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탱 Sep 27. 2023

"누나가 사줄게!"를 오사카에서 외쳤습니다.

지탱엽서 #1호

누나가 사줄게 in 오사카


동생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고민 없이 행선지를 오사카와 교토로 정했습니다. 한 살 터울인 사촌 동생이 3개월 전부터 오사카에 건너가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언제 한국에 들어올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오사카에서는 사촌 동생, 그리고 동생과 함께 일정을 보냈습니다.


두 남정네(?)와 함께 오사카 거리를 누비는데 꽤 든든하더군요? 남정네들이 저보다 발걸음이 빨라서 계속해서 앞서 나가길래 뒤에서 엄마 미소를 지으며 뒷모습 사진을 몇 장 찍어뒀습니다.


가장 먼저 신사이바시역으로 가서 신발 쇼핑을 했어요. 제 샌들을 사는 김에 사촌 동생에게도 샌들을 선물했습니다. 직장에 적응하느라 일본에 와서 쇼핑을 한 번도 못 했대요. 손사래 치면서 사양하는 사촌 동생에게 "그냥 올해 생일선물이라고 치자. 다음에 일본 놀러 오면 맛있는 거 사줘!"라고 이야기하며 꾸역꾸역 새 신을 신겼어요. 자주 연락은 못해도 "누나가 사줄게!"라는 말로, 새로운 길을 선택한 사촌 동생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없이 응원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이 엽서가 도착하는 시간쯤 저는 아마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거예요. 20살이 되고 처음 해외여행을 왔던 곳을 다시 가볼 생각에 마음이 벌써 설렙니다. 얼마나 푸른 초록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잘 다녀와서 또 엽서를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추신]

사실 지금 동생과 여행하는 것이 (살짝?) 꿈만 같습니다. 저는 남동생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누나였거든요. 아직 크게 싸운 적이 없기 때문에 (1) 여행할 때 잘 맞는 것 같고 (2) 동생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고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제 동생은 생각보다 옷과 음식에 대한 조예가 깊고, 대문자 J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소문자 j]와 [소문자 p] 그 언저리의 사람 같아요. (대문자 P인 저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더군요. 후-훗)

첫 엽서 사진은 [오사카, 키타하마 -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에서 강가 맞은편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완전 무보정이에요..!



여행하는 마디터 지탱이 어느날, 여행지에서 당신에게 엽서를 보내드려요.


어느 날 어딘지 모를 여행지에서 당신에게 엽서 한 장을 부칠게요.

이 엽서가 당신의 하루를 지탱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우리 함께 여행해요.


지탱엽서 구독하기 

지난 뉴스레터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