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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 쌤 Dec 23. 2019

소아과 의사가 권하는 책 - 《엄마의 말공부》

부모의 바람직한 가치관에서 비롯된 말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 엄마의 말공부 | 이임숙 | 카시오페아 | 2015-04-20 ]


육아에 관한 서적을 읽으면 저는 어린 시절을 되새깁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훈육방식과 그때 나의 감정과 반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요.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꽤나 가물가물하고 부정확할지는 모르지만.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눈치를 많이 보았던 아이였습니다. 나름의 기준 내에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그 기준 밖의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을 때 항상 눈치를 보고 말을 못 꺼낼 때가 많았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뭔가 의견을 꺼내기 전에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살피고 안 될 것 같으면 의견을 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반면, 주변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거지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를 권하는 가정에서 자라왔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전자가 틀리고, 후자가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국 부모의 가치관과 그것에서 비롯한 말, 훈육방식이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저는 아이가 없지만, 가끔 누나의 아이들을 봅니다. 저는 꽤나 엄한 삼촌이에요. 아직은 논리적 사고가 확실치 않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논리적인 삼촌은 어쩌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말만 잘 들으면 평화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주는 대로 먹고, 입히는 대로 입고, 씻으라고 명령하면 군소리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를 원하는가? (중략) 아이는 매 순간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리다는 이유로 명령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p.107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고, 그것을 아이가 따랐으면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나름의 사고 체계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잊곤 하지요.


어떤 부모이건 간에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어른이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 안달이지만 별로 의미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이 이미 잃어버린 꿈과 가능성과 잠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그러니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아주 많이 본다. -p.58


아이들의 생각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봐주면서 공감하고, 같이 대화하며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며, '엄마의 말공부'의 시작점입니다.



"저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요. 이런저런 상황이 되면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결국 저는 아이를 혼내고, 아이는 울게 되지요."

원칙만 정해놓고, 실질적인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이 될 뿐입니다. 저자는 하루를 기준으로 아침부터 밤에 아이가 잠들 때까지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아이와 함께하는 대화법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바쁜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상황에 대해서 봅시다. 아이를 깨울 때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기분 좋게 눈을 떠야 하고, 오늘 하루 기대할 일이 있도록 하고, 깨워주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중에서 기분 좋게 아이를 깨우는 법으로 《혹부리 할아버지》를 읽어주는 예시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기분 좋게 잠에서 깰지 고민하던 한 엄마는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깨우기로 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아이가 좋아하는 《혹부리 할아버지》를 읽어준다. 2~3분이 흘러도 아이가 일어나지 않으니 이렇게 말한다.

엄마: 한참을 읽어도 안 듣네. 그만 읽어야겠다.
아이: (눈을 지그시 뜨며) 듣고 있어. 읽어줘. (눈을 다시 감는다)
엄마: 도깨비들은 또 한 번 요술 방망이를 휘둘렀어요. 혹 떨어져라, 뚝딱!
아이: (입을 오물거리며) 뚝딱!
엄마: 혹 떨어져라, 뚝딱! 잠에서 깨어나라, 뚝딱!

어느새 아이는 눈을 뜨고 엄마와 함께 "뚝딱!"을 외치며 웃고 있다. -p. 100, 101


사실 좀 놀랐습니다. 예전에 엄마와 함께한 기분 좋은 아침 기억이 생각나서 말이죠. 이런 방법은 매번 성공하지는 못해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일어나!"라고 아침에 불을 탁! 켜는 행동 대신에, 잠시의 시간을 들여 기분 좋게 아이를 깨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부모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결국 알게 됩니다.    



《엄마의 말공부》는 앞서 언급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말과 태도에 대한 내용, 일과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대화법뿐만 아니라 방학과 여가, 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제목과 내용에도 '엄마'라는 단어가 계속 쓰이지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늘어나는 만큼 이 책의 내용은 '엄마'와 '아빠', 즉 부모에게 모두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는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인생을 계획하는 부부가 같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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