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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홍희 Mar 28. 2021

퍼블리 저자 된 썰 푼다 # 1.

억대 연봉은 못 받아도 퍼블리 저자는 되는 3단계 (바로 시작 가능)

 정우성 씨야 거울을 볼 때마다 짜릿하겠지만, 비(김태희 남편 아님/非)-정우성들은 성과가 났을 때 죽어라고 자랑하지 않으면 삶에서 그다지 짜릿한 때가 없습니다.

오늘은 몇 번이나 짜릿하셨나요...?


 그래서 자랑 한 번 거하게 해 보겠습니다. 3월 19일, 회사 이름과 실명을 걸고 퍼블리에 「팔리는 상세 페이지에는 '이것이 있다! 와디즈 에디터의 제작 노하우」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회사 이름을 같이 내건 건 (물론 내 이름만으로 브랜딩이 안 되기도 하지만) 죽더라도 혼자 죽긴 싫었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2위도 했었습니다.




 근 3개월 만의 브런치가 지 자랑이라니, 그것도 쓰겠다고 약속한 크라우드펀딩의 언어 2편도 아니고 다른 글이라니. 인성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또 랐단 말이죠. 역시 인생이란 자기 자신의 바닥을 100년에 걸쳐 확인하는 무엇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왕 자랑하는 김에 자신의 성과를 착실하게 쌓아가며, 또 오늘도 실무를 뛰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비-정우성들의 짜릿함을 위해, 도대체 인성 쓰레기이자 취업한 지 3년도 안 된 직장인이 어떻게 퍼블리 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걸 A to Z로,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산업 스파이 급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퍼블리 : ???


참고로 졸라 깁니다. (제 졸업 논문보다 긴 듯)
서서 읽고 계시다면 어디 앉을 데 찾으실 걸 권하며 이왕이면 커피도 좀 내려오십시오. 일하다 화장실에 앉은 김에 보셨다면 깔끔하게 물 내리시고 퇴근길에 보시길 추천합니다.

퍼블리는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걸 모릅니다.
그러니 여기 쓰인 모든 건 퍼블리에 콘텐츠 딱 한 번 발행해 본 제 뇌피셜입니다.



 

퍼블리 저자는 어떻게 되나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고, 또 가장 어려워하시는 게 이 부분을 것 같습니다. 대충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요.


1) 퍼블리에는 업계 탑만 글 쓰는 거 아니냐?(이번 브런치는 이것만 다룹니다.)
나는 실무 경력만 있지 글 같은 거 써본 적 없는데 이런 나도 퍼블리 저자 쌉가능?


2) 나는 퍼블리에 영혼을 갈아 넣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어필해야 하냐!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잘할 자신 있거든요? 근데 그 시작을 못하겠음


3) 브런치 작가도 겨우 붙었는데 퍼블리 저자 지원은 더 어려워 보인다!

ㅈㄱㄴ


 퍼블리에 (고작 하나뿐이지만) 콘텐츠를 발행해 본 저자로서, 실무 경력 (고작) 2년 6개월 차의 에디터로서 첫 번째 답변을 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퍼블리에는 업계 탑만 글 쓰는 거 아니냐?

 단언컨대 아닙니다. 그 증거가 접니다.

괜히 또 자랑하고 싶어서 끼워 넣어 봄. 조회수와 만족도는 3월 27일 22시 43분 기준.


 1995년 한 무리의 건장한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돌진했다는 태몽을 시작으로 만 25년째 살고 있는 인생 경력이라곤 바닥까지 털어봤자 아래가 전부입니다.

1995년 : 태어남 (우량아)

2002년 : 초등학교 입학. 월드컵의 기운을 받아 동네를 뛰어다니다 왼쪽 발목 삠

2003년 : 월드컵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왼쪽 발목을 또 삠

2014년 : 대학교 입학. 남자친구란 걸 사귀어 봄.

2015년 : 헤어짐. (자니...?) 충격으로 학교 안 가서 F 왕창 받음

2016년 : 도피성 교환학생. 스펀지처럼 영어를 흡수하는 대신 술만 흡수함.

