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많이 지쳤던 탓이겠지. 아침부터 전력으로 뛰었다는 사실에 몸이 버틸 수 없었던 거겠지.
'딱, 한 시간만 눈을 붙이자'
똑딱, 똑딱, 들리지 않는 초침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내겐 이상한 고집이 하나 있는데 내가 부리는 건지, 아니면 몸이 부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최대한 멀리 두고,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지만, 이게 웬걸 평소보다 더 맑고 또렷했다.
후... 눈을 뜨고 싶지는 않은 마음에
나는 오랜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다고 믿는 나는 꽤 오랫동안 상상했다. 햇수로만 최소 5년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늘 그 끝에는 '허무'라는 두 글자만 남아있다. 아프게 죽든, 평화롭게 죽든, 어떻게 죽든 그 끝은 분명 무의 영역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발악하기로 했다.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들로 채우자. 그래서 글을 썼고, 독립 출판을 통해 책을 냈고, 지금은 사진작가로서 일을 한다. 그렇다면, '허무'라는 두 글자에 이름 세 글자 정도는 새길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오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의 정서에 수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보통은 어떻게 죽을지,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을 때를 대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생각했다면, 오늘은 죽음 뒤에 있을 무언가에 대해 상상했다. 한 곳은 굉장히 평화로운 모습이었고, 또 한 곳은 현재와 같은 일상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곳은 누구도 가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장소를 택할지에 대한 고민.
그 끝에 나는 현재와도 같은 일상을 선택했다. 아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지금의 삶. 너무나도 흥미로운 지금이 내겐 천국과 같아서.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