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이 바로 공부하는 것 아니겠어요?
30대 중반, 지금도 나는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공부를 한다. 어쩌다 친구들이랑 연락을 하면,
"내가 이 나이에도 진로를 고민할 줄은 몰랐어."
하며 넋두리를 한다. 공부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요즘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창 시절 내내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고, 학부와 대학원에서도 영어를 공부해야했고, 잠시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영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공부를 오래 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계속 공부만 하고 살 줄은 몰랐다.
이십여 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으려나. 오랜만에 우리 집에 이모가 오셔서는 이렇게 물으셨다.
"공부는 잘하고 있니?"
그때 어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을 했나 아니면 그 질문이 마음에 안 들었나,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이모,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만이 꼭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배우는 것이 공부라고 한다면, 저는 매일매일 살아가며 뭔가를 배우고 있으니까,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말 피곤한 꼬마가 아닐 수 없다)
삶을 통해서 배우는 모든 것이 공부라고 말하던 당돌한 꼬마애는 이제 딱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처지에 놓인 지 오래다.
내가 키우는 우리 5세 7세 두 아들,
이 아이들은 아직까지 내가 발견하기로는 책상에서 하는 공부에 흥미가 영 없다.
다른 아이들은 이때부터도 문제집을 하루에 몇 장씩 푼다던데, 긴 글을 쓴다던데 하면서 약간 내가 아이들을 너무 공부를 안 시키나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꼬꼬마 시절 했던 그 대답처럼 인생 자체가 공부라는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니,
그래 얘네들도 공부를 참 잘해오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배웠네.
필요해서, 하려고 해서 하는 공부도 있지만 사실 정말 그냥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공부랄까.
그래,
이제부터는 이 단어를 좀 더 포괄적으로 정의해 버리자.
그러면 나는,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진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인생을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좋든 싫든 언제나 차곡차곡 쌓여가니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모두 공부왕 찐천재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 매주 금요일 연재
(간혹 조금 빨리 올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