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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근 Content Writer May 09. 2021

야간에 문화유산 거닐며 느껴보는 디지털 산책

인문과 예술, ICT가 융합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야경

[2021.05.09. 이창근 칼럼니스트] 이제 여름의 문턱을 앞둔 봄의 마지막 5월이다. 딱 산책하기 좋은 선선한 계절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여행 트렌드도 비대면 관광지가 선호된다. 집 주변의 가벼운 산책조차도 사람이 밀집되지 않는 한적한 곳, 드넓은 야외에서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여가 활용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야간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가 된다. 특히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이른바 '뷰 포인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안전한 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역시 문화유산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수원화성 ⓒ 수원시


경기 수원시(시장 염태영)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화성행궁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야간개장한다는 소식이다. 낮보다 더 아름다운 밤의 도심 속 문화유산 화성행궁은 야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한 야간관광 명소로 고즈넉한 운치를 자아낸다.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길영배)이 주관하는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화성행궁 구석구석을 산책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화성행궁 곳곳에 관람객 누구나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빛의 포토존도 설치됐다. 화령전(조선 제22대 국왕 정조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의 은은한 조명은 문화재 야간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했고, 행궁 후원의 정자로 가는 숲길 산책은 다양한 문양들의 빛과 함께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부터는 야경과 함께 문화관광 해설 투어와 다채로운 공연, 조선시대 재현배우들이 몸짓으로 들려주는 수원화성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9∼10월에는 수원화성문화제, 세계유산축전(수원화성)과 연계하여 수원화성 화서문과 장안공원, 행리단길(생태교통마을)을 중심으로 인문과 예술, 과학기술이 융합한 빛의 향연, 실감페스타도 펼친다고 한다.


이렇듯 야경을 즐기는 산책 자체가 중요한 관광콘텐츠가 된다. 야간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장 동력이자 미래산업이다. 지역의 야간경관을 아름다운 산책코스로 만들면 관광객이 체류하고 싶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돼 체재일수 확대에 따른 관광소비 효과를 창출한다.


▲ 주간에 바라본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화서문 풍경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야간경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야간경제를 '오후 6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관련 산업 범주를 구분하고 있으며, 야간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관광이 차지하고 있다.


야간관광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City that never sleeps)' 뉴욕시의 2019년 보고에 따르면 야간관광을 통해 약 190억 달러(원화 약 23.3조 원)의 경제효과와 19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일본 관광청에서도 2020년부터 약 10억 엔(원화 약 11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야간관광사업 기반 육성 등에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런던 야간경제위원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야간관광은 '관광객 지출 증대 효과와 함께 유동인구 증가, 심야시간대의 위험요소 및 범죄율 감소에도 상당한 이바지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야간관광은 관광객의 지방 숙박일수 증가로 인한 관광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 이른바 심리 방역이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조화된 야경은 '마음 백신'이 된다.


2003년 유네스코(UNESCO)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디지털 유산은 인류의 지식과 표현의 독특한 자원들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법적·의학적 정보 및 그 밖의 정보, 또는 현존하는 아날로그 자원의 디지털 전환 형식과 함께, 문화적·교육적·과학적·행정적 자원을 포괄한다'로 정의했다. 즉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 연구, 응용하고 콘텐츠로 보급하는 개념이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다.


▲ 충남 공주의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산성 야경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 공주 공산성 앞 카페에서 바라본 금서루 모습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이 디지털 헤리티지를 문화재 활용과 관광자원 개발로 확장한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지자체와 함께 올해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을 활용, 야경과 결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인다. 개방된 야외 문화재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 밀집, 밀폐를 차단하며,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는 워킹스루(Walking-thru, 도보 이동형) 형식의 분산형 관람 프로그램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여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문화유산을 이해·전달,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명실상부한 인문지식과 과학기술이 융합된 문화재의 새로운 가치 재창출이다. 세계유산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헤리티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다


7∼8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법주사(충북 보은), 8∼9월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산성(충남 공주), 정림사지(충남 부여), 미륵사지(전북 익산), 9∼10월 <수원화성> 화서문(경기 수원)에서 미디어파사드, 인터랙티브 아트, 빛의 거리 등의 디지털 헤리티지를 야간산책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 침체에 대한 효과적 대책으로 야간관광은 관광지출, 고용창출, 여가선용 등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다. 야간관광은 지역의 경관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에 중요한 문화경제가 된다. 불 꺼진 지역의 상권을 다시 밝히는 희망의 빛이다.


어느 때보다도 문화를 통한 치유가 절실한 작금의 현실이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여기에 더한 관광콘텐츠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위안과 활력의 치유제다. 야간에 개장한 우리 주변의 문화유산을 거닐며 지친 일상의 피로, '나'를 위로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기사는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가 발행하는 한류콘텐츠 문화미디어 [전통플랫폼 헤리스타]에 함께 게재됩니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
: 문화정책을 전공한 예술경영학박사(Ph.D.)로 문화산업컨설턴트인 동시에 콘텐츠산업을 읽고 쓰는 작가(Content Writer)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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