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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찬호 Jul 04. 2023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시작하는 글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0/


나의 진로를 돌아보자면 주변에 비해 비교적 굴곡져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버지의 손재주를 고스란히 닮았던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장래희망은 아티스트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뜬금없이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에 매료된 나는 자연스럽게 생명공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서서히 생명과학에 흥미를 잃게 된 나는 다시금 예술로 전공을 바꾸고 싶었고, 단순한 꿈을 넘어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적인 목표가 더해져 시각디자인을 복수전공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드물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복수전공생으로 끝났을 것이다. 디자인 전공을 시작할 즈음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나는 마치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해외 유학을 꿈꾸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네덜란드에서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던 중 사정이 생겨 딱 절반까지만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어, 이로써 전과, 복수전공, 자퇴까지 학업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버렸다. 그렇게 해외 유학을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반쪽에 반쪽에 반쪽이 더해져 하나 반짜리 인간이 되어있었다.


처음 과학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모든 것의 원리를 알 수 있었으니깐. 어떻게 식물은 물과 햇빛만으로 살아갈 수 있고, 왜 물이 얼어 얼음이 되면 부피가 늘어나는 것인지,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게 과학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도 도서관에 박혀서 생명과학 잡지를 닳도록 읽었던 나는, 이상하게도 대학교에서 깊이 배우면 배울수록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그러던 중 어릴 적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꿈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시각디자인 복수전공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예술의 길에 들어서게 된 나는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과학이라는 배움이 마치 하나의 언어처럼 나의 관점에 자리 잡게 되었고, 후에 배우게 된 디자인과 예술 또한 또 하나의 언어로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은 아주 멀게 느껴지지만 실은 굉장히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며 분야이다. 바로, 무언가가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하게 된 나에게, 세상은 이전과 매우 다르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다양한 예술적 메시지들과, 만물의 구성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은, 단순히 세상을 "본다"는 것을 넘어 "이해하는" 차원으로 나를 인도해 주었다. 


이를 통해 철학이라는 또 다른 관점이 나에게 자리 잡게 되었다. 


과학과 예술 그사이 철학 이라는 제목으로 그간 세상에서 배우고 느끼고, 이해하게 된 과정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 또한 아직도 세상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에, 그리고 온 생을 바쳐도 세상 모든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기에, 아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닌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과학과 예술 그사이 철학,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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