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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29. 2022

여는 글

버들에게

잎사귀마다 부딪히는 소리가 꼭 빗소리같았던 오후. 사선의 햇살 아래 나른하게 눈꺼풀을 내린 버들이가 있다.

짙고 짧은 털의 고양이. 얕은 숨으로 작게 들썩이는 고양이.

물끄러미 바라보면 어느새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똑바로 시선을 맞춰주는, 동그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버들이에게 종종 묻는다.



버들아. 오늘은 무슨 생각을 했어?



시옷 자로 꾹 다문 입매를 보고 추측만 할 뿐 네 정확한 마음을 알 길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이 궁금한 것 투성이였기를.

긴장되지 않고 평안했기를.

배부르고, 따뜻하고, 외롭지 않았기를.



내 시간의 절반을 뚝 떼어내 너에게 전부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아쉬워.

대신

내 시간을 너에게 담을게.


꾹꾹 담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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