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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May 29. 2022

(육아에세이) 2. 돈, 돈, 돈.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그만큼 떨어져서인걸까요. 저는 주변에 자녀 있는 분들이 많아 체감상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아이를 낳아도 당장 1년은 먹고 살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셋째를 낳고 이런 저런 경로로 450만원이 들어왔습니다. 남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저에겐 꽤 큰 금액이어서 그 돈의 존재만으로 어찌나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많이 먹는 딸 산후조리 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엄마 아빠께 작은 선물도 드릴 수도 있었고, 셋째 기저귀 값은 물론 첫째 둘째 반찬 값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시간이 온전히 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통장 잔고에 돈이 자꾸 줄어들던 때였습니다. 셋째를 가지고도 출산, 육아 보다 '무급'이 더 두려웠지요. 그래도 일단 지금은 '있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마침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책이 Having 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음에 집중하라고, 돈을 쓸 때도 그 행복감에 집중해 보라고, 그런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자꾸 느끼다 보면 더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하네요. 처음엔 떨떠름하게 보기도 했다만... 걱정한다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도 없다는 걸 둘째 때 톡톡히 경험해봐서인지 이번엔 정말 '지금' '내가 가진 것' '나라에서 준 소중한 돈' '열심히 모아둔 돈' 덕분에 '쓸 수 있는 행복'에 집중하고 감사함을 느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나게 쓰고 있는데... 남편은 말이죠.    

  

    남편의 어깨가 많이 무거운 가 봅니다. 며칠 전 부터 '부업으로 월급 뛰어 넘었어요', '이것만 따라하면 나도 부자' 이런 유튜브를 자꾸 보냅니다. 나보고 하라는 건지, 본인이 하겠다는 건지, 같이 하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보냅니다. 지금은 이자만 낸다쳐도 거치기간이 끝나서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그 날을 생각하면 아찔하겠죠. 그 아찔함은 저보다 남편이 조금 더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남녀 문제라기 보다 우리 부부 사이에서 남편이 조금 더 그 쪽을 담당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듯합니다. 매일 낚시나 골프 같은 본인 취미 생활을 열심히 즐기다가 제가 한 마디 하면, 요즘 누가 자기계발 하냐며 시큰둥 하던 그가 갑자기 이제와서 부업이라뇨. 이제는 제가 시큰둥해진 찰나라, 부부사이란 참 동상이몽 이구나 싶습니다. 남편이 뭔가 '적극적'이어진 것이 싫다는 말은 아니지만, '2년 뒤 돈 때문에 힘들 때 왜 지금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은 정말이지 공감하지만, 남편이 갑자기 '돈'에만 주목하며 '인생 한 방' 같은 유튜브를 보는 것이 왜 불안할까요. 전혀 같은 상황은 아닙니다만, 사업 한 방을 노리다 집이 한 채 뚝딱 날라간 아빠의 청년 시절이 왜, 자꾸만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가정 경제를 생각하는 것,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것, 모두 알겠지만 그래도 그가 너무 돈, 돈 하지 않기를, 그래서 7살, 4살 그리고 50일을 갓 지난 세 아이가 웃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이상적인걸까요. 무언가 시작해서 성공하면 좋겠으면서도,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돈 보다도, 평생의 지식과 마음, 그리고 사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걱정이 많고 따지는 게 많아서일까요. 그래서 제가 그 시작 조차 잘 못하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제 기우고, 남편이 진짜 '인생 한 방'을 해서 2년 뒤 저를 부끄럽게 만든다면 정말 좋긴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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