2018년 10월 : 면접관에게 점심에 뭐 드실 거냐고 물어봤던 회사에 붙음. (아직 안 정했다고 하시길래 치즈 돈가스 드시라 함. 치즈 돈가스의 신이 곧 취뽀의 신일지도.)

2019년 2월 : 대학교 졸업

2021년 3월 : 퍼블리 저자 됨


 퍼블리는 업계 탑 카피라이터,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는 마케터, 이름만 대면 업계 모두가 아는 전설의 에디터을 저자로 원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실무단에서, 독자들보다 딱 한 발 먼저 경험(이라지만 깨지고 혼나고 넘어지다 자신만의 성공을)해본 사람들의 생생함 그 자체를 콘텐츠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을 찾는 듯합니다. 주요 키워드 위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딱 한 발 먼저 경험해본 사람들
(feat. 퍼블리 독자 타겟 정하기)

  퍼블리가 업계 20년 차, 팀장 5년 차 이런 사람들만이 아니라 이제 막 입사한 디자이너/에디터/마케터들을 위한 콘텐츠를 쓸 수 있는 2년 6개월 차 에디터도 찾는 이유는 - 외부인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 독자들이 그만큼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출처는 모두 퍼블리 (21년 3월 27일 기준)

 퍼블리에서 라이브 중인 콘텐츠들입니다. 퍼블리는 팀장부터 그 팀장의 지시를 따르는 직장인, 그리고 직장인을 꿈꾸는 취준생들을 위한 콘텐츠가 나뉘어 준비될 만큼 독자 타겟을 매우 세분화 해 콘텐츠를 기획/발행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저자가 되고 싶다면 내 경력부터 리스트로 정리하기보단 '퍼블리가 생각하는 독자 타켓'들이 듣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발행한 상세페이지 제작 노하우의 타겟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이제 고작 취업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에디터입니다. 그러니 에디터로서의 경력이 2년 6개월을 초과한 분들이라면 제 콘텐츠가 그렇게 유용하다 느끼지 않겠죠. 이미 2년 6개월 차의 실패와 고민을 딛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거나 올라가 있는 상황일 테니까요.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한 회사 안에서 경력이 어느 시점을 초과하면 실무를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관리직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에 예전만큼 공감하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특정 경력 이상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사이트가 "이 사람 나랑 같은 직무 맞아?" 할 정도로 외계의 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의 인사이트라면 그만한 것이 없겠죠.)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저보다 경력이 없는 분들을 타겟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가 보유한 실무적인 인사이트를 가장 필요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라 생각했거든요. 처음 초안을 쓸 때는 아예 '이런 분들은 제 글 읽지 마세요.'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편집할 때 짤렸읍니다




 그러니 퍼블리 저자를 꿈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나보다 딱 한 발 뒤에 있는 사람들이 뭘 궁금해할지를 분석해서 퍼블리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10년 차 직장인이라면
5년 이상 ~ 10년 미만의 직장인들을 위한 콘텐츠

5년 차 프리랜서라면
5년 미만 프리랜서들을 위한 콘텐츠

신입사원이라면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혹은 '취업 시장 개빡시다'는 걸 풍문으로 듣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대학 3~4학년

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겠습니다.




② 자신만의 성공을 해본 사람들
(feat. 발행할 콘텐츠 주제 정하기)

 내가 퍼블리에서 만나고 싶은 독자층이 정해졌다면, 이제 이들을 '무엇으로' 만날지가 중요하겠죠. 사실 퍼블리에 저자 고민을 하고 계실 정도라면 보통내기의 분들은 아니실 텐데, 그럼 아마 마음속으로는 답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네,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참 쉽죠?


 독심술로 여러분이 지금 하는 생각을 맞춰 보겠습니다 : 그런 뻔한 말 따위를 들으려고 꾸역꾸역 이따위 브런치를 읽은 줄 아냐. 이 X 같은 XX, 시X , 아 시X 이건 진짜 시X 야X 존X 도네.




 하지만 퍼블리에 매달 돈을 지불하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돈을 내고 싶을까요? 아마 만수르도 그렇게 돈 쓰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유료 독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퍼블리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콘텐츠를 굳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손해죠.


