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이사를 앞두고 있다. 37주차 이사가 새삼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코로나가 너무 많이 퍼졌고, 아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계속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새집으로 입주하려니 신경쓸 것들이 많다. 그래서 매일같이 이런 저런 것들을 검색하고 신경쓰다 보면 핸드폰을 매일 달고 사는 나를 마주한다. 코로나 걸리면 아픈 것보다 아기를 못 낳으러 간다는 무서운 소식들을 들으며 마음만 조심하는 그런 나날들이다.
며칠 전 침대 밑에서 자던 나에게 침대 위에서 자던 둘째가 잠결에 점프를 했다. 말그대로 폭풍점프. 그것도 바로 배를 향해서. 하필 똑바로 누워 자고 있던 나에게 배로 그대로 하강한 둘째의 무게에 어찌나 놀랬던지. 괜히 태동이 줄어든 것 같고, 괜히 배가 불편한 것 같고, 아직도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다. 다행히 선생님 말씀은 양수가 있기에 아이는 멀쩡 하다는 이야기. 알면서도 물어보고 확인받고 싶어서 또 물어보고 아이를 낳는 일도 키우는 일도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1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사로 병원이 훨씬 멀어지는 상황이고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기에 2주 후에 가기로 하였다. 갈때마다 병원비가 5만원 정도 나와서 부담스러운 것도 있다. 분만비에 조리비, 그리고 외벌이 월급으로 세 아이의 교육비부터 식비 그리고 기저귀값까지 생각하면 괜히 머리가 아파진다. 엄마가 어렸을 적 매일 돈, 돈 했던 말들이 어느새 내 입으로 번져 나도 아이들에게 매일 돈, 돈 하고 있다.
31주차 쯤부터일까 2주마다 한번씩 태동검사, 막달검사를 진행했다. 어제는 소변검사를 재검했고, 아이가 태어날 때를 대비해 패혈증 균검사까지 진행했다. 검사의 향연이다. 먹는 것만 잘 조절하라는 선생님 말씀과 달리 병원은 바쁘게 움직인다. 혹시나 모를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무사히 아이를 뱃속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수선스럽게 한 땀 한 땀 준비 중이다.
몸무게는 2주에 한번 갈 때 마다 1키로씩 열심히 늘고 있다. 시작점이 높은 편이라, 늘 임신 할 때마다 앞자리가 어마무시해지는데, 첫째 때는 많이 충격이더니, 지금은 그저 그러려니 한다. 그래... 남편이랑 똑같은 앞자리 아닌게 어디야 하면서, 그리고 물론 출산 후 이 몸무게가 한참을 내려가지 않을 때 폭풍 스트레스 받겠지. 그런 것들이 많이, 예상된다.
선생님은 별일이 없으면 검진 때 보고, 진통이 오면 분만장에서 보자 하며 초음파를 마쳤다. 이 시기엔 정말 언제가 마지막 검진인지 모르기에 매 검진이 긴장된다. 첫째 둘째 때 갑자기 멈춰진 출산수첩의 기록들 처럼, 임신도 갑자기 출산도 갑자기 때가 되면 그 모든 것들이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그저 무사히 아이가 잘 나오고, 그저 무사히 내가 잘 견뎌주고, 그저 무사히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새로운 사람과 공간 환경 속에 잘 적응하였으면 좋겠다. 힘든걸 너무 잘 알고 가는 길이다만 그만큼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그나저나 아이 낳고 난 공부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편한 지금도 공부가 이렇게 잘 안되는데 동기 부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나는 여전히 별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