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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감독 May 27. 2022

Eye of The Beholder (1999)

감독/각본: Stephan Elliot 

Destiny...

그의 상상속의 딸은 이 말을 남기며 끝까지 쫓아가라고 충동질 한다.


또 다른 Destiny..

샬롯의 무덤 옆에서 그가 진짜 딸을 만났을때 희미하게 퍼져나가는 듯한 안개같은 내레이션으로 울리는 이름.

샬롯(애슐리 쥬드)을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 또한 샬롯의 무덤옆에 딸과 마추칠 수 밖에 없는 운명.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시선에 관한 영화이다. 매혹적인 한 연쇄 살인범에게 반한 남자의 강방증적인 시선.


그의(이완 맥그리거) 얼굴. 창밖을 응시하는-관음증적인 호기심에 찬 어떤 이를 연상케하는-그의 시선과 함께 영화는 시작한다. 그것은 욕망에 허덕이는 또다른 지저분한 세상. 그는 방아쇠를 당기고자 하지만 그건 헛된 찰깍거림에 불과할 뿐이다.

이 짧지만 약간은 긴장된 씬에서 그가 욕망하고자 하는것-시선을 줌으로써 생겨난-그 욕망의 여정이 결국은 이런 헛손놀림에 불과할 것이란 암시 처럼 보인다.


이완 맥그리거 는 대인 기피증에 사로잡힌 대사관 직원(조사 임무를 맡는 형사)이다. 그는 6년전에가출한 아내와 얼굴도 모르는 딸이 있다. 그리고 아내한테서 받은 사진 한 장(딸아이 졸업사진)이 전부다.

낡고 지저분해진 이 사진, 결코 그가 이 사진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너무 무관심해서 그렇게 낡아버린게 아닐까 싶은 그 사진에서 그는 한 명의 아이를 바라보고(시선을 주고) '이 아이가 내 딸 루시일꺼야' 라고 그냥 상상해버린다.


그의 이런 성급한 넘겨 짚기, 그의 삶은 이런 성급한 넘겨 짚기와 대인 불안의 연속일꺼라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영화의 클라이막스까지 등장하는 이 상상속의 딸 '루시'는 그의 헛된 욕망의 추동자이자 그를 비웃는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시선과 욕망에 관한 이 매혹적인 영화 속에서 히치콕 적인 영향들이 상당 수 발견된다. 여성에 대한 집착이나 남자의 강박관념 그리고 그것이 빚어낸 비극 등등...이 영화는 히치콕의 빼어난 걸작 'Vertigo' 로 부터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샬롯의 충동적인 살인 욕구와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상대만 골라서 죽인다는 점에서-외디푸스 컴플렉스를 일렉트라 컴플렉스로 맞바꾼-'사이코'의 노만 베이츠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충분히 매력적이고 독창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루시란 이완의 내면속에 만들어진 꼬마아이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강박증은 루시란 아이를 통해서 영화속의 또다른 공간을 점유하며 끊임없이 그의 욕망을 그리고 영화의 스토리를 충동질하고 있다. 사실 영화의 흐름은 결국 이완의 욕망의 흐름과 동일한 것이니 공간적으로 루시는 이완의 뒷편에 위치 되기도 한다. 이완이 카메라로 샬롯(애슐리 쥬드)을 몰래 찍고자 할때..

그리고 항상 이완이 망설일때 루시는 그의 뒤에서-그리로 미쟝센의 법칙상 항상 뒷편에서 연극의 코러스들이 하는 것 처럼-그의 욕망을 충동질한다.


"아빠 이것이 바로 운명이야"


또한 이완의 시선의 앞부분에 위치 되기도 한다. 샬롯이 장님 부호랑 친해지는 순간 그 옆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줄넘기 하는 루시의 모습-여기서 루시는 이완의 우유부단함을 간접적으로 비웃는 그의 또다른 자아처럼 보인다.

혹은 그의 주변을 지속적으로 맴돌며 그의 혼란스러움을 부채질하는 존재로 나타나기도한다. 이완의 환영이자 그의 자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떤 존재이자 그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루시의 존재가 없었다면 영화는 남자의 관음증에 관한 맥빠진 영화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샬롯은 이완에게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연쇄살인범 이면서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여자이면서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아빠를 잃어버린) 그 후유증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샬롯.

그녀의 삶의 많은 부분은 이완의 그 직업적 강박관념에 의해서 하나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의 삶의 많은 부분이 보여질 수록 이완의 그녀에 대한 집착도 점점 강해지기시작한다.


이 욕망의 이상스런 법칙.

알면 알수록 강해지는 이 법칙이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당신은 아빠를 잃어버린 딸이고...난 딸을 잃어 버린 아빠군요.'


자신의 욕망의 근거로 은밀히 내세운 이 말을 이완은 샬롯에게 남기지만 샬롯은 말없이 나가버린다. 바깥에 나간 샬롯을 바라보는 이완의 시선...

거기엔 창으로 단절된 안과 밖 만큼이나 그의 욕망과 그 대상사이에 놓인 싸늘한 벽이 보일 뿐이다. 이완은 끝까지 헛방아쇠를 당기고 있을 뿐인것이다. 

이완의 헛된 욕망이 빚어낸 이 불행한 결과들-샬롯이 최후로 선택하고 싶어했던 장님부호와의 결혼마저 어그러지고, 결국은 죽음으로 모든 불행을 보상받을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에도 불구하고 이완은 마지막에 진정한 우연의 순간에 진정한 Destiny를 발견한다.



자신의 환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진짜 루시의 손을 잡는 순간,


'내가 네 아빠란다...Destiny.....'



과연 이 영화를 '해피 엔딩 무비'라 할 수 있을까?




PS: 이 영화에 나오는 Chrissie Hynde 의 I Wish You Love 를 들어보면 잘생기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Harry Connick Jr.나 그 아버지의 그딸이라는 명성만큼의 Natalie Cole 음성보다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버젼 이기도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Chrissie Hynde가 Jazz가수가 아닌 락커라는 사실이죠. 게다가 결코 목소리가 주는 느낌만큼 아름답지 못한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일것입니다.


한번쯤 듣기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https://youtu.be/1EPmIX0U_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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