 그러니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게 핵심입니다. 제 경우, 가능한 많은 서포터를 모아야 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테크 제품이면 3040 남성들이 선호하도록, 뷰티 제품이면 2030 여성들이 선호하도록, 패션 제품이면 2030 여성/남성 모두를 홀리도록 상세페이지를 기획해야 했죠. 그거 하라고 뽑혔으니까요.


 그렇게 2년 6개월을 구르다 보니 '타겟과 제품이 천지 차이일지라도 변하지 않는 상세페이지의 기술'을 (의지와 무관하게) 습득해온 경험이 있었고, 저는 그걸 퍼블리 콘텐츠로 썼습니다. 그래서 핵심 카피 자체도 와디즈 상세페이지 쓰는 법이 아니라, 상세페이지 그 자체의 작성법을 알려드린다는 식으로 정해졌습니다.


 보통 내 타겟 독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 콘텐츠를 예로 들자면 '내가 만든 상세페이지가 안 팔린다'는 문제 상황은 인식하고 있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물론 제 뇌피셜입니다.) 그런 분들께 어렴풋하게만 느껴졌던 문제의식을 하나의 문장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내 퍼블리 콘텐츠의 주제가 되어줄 겁니다.




 그러면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요? 이때가 바로 내 경력을 정리할 때입니다. 내가 해온 일들 중에서 나보다 딱 한 발 뒤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걸 골라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10년 차 직장인이고, 5년 이상 ~ 10년 미만의 직장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래와 같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입사 1년 차, 평범한 공채 신입사원으로 들어감

입사 3년 차, 업무 적합성으로 고민하다 타 팀 이직 신청함. 짤림.

입사 4년 차, 업무가 나랑 너무 안 맞아서 고민하다 슬럼프 옴. 

입사 8년 차, 연봉 20% 올려 이직함

입사 10년 차, 이직한 곳에서 인정받아 팀장으로 승진.


 그럼 KTX를 타고 풍차돌리기를 200번 연속으로 하면서 봐도 '안 맞는 일만 했는데 이직할 수 있었던 비법'이 퍼블리 콘텐츠가 될 겁니다.


타겟 분석

입사한 지 5년 이상 되었는데 이직 경험은 없고

한 회사에서 계속 일해도 되는지 고민하면서 주변 사람들 이직 소식을 들으며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불안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콘텐츠 주제 정하기

안 맞는 일을 하면서 슬럼프가 왔는데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과

그 경험을 살려 이직을 준비하던 과정

그리고 실제로 연봉 대박 치며 이직한 비법


을 퍼블리 콘텐츠로 발행할 수 있을 것 같네요. 4년 차와 8년 차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들려만 주면 퍼블리 저자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퍼블리 발행 전에 연봉 20% 올린 비법 제게 먼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10년 차 직장인은 취준생이나, 대학 3~4학년들을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는 쓰지 못할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를 10년 차 직장인의 입장에서 들려주면 됩니다. 제가 빨간색을 '그들이 궁금해할 이야기'에만 먹였는데요. 그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는 10년 차 직장인은 보통 꼰대라고 불리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꼰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10년 차 직장인이 취준생이나 대학 3~4학년 타겟으로 콘텐츠 주제 정하기

팀장은 이런 신입사원을 찾습니다. 팀장이 읽고 싶은 자소서 쓰는 법

이런 대외활동 절대 하지 마세요! 10년 차 직장인이 뽑은 '자소서에 써도 안 읽는 대외활동' WORST 5

컴활 꼭 따야 하나요…? 직장생활 10년 하고 터득한 취업 전 배워둘 실무 스킬 TOP 3

이런 콘텐츠는 퍼블리에 돈 주며 실어달라 하셔도 안 실어줄 겁니다.
일 없어도 야근하는 신입사원으로,,, 라인 잘 타는 법,,,^^
새벽 3시,,, 회식 3차에서 분위기 띄우는 법,,,^^




③ 생생함을 콘텐츠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들
(feat. 콘텐츠 작성 방식 정하기
)

 이제 우리는 타겟도 정하고 어떤 콘텐츠를 쓸지도 정해졌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퍼블리가 알아서 해줄까요? 절대 아닙니다. 내가 나의 인사이트를 줄줄 말하고, 누군가가 그걸 콘텐츠로 바꿔와 주시기를 바란다면 대필 작가를 고용하시면 됩니다. 일단 퍼블리는 아님.


