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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Mar 30. 2024

컷을 쉬면서 난 카페에

카페에서 잠시 한 숨 고르다

 아버지는 나중에 필름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신 뒤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카페에서 혼자 남아 물만 남은 커피 잔을 빨대로 휘적거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준 여자들은 내 바로 뒤 테이블에서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고 내 옆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난 창가 자리를 멍 때리며 바깥의 건물, 전봇대,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더 사진을 찍을 마음은 들지 않았고 그냥 지쳐 쉬고 있을 뿐이었다.


 드르륵, 뒤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 여자 둘이 떠나는 구나. 난 심드렁하니 엎드려 빨대를 질겅 씹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누가 조심스레 앉았다. 사진학과 여자의 친구였다. 그녀는 a사의 항공점퍼에 검은 티셔츠와 군용 바지를 입고 나이키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여자는 사진학과 여자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조심스레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나도 별 관심이 없어 사진기의 조정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의 수다가 의자 사이의 침묵을 채우던 사이, 그녀의 말 한 마디가 그걸 비집고 들어왔다. "사진 찍은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예?" "사진 찍은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어... 대략 1개월 정도 되었죠?" 갑작스런 질문에 난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건 왜요?" 내가 물었다. "아니, 별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요. 사진이 제 취향에 들어서요. 1달이면 짧으신데 잘 찍으시네요." 난 그때서야 눈을 풀며 감사하다고 꾸벅 고개를 간단히 숙였다. "이 사진에선 제가 안 보여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보통 사람을 찍는다 하면 사람이 주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 사진에선 제가 안 보이고 이 전체가 보여요. 그냥, 저희를 찍지 않고 이 카페의 한 풍경을 찍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맘에 들어요. 흔한 사진같지가 않거든요. 요즈음 사진은 사람에 맞춰져있죠. 인생네컷이나 인스타 카메라 등등...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아요. 그런데 이 사진은 그것에서 벗어났어요. 오직 사진을 찍는 자신만을 위한 사진. 그래서 좋아요." 의도치 않았지만 그렇게 받은 그녀의 느낌에 난 이게 칭찬인가 싶었지만 다시 감사함을 표했다. "개인적이라서 그 사진학과 친구의 취향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긴 하나 제 마음에는 드네요. 너무 고마워요. 소중히 간직할게요." 그러고선 그녀는 떠나갔다. 나도 10분 쯤 있다 자리를 떴다. 그 미묘함을 자리에 남겨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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