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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밀 Oct 23. 2022

숨고르기가 필요한 날들을 위해

내 몫의 시간을 가지런히


 둘째 아이를 뱃속에 품은 시절, 본격 전업맘의 길로 들어섰다. 아이는 어느덧 자라 격동의 3세를 가까스로 통과하고 있고, 그사이 학령기에 안착한 첫째 또한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자주 필요로 한다.


 두 아이의 활동반경 안에서만 종종걸음 하며 지내다 보니 엄마를 향한 아이의 절절한 마음에 새삼 애틋해져 가진 에너지 이상의 심혈을 육아에 쏟아붓다가도 금세 고꾸라지고 마는 방전 데이를 1+1처럼 껴안았다. 적당하지 못한 날은 꼭 탈이 났고, 날마다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노련해지고 싶었다. 당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침착하게 대처하고 싶었다. 답은 하나였다. 나를 상냥히 살피는 일에 더 이상 무심해서는 안되었다.



 

 스물네 시간의 하루 총량 중에 나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에 흠뻑 집중해보기로 했다. 막연히 읽고 드물게 쓰던 습관에서 벗어나고자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잘 쓰고 싶은 마음 덕에 더 많이 읽는 습관을 얻었다. 창작에 도움이 될 만한 강연을 찾아 듣고, 노랫말을 직접 쓰고 불러보는 의미 있는 수업에 참여했다. 관심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좋아하는 말들을 수집하고, 취향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 자연스레 지나온 삶의 궤적을 되새길 수 있었다.


 결국 나를 채우며 스스로가 충만해지니 삶을 대하는 너그러운 태도는 저절로 뒤따랐다. 주양육자이자 아내로만 살아가는 지난한 항해를 거치는 동안, 급속 충전된 자기효능감으로 행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제 몫의 시간을 가지런하게 보내 보기로 했다.


 그 시간들이 더디 가거나 때로는 쏜살같이 지나가더라도 저마다의 방식과 속도에 따라 묵묵히 가는 길보다 더 확실한 해답이 과연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의 터널을 이제 막 절반쯤 지나왔다. 희미하게나마 낙관의 미래가 그려진다.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이야말로 앞으로의 나를 지탱할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안다.

 한 시절의 노고, 기쁨과 슬픔, 그로 인한 자그마한 통찰이 언젠가 낡고 하찮은 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오늘을 써내려간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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