 퍼블리 저자는 자신의 손으로 기획안을 쓰고, 초안을 쓰고, 담당자의 피드백을 받아 초안을 수정해야 합니다. 수정 작업은 한 번에서 끝날 수 있겠지만 콘텐츠가 완성되어 나오기 전까지 수 차례에 걸쳐 이루어질 겁니다. 제 경우 큰 수정은 2번 정도, 이후 자잘한 부분 별 수정은 2~3회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담당자님들은 저자들이 작성한 콘텐츠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만을 주시지, 뼈대를 만들고 피드백을 소화해 피와 살을 붙이는 건 온전히 저자의 몫입니다.


 퍼블리에서 쓰시게 될 콘텐츠는 크게 '글인 것과 글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글로 구성되어 있고, 글을 이해하는 도와줄 시각적인 콘텐츠들이 중간중간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법은 아래처럼 나뉩니다.

어떤 톤으로,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어떤 시각 콘텐츠를 활용할 것이며, 얼마나 쓸 것인가?


어떤 톤으로,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똑같은 의미를 전달한다 해도 내가 어떤 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내 콘텐츠를 타겟 독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긴 호흡으로 갈지 짧은 호흡으로 갈지, 내가 혼자 줄줄 말하는 방식으로 갈지 타겟 독자와 대담하는 듯한 방식으로 갈지, 나만의 인사이트를 풀어놓을지 혹은 외부 사례를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 같은 콘텐츠를 추가해 볼지 등등이 이때 고민되어야 합니다.


 사실 여기서는 나만이 쓸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퍼블리 특성상 유료 독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저자의 스타일보다 퍼블리 독자들의 선호도가 글의 톤에 영향을 더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미 발행된 퍼블리 콘텐츠들을 주제 별로 2~3개 정도 보고, 그 아래 달린 댓글 리뷰를 살피면서 퍼블리의 독자들이 어떤 스타일의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반드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략적인 기준을 파악한 다음에 글을 쓰기 시작해야 퍼블리 독자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내 스타일의 글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못 했습니다. 그러니 퍼블리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제일 빡셌던 것도 이 부분입니다. 사담 많고 잡설 많고 실없는 소리와 각종 개드립을 사랑하며, 한 문장을 여러 개로 쪼개 질릴 때까지 반복해 말하는 저 같은 스타일은 요점 쏙쏙, 핵심 확실히, 사담을 덜어낸 단단한 글을 선호하는 퍼블리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 돈 내고 볼 가치가 없어서 날아간 부분을 포함해 초안의 반은 날렸습니다. 저자의 스타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퍼블리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퍼블리에서는 최우선 되어야 믿기 때문에 저는 결과에 이의 없습니다. 우리는 퍼블리 스타일을 사랑해서 퍼블리에 기꺼이 돈을 내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니까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썼는데 돈을 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절대 초안 그대로 글을 출판하지 않는데, 하물며 퍼블리에 글 하나 쓰려는 우리네들이 어떻게 감히 내 마음대로 쓴 글을 올리겠습니까?


어떤 시각 콘텐츠를 활용할 것이며, 얼마나 쓸 것인가?

 시각 콘텐츠는 내가 쓴 글의 이해도를 높여줄 친구입니다. 글보다 그 비중은 적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수학 시험을 볼 때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집을 풀다 보면 시험은 대충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원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시각 콘텐츠를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이미지를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왜 이미지를 선택했을까요? 제가 작성하는 글의 주제가 상세페이지 작성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가 설명하려는 '상세페이지' 자체가 이미지를 주로 활용합니다. gif나 영상 콘텐츠가 예전보다 많아지기야 했지만 여전히 상세페이지 내 대부분의 시각 콘텐츠는 이미지(사진)입니다.

