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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연 Feb 17. 2022

[영국워홀] 6. 멘붕의 비행기 연착. 영어공부를 하자

"음.... 뭐라고?"

당시 묵었던 호텔. 공항 근처의 ibis 호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장 다음 달 월세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이때,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됐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호텔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위스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주말 동안 스위스에 갔다. 그리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월요일 오전 7시로 예약했다. 오후에 어학원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 새벽 5시쯤에는 가야 하니, 숙박비도 아낄 겸 공항에서 밤새려고 공항에 저녁 8시쯤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공항의 불도 다 꺼져서 무서웠다. 그래서 짐 검사를 미리 통과하고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앞 대기실에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 적어도 아무나 못 들어가니까. 그래서 저녁 9시쯤 미리 짐 검사받고 들어갔다.  


다음날 비행기이므로 게이트 앞 아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직원이 쫓아와서 자꾸 게이트로 가란다. 나는 내일 아침 비행기인데 왜 자꾸 지금 게이트로 가라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내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는데도 자꾸만 가라고 했다. 이해가 안돼서 가다가 말고 앉고, 또 가다가 말고 앉았더니 결국 두 명의 직원이 나를 친히 게이트 앞으로 모셔다 줬다. 그 게이트에는 지금 막 출발할 런던행 비행기가 있었다. 



게이트 앞에 있던 항공사 직원이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데, 


"너의 오전 7시 비행기가 오후 6시로 변경됐어."


그리고 뭐하고 설명해주는데, 저 문장 외에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영어로 설명)~~~ 이해했니?"

"음……뭐라고?" 


이 상황을 3번쯤 반복하니까 직원이 결국 폭발했다.  


"영어로 이야기해도 네가 못 알아들으니까 내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영어를 하는 친구한테 전화해봐."   



영국 온 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황당하게도 내가 3주간 머물렀던 한인민박집 사장님이었다. 염치 불고하고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당황스러웠을 사장님은 그래도 도와주셨다. 직원의 말은 '원래 내가 예약한 비행기가 저녁 7시로 연착되었다.'가 끝이었다고 한다.  


직원은 나에게 네가 원래 예약한, 저녁으로 연착된 그 비행기를 탈 거냐고 물어봤다. 나는 굳이 그 비행기일 필요는 없고 단지 내일 아침에 가야 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티켓 교환이나 환불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그냥 내일 아침에 원래 비행기 체크인 시간에 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나보고 호텔에 가라고 했다... 호텔 갈 돈 없는데... 그것도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그래서 공항에 있으면 안 되냐니까 그래도 되고 결정은 네가 하는 건데 잘 생각해보라고 한다.  



"호텔에 가면 돈 내야 하잖아.."

"It's free!!!" 



나 때문에 퇴근 못하고 있던 직원 6명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항공사에서 이미 예약해서 무료라고. 아까 내가 말하지 않았냐고.  



"아 그래? 그러면 호텔 갈게. 고마워!!" 



그렇게 공항을 떠났다. 그러니까 원래 밤 9시 비행기가 내일 아침으로 연착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승객들이 항의하여 호텔 제공을 해준 것 같았다. 내 비행기는 그것 때문에 밀려서 오후로 변경된 거고. 마침 일찍 보딩게이트에 들어갔던 나는 그 저녁 승객들과 합류를 하게 되어 호텔에 온 것이다.  



황당한 사건을 겪고 나니, 영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의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다른 승객들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데 나는 못 알아들어서 전혀 이야기할 수 없었다.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싫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원래 예정되어있던 비행기 스케줄대로 잘 타고 런던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연착이 된 게 아니었나. 모바일 티켓을 발권받았기에 체크인 시 항공사 데스크에 갈 필요가 없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굳이 가서 비행기 티켓을 출력해달라고 했다. 불안해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런던에 잘 도착했다. 아니 그러면 공항에서 전날 밤에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 들어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아무튼 그렇게 뜻하지 않게 무료 호텔을 제공받고 무사히 예정대로 집에 돌아갔다. 예상치 못하게 다사다난했던 스위스 여행이었다.


아름다웠던 스위스 루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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