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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떼 Apr 19. 2022

아직은 딩크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제주에 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결혼한 지 5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났다

결혼하고 1년은 내가 살던 8평 원룸에서

또 2년은 비로소 어른의 집 같았던 부부의 첫 집에서

그러다 제주로 제주에서도 또 시내로

5년이란 시간 동안 참 부지런히 거처를 옮기며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여전한 것이 있다면

지금을 즐기며 살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다짐


다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

'나는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거야.' 정도의 일에만

다짐이란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결혼을 약속하기도 전에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아이를 싶지 않은 사람이었고

나는 아이는 꼭 낳아야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아이가 없는 결혼생활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아이가 없으면 부부 사이가 쉽게 소원해진다던데

정말 그렇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마음을 지금의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둘의 사랑이 아닌 - 아이로 인해 깨어지지 않을 결혼이라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것과 관계없이 둘의 사이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 거 아닐까?

아이 때문에 유지되는 결혼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우리는 서로를 오래 사랑하기를 바랄 뿐인 거지

라고 말했다


맞다

아이 때문에 멀어진 사이를 붙잡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로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이날의 대화를 통해 우린 비로소 딩크 부부가 되었다


언젠가 정말 우리를 닮은 아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혹시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그럼 그때 낳을 수도 있지 (하늘이 허락한다면) 하는 마음 덕분에

쉽지 않을 수 있었던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은 딩크다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어쩌면 우린 완전한 딩크라고 정의 내려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정말 사랑하는 나의 첫 조카의 탄생에서 비롯되었는데

조카가 태어났을 무렵 오빠가 다니던 회사가 엄청 바쁜 시기였고

지방 출신인 오빠와 언니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둘이서 온전히 육아를 해냈어야 했다

그래서 상의 끝에 가족 중 유일하게 같은 서울에 살던 내가 오빠 부부를 조금 돕기(?)로 했던 것

사실상 육아에 도움을 준 건 아니고 언니의 말동무, 식사 메이트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게 약 1년 정도

육아의 현장을 코 앞에서 목격하고 나니

육아로 인한 육체적인 힘듦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엄청나다는 것과

전문직인 오빠와 공무원인 언니

내 기준엔 평균 이상의 직업을 가진 두 사람조차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녹록지 않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들보다 훨씬 평범한 직업을 가진 내가

서울의 집값, 그리고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그리고 어릴 때 부모님 맞벌이로 인해 외로운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

아이를 낳으면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하고 보니 나는 과연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또한 나는 육아를 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달까


온전히 나를 위한 결정

나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둔 결정이었다



어쩌면 언젠가

아 그때 다른 결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타인에 의한, 타인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으므로

그래서 그때의 너는 행복했잖아

하며 나를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은 딩크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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