 

 그리고 퍼블리는 정보성 글이 많은 곳입니다. 정보성 글은 인스타그램에 카드 뉴스 형식으로 떠돌아다니는 웃긴 썰, 레전드 고백 썰 같은 것들과 달리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게 됩니다. 그런 글에 끝도 없이 움직이는 gif가 들어가면 눈만 아프고 정신없을 겁니다. 독자들이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각 자료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gif 대신 이미지를 많이 썼습니다.


 또 영상이 들어간다면 출퇴근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아티클을 지향하는 퍼블리에서, 읽는 글보다 영상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현상이 생기겠죠. 그렇다고 영상 콘텐츠로 합쳐 버리자니 클래스101 같은 곳들과 겹치는 부분이 생길 거고요. 무엇보다 제가 영상 만들 시간이 없었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퇴근하면 영상이고 뭐고 일단 잠부터 자야 하니까요. (대표님 보고 계시죠?)


 결론적으로 내가 작성하려는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으면서, 퍼블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쓸 때는 퍼블리 독자들의 취향을 한 스푼 꼭 타는 게 좋지만, 시각 자료를 만들 때는 저자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도 무방해 보입니다. 실제로 퍼블리 측에서도 시각 자료에 대한 피드백은 최소한으로 주셨고, 그마저도 "여기는 노출값 키워주시고, 저기는 배경 날리고 인물 클로즈업 부탁드려요."가 아니라, "OO 부분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어떨까요?" 정도였습니다. 담당자마다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가볍게만 참고해 주세요.




퍼블리 저자 되기 3단계,
이 브런치까지만 읽고 바로 시작해 보세요.

 지금까지 퍼블리 저자로서

1) 퍼블리가 찾는 저자를 '독자들보다 딱 한 발 먼저 경험(자신만의 성공을)해본 사람들의 생생함을 콘텐츠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으로 정의한 뒤


2) 정의에 따라 퍼블리 저자가 되는 3단계를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습니다.

딱 한 발 먼저 경험해본 사람들 (feat. 퍼블리 독자 타겟 정하기)

자신만의 성공을 해본 사람들 (feat. 발행할 콘텐츠 주제 정하기)

생생함을 콘텐츠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들 (feat. 콘텐츠 작성 방식 정하기)


 퍼블리 저자를 고려할 정도로 자신이 업계에서 쌓아온 경력이 탄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브런치까지만 보고 즉시 퍼블리 저자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퍼블리도 적극적으로 저자를 찾고 있으니 이 브런치를 읽은 분들이 실제로 퍼블리 저자 데뷔하는 날도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자 되시면 제게도 알려 주세요. 월급 받은 것만큼 기분 좋을 듯.




hoxy 기억하시나요?

제 글은 언제나 졸라 길단 걸?

전... 물 내리시라고 경고했읍니다.

 이번 브런치는 '퍼블리 저자는 어떻게 되나요?'에서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3가지 중, 고작 1가지만을 다뤘을 뿐입니다.


1) 퍼블리에는 업계 탑만 글 쓰는 거 아니냐?(이번 브런치가 다룬 거)
나는 실무 경력만 있지 글 같은 거 써본 적 없는데 이런 나도 퍼블리 저자 쌉가능?


2) 나는 퍼블리에 영혼을 갈아넣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어필해야 하냐!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잘 할 자신 있거든요? 근데 그 시작을 못하겠음


3) 브런치 작가도 겨우 붙었는데 퍼블리 저자 지원은 더 어려워 보인다!

ㅈㄱㄴ


 세 줄 요약 시대에 여기서 더 쓰면 아무도 안 읽을 걸 알기에 - 여기까지 정독하신 분들이 과연 몇 %나 될까 매우 궁금해지는 중 - 일단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망한 시리즈인) 크라우드펀딩의 언어 꼴이 나지 않도록, 제가 퍼블리 뽕에 취해 있을 때 기세를 몰아 남은 2와 3도 꼭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거 안 다루면 지상렬.

지상렬 : ???


참고로 이 글은 퍼블리 측에서 지상렬도 아무런 금전적 지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순전히 좋아서 쓴 글임. (제 대표님은 아니지만) 퍼블리 대표님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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