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빠의 초보 살림 도전기
콩자반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다. 약간 달착지근하면서 씹는 맛이 있어 자꾸 손이 간다. 먹어는 보았지만 한 번도 만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을 서치 하며 도전.
나는 검은콩 종류를 구별 못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종류가 다양한데, 이번에 콩자반으로 쓸 콩은 서리태라고 한다. 껍질은 검은데 속은 푸르스름한 빛이 난다. 서리가 내리고 추수한다고 하여 서리태라고 한다.
우선 콩을 한 컵 담아 물에 4시간 정도 불려야 한다. 불린 콩은 부피가 늘어나서 거의 두 컵 정도의 양이 되었다. 콩을 골라낸다고 했는데도 아래 사진만 봐도 더 골라낼 게 보인다. 한눈에 봐도 초보자라고 할 수 있다.
불린 콩은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물 한 컵 반 정도를 붓고, 진간장을 세 스푼 넣었다. 불린 콩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좀 덜어서 밥하는데 넣었다. 레시피에는 콩 한 컵이라고 했는데 불리니 갑자기 두 컵 정도가 되어서 불안이 올라왔다. 중불에 30분 정도 가열했는데도 아직 물이 자박자박하다. 먹어보니 콩은 익었다. 고민하다 그냥 물을 적당히 퍼냈다. 또 초보 아빠 티가 났다.
올리고당을 휘휘 두르고, 설탕도 한 스푼 넣고 뒤적여 주었다. 진간장이 졸아붙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비주얼이 좀 나오는 것 같았다. 먹어보니 짜면서도 단 맛이 약간 났다. 요리에는 양념을 정확하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헷갈린다. 요리 많이 한 엄마들은 눈대중으로 쓱쓱 하고 맛을 보아가며 조절하는데 그건 프로의 경지다.
그릇에 담아놓고 보니 깨가 없다. 깨만 있으면 사진도 잘 나오고 맛도 있을 텐데 초보 아빠 티를 마지막까지 내고 말았다. 해보니 어렵지는 않은데, 문제는 맛이다. 그래도 미약하나마 완성이 되었다는데 위안이 된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