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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의 정원 Feb 03. 2021

라떼는 말이야~




- 현실감각이 그렇게 없어서야. 원~



한창 저녁 준비로 바쁜 주방.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남편은 혼자 중얼중얼거렸다.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그 경계가 애매모호해 남편에게 되물어봤다.



- 엥?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야?! 뭔데 그래?

- 어? 아니야~ 엄마가 글쎄 턴테이블을 좀 알아봐 달라고 그러시네.

- 그게 왜?

- 아니, 요새 누가 LP를 듣냐고~ 유튜브만 틀어도 원하는 음악 그냥 다 들을 수 있는 시대에~

- 오빠,, 오빠야말로 현실감각이 없네 없어~ 한참 유행하고 있었어~

   검색해봐, 턴테이블 종류만 엄청 뜰걸?



곧바로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더니 깜짝 놀란 남편.


- 헐, 휴대용도 있고 종류 대박 많네!

- 거봐~ 어머님이 오빠보다 더 빠르시네~ 현실감각은 당신이 없는 거고!







코로나 사태가 커지기 전에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왔던 때.


그곳에  턴테이블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인테리어용인 줄 알았다.

어쩌다 가끔 한 번씩 사장님이 LP를 틀어주셨다.


아스팔트가 쫘악 깔린 도로를 달리다가 비포장도로에 들어설 때 

그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음표들이 춤을 추는 듯하다. 


낯선 곳, 잘못된 길에 들어선 기분.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할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뭔가가 찝찝했다.

정말 오래된 LP였기에 음질이 썩 좋진 않았고 모든 LP가 다 그런 줄 알았다.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찰리 브라운 LP

피너츠의 상징적인 대표곡인 "Linus and Lucy"를 비롯하여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보컬과 

연주가 더해진 인기 트랙이 수록된 LP이다.

특히나 LP판 앞뒤 면에 찰리 브라운과 루시가 그려져 있어서 인테리어로도 많이 구매하는 이 제품은 

꽤나 음질이 좋았고, 귀에 거북하지도 않아 오히려 LP의 매력을 알게 해 주었다.







나는 LP 세대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세트테이프를 넘어 CD플레이어 세대.

LP는 청계천이나 동묘시장이 떠오르는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속 물건이라 여겼다.

CD에 묻혀 곳간 속으로 사라졌던 그런 LP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니!

기성세대들에겐 추억을 사게 만들고, 젊은 층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아날로그 감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필름 카메라도 그런 감성 중 하나로 요즘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중고시장에 거래되는 것도 드물기에 한 번 물건이 나왔다 하면 고가를 감내하고서도 

기어이 사고 마는 마니아층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도 아날로그 감성에 취한 옛날 사람이 살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 앞으로 이런 거 희귀 템이 될 거야~~~~"


라고 우기며,

꾸역꾸역 20년도 더 된 게임 CD, 만화책을  버리지 못하고 고이고이 모시고 계시는 그분.

오래된 골동품들 언제까지 모시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다시 턴테이블이 유행한다고 하니 자신의 빅피처가 보이냐는 둥 잔뜩 어깨에 뽕이 들어간다.






내 귓가에 잔잔히 흐르던 LP의 음률이 다시 비포장도로로 들어선 것 같다.

잘못 들어선 길,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우리 집 라떼 아저씨의 골동품들 모으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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