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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텔레그램 해킹

by 유진

아빠가 텔레그램 계정 해킹을 당하셨다. 지인분으로부터 받은 문자에 있던 url을 무심코 누르신 모양이다. 덕분에 일요일에 푹 쉬시지도 못하고 오는 연락을 계속해서 받으셔야 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못하신 덕에 계정 삭제부터 2단계 인증 생성까지 다 해드렸는데, 나도 이렇게 화가 나고 심장이 쿵쿵 뛰는데 본인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싶었다. 어쨌든 평일 바쁠 때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우스웠다. 나는 한 때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했던 조울증이 점점 나아지고, 아빠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나는 아빠가 되고 아빠는 곧 내가 되는 것만 같았다. 가족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괴로웠다. 그토록 증오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되다니. 나에게 살면서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을 말이다.

날이 후덥지근 너무 덥고 지친다. 오늘도 여지없이 푹푹 찌는 하루이다. 곧 아빠의 환갑이다. 10년도 금방 오겠지 생각하면 슬프다. 내가 나이 먹는 것보다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게 더 슬픈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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