 회사 대표의 기승전결과 맥락없이 액기스만 담은 실무 창업 지침서이다(-이고 싶다). 창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순간부터 내 사업을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경험하고 느낀 과정들을 세세하게 전달해주고 싶다. 부디 한 글자, 한 글자, 치킨 뼈 발라 먹 듯 세밀하게 정독해줬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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