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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샛별 Mar 03. 2021

넉살 좋은 아이라서 고마워.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달이 막 고개를 내밀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엄마의 품 안에 안겨있다가 집에 다다르자 발을 딛던 예준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알고 보니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품은 치킨을 배달하던 오토바이가 우리 뒤에 멈춰 섰다. 넉살 좋은 예준이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배달원 아저씨에게 먼저 미소로 인사했다. 저녁 시간대라 밀려드는 배달 전화에 몹시 노곤한 지 축 처져 있던 배달원 아저씨는 아이의 미소에 힘이 되었는지 헬멧 사이로 보이는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수줍음이 많은 엄마는 자꾸 배달원 아저씨에게 말을 걸기에 바쁜 예준이를 말리느라 진땀 뺐다.


예준아, 이리 와. 이리 와.

배달원 아저씨와 예준이의 대화는 짧았지만 뭐랄까 훈훈함이 느껴졌다. ‘빨리빨리’의 마음에 쫓기듯이 살았던 그분에게 잠시의 쉼이 전해졌다면 나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이 아이를 통해서.


엄마는 상대방이 마스크를 내리지 않으면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 대화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너무나 많아 요즘 같은 코로나 사태에는 더욱 타인을 접하는 일이 버거웠다. 그래서 아이를 통해 타인의 불쾌가 느껴질까 봐 늘 마음을 졸였다. 그런데 넉살이 좋아서 그런지 이 아이는 누구든지 반기며 대화를 하는 걸 즐겼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 새한테도 인사를 하고, 동네 아주머니에게도 싹싹하게 인사해서 얼떨결에 요구르트를 횡재한 기쁨도 누리던 아이였다.


코로나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도 가장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 못하고 갇혀만 지낸 지가 벌써 작년이었다. 백신도 이제 접종 시작한 만큼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넉살 좋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닌 소통의 거리를 좁히며 마음을 나누는 그런 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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