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처럼 꿈꾸다
권분자
번쩍거리는 불빛 도시를
타워에서 내려다보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외투의 건물들이
저마다 명품상표를 붙인 걸 보았다
명문세가, 이다음, 푸르지오
내 눈동자가 흔들릴 때마다
빠르게 움직이는 수많은 로봇 같은 이름들
살아있는 동작에 가장 가깝게
죽은 동물을 방부처리 해
건축업자는 박제로 세워두었다
이러한 건물의 도시는 로봇이 필요하다
건물 안을 드나드는
일개미 몸짓의 로봇인 나는
별 조각으로 찰칵찰칵, 기계를 작동시킨다
어깨 너머로 소멸하는 하루를
골목 안쪽으로 자꾸만 들여보내고
멋 부려 껴입은 명품에게도
멋진 바람 뿔을 가졌다고
엄지를 세워준다
여기저기에 부딪치며 끌리는
가냘픈 뼈마디의 신음이
도시에 가득하다
똥파리
권분자
이런 모임 저런 모임
사람 향기에 이끌리다가
벨벳 드레스 저 여자
자정 넘어서야 집으로 든다
갈색 선글라스에
날개 흔드느라 남발한 카드 탓에
핀잔주는 남편 앞에서 납작하다
벼르고 벼르던 파리채에
발정 끼 저 여자
두 손 싹싹 비비는데
수북 쌓인 설거지통 그릇 무더기가
부아통을 건드린 걸까
늦여름 방 안 유리창에
자꾸 곤두박질하는 저 여자
더럽다며 신세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