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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Apr 18. 2024

나는 아직 그를 추모할 수가 없다

고 이선균배우를 기억하며  " 끝까지 간다 "


배우 이선균 씨를 협박한 유흥업소 여실장에게 마약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의사가 법정에서 여실장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24.4.18일 https://v.daum.net/v/20240418121734173]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가슴 답답한 오후

인터넷에 기사하나가 올라온다.


나는 아직 이선균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 연말 그의 부고 기사를 본 순간을 기억한다.

당시, 경찰과 언론은 내사 단계에서부터 그를 마약피의자로 몰아세웠고,

3차례에 걸친 마약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결과가 나온 그를

3차례의 공개소환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고 19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강행했다.

그의 온갖 사생활을 흘리고 매장시키고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은 그의 죽음과 관련하여

기자들에게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그런 결과(이 씨의 죽음)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가권력은 한 사람의 생명을 순식간에 파렴치범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모든 것은 음모론으로 몰아갔다.


나는 아직 이선균을 보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생충'의 배우 이선균은 그렇게 죽어갔고

'나의 아저씨'는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줄 알았다.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갔다.


그 사이 봄꽃들이 순서도 없이 피어났고

최악의 참패를 한 여당과 역대 의석수를 가진 야당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총선을 지휘했던 한동훈은 물러났고,

아직도 총선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통령은 오늘도 격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공교롭게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 날 경찰이 이선균 씨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이와 함께 “이 씨의 비극을 기회로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옹호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일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친검 방송인이 ‘이선균 사건이 일어난 것은 경찰에게 수사권을 줬기 때문’이라는 황당 발언을 했음을 알게 됐다”라고 했다.

 [헤럴드 경제 2024 2,28일 https://v.daum.net/v/20240228173549624]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피자보다 싼 마약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는 문정부의 탓이라 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이 잡고 억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처벌하겠다'라고 밝혔다.

[펜엔 마이크 2023,4,22일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62856]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

꽃다운 죽음의 현장에서

제일 먼저 터져 나온 첫 반응이 마약이었던 것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유아인과 G드래곤을 보았고

이선균을 보았다.


지속적으로 마약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던 한동훈과

이선균을 직선으로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마약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김승희 전 대통령 의전비서실장과 이선균은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오늘 기사로 나온 마약을 공급했던 의사의 증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처음부터 이선균과 마약의 관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이 시대가 사랑하는 배우와 그의 삶 따위는 처음부터 하찮은 것이었으므로.


나는 아직도 이선균을 보내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사랑했던 배우의 주검을 추모하며

그의 영화와 작품을 통해 받았던 위로와 희망 기쁨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를 먼저 떠올려야 하는

이 순간이 미치도록 싫기 때문이다.

그가 '나의 아저씨'를 통해 우리에게 준 위로를 기억하기보다

사회적 폭력을 이야기해야 하고

기생충을 통해 우리에게 심어준 문화적 자긍심을 기억하기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한 억울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싫다.

예술가 이선균을 올곧게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대를 한탄한다.


아들 이선균을 떠나보낸 지 3개월 만에

그의 부친은 아들의 뒤를 따라갔다.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장항준 감독, 배우 김의성, 최덕문, 이원태 감독, 제작자 장원석 대표를 비롯해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성명서는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다. 수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

[텐아시아 2024.1.12일 https://v.daum.net/v/20240112114303885]




나는 아직 그를 추모할 수가 없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기 때문이며

아무런 피의사실이 확증되지 않는 그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그의 죽음에 조차 굴레처럼 씌워져 있고.

그의 억울함과 권력의 간악한 실체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린다.

그의 순수만이 설명할 수 있는 그의 죽음이

더더욱 안타깝다.

연예인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함이 안타깝다.


오늘도 권력이 던져주는 썩은 고깃덩이를 찾아다니는

기레기들이 살아 있고

피의자들과 술파티로 진실조작을 일삼는

권력의 앞잡이 검경이 숨을 쉬는 한

나는 아직 그를 추모하지 못하겠다.


미세먼지 자욱한 이 봄날

벚꽃 다 떨어지고 신록이 우거지는 이 봄날

세월호 10주년이 지나고 4.19가 다가오는 이 봄날

이선균을 기억한다.


"끝까지 간다"

그의 수많은 필로그래피 중에 유독 도드라지는 제목

“끝까지 간다.”


연약하고 순수한 예술인 이선균

그를 온전히 추억하고 추모할 그날까지

우리는 끝까지 가야겠다.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그의 목소리를 웃으며

반추하고 그의 영화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간다.



이선균배우

미 안 하 다.

잘 가시라.


당신이 못다간 그 끝

우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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