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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홍희 Sep 20. 2021

인생 개노잼, 근데 이제 밤샘 노동을 곁들인….

'프로님은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해요?'에 답변 드립니다.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으면

브런치를 6개월 동안 방치했겠습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저희 팀 (와디즈 콘텐츠팀) 은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가시면 제 얼굴 큰 버전과 더불어, 제가 어떻게 실무를 뛰는지 - 아마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게 아닐까! -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와디즈 콘텐츠팀의 브런치만 개설한 게 아니라
그간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벌여봤습니다.


2021년 3월에 「퍼블리 저자 된 썰 푼다 # 1.」를 올리고 난 직후에 '빵 터졌다!'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않았고요. (저 포함, 브런치에서 글 쓰는 사람들의 소망 아닐까요. 브런치에 쓴 글 하나로 책 내고 강의하고 기타등등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 근데 역시 사는 게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퍼블리에 제 이름을 걸고 올린 세 번째 아티클「구매를 부르는 '언어'는 따로 있다! 상세페이지 언어의 온도」를 기점으로 일이 좀 늘었던 듯 합니다.


따지고 보면 올해 초부터 꾸준히 쌓아왔던 것들이 그 아티클을 기점으로 시너지를 내준 듯 해서, 꾸준히 해온 일들을 정리할 겁니다. 지 자랑 타임처럼 느끼실 수도 있겠는데요.


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거울 볼 때마다 짜릿한 정우성 씨와 달리 (非)정우성들은 성과가 났을 때 죽어라고 자랑하지 않으면 삶에서 그다지 짜릿한 때가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음. 그래도 재수 없다고요? 그럼 '답변 드립니다'란 글씨가 나올 때까지 쭉 스크롤 하시면 됨.


잠만ㅠ 뒤로가기를 부탁드린 건 아닌디ㅠ




2021년 1월,
① 패션포스트에서 외부 필진을 시작했습니다. 월 1회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상세페이지입니다. 「괜찮은 상세페이지로 살아남기」인데 세상에, 죽을 때까지 이 일만 하는 건 아니겠죠?

마감 늦어본 적 없는 게 자랑. 근데 프로필 사진 너무 옛날 거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9개월 전부터 하는 중)


2021년 3월,
② 퍼블리 저자가 되었습니다. 총 5편의 아티클을 업로드하고 지금은 쉬는 중입니다.

역시나 주제는 상세페이지. 퍼블리는 제게 정말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 곳이라 애정이 큽니다.

마감 종종 늦어서 자랑할 게 없음


2021년 7월,

③ 롯데홈쇼핑 임직원 분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21 인재사관학교 패션 아카데미에서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주제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전략'. 대학교 1학년 때 듣는 3학점 짜리 교양 강의 같지만, 딱딱하지 않게 (나름 잘) 진행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자료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편 (한 1~200장씩 만들어감)


④ 분당판교청소년수련관에서 크라우드펀딩 강의를 했습니다. 사실 요 강의는 작년부터 연례 행사처럼 (?) 나가고 있습니다. 대충 공공기관에서 불러 주시면 어디든 간다는 말,,,^^

근데 불러주실 때… 마이크를 조금만 내려주심 좋겠어요…. (키 156cm임)


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멘토가 되어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내가 과연 누군가의 멘토가 될 자격이 있나,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꽤 망설였지만 결론적으로 하길 잘했단 생각. 미팅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글을 업어와 봤습니다.


⑥ 중요한 미팅 2건이 있었는데 뭔지는 비밀입니다. 제대로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 떠벌리면 그 일은 무조건 망한다는 징크스를 2n년 째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징크스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해볼 예정ㅣⓒ최고심


2021년 8월,

⑦ 코오롱FnC 상세페이지를 준비했습니다. 기획전에 참가한 11개 브랜드 중 SLTD, 지오투, 골든베어, 볼디스트 4개의 브랜드 상세페이지를 썼습니다. 요 과정을 리뷰한 글은 와디즈 콘텐츠팀 브런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LTD 브랜드의 '순수코트'는 전량 펀딩이 마감되었습니다.


⑧ 롯데홈쇼핑 임직원 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강의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전사 단위로 확대해 한 번 더 하게 된 건데, '사례만 조금 더 추가 부탁드린다'고 해주셨지만 성격 상 그렇게 못해서 강의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만든 게 레전드. (전국의 인사팀 여러분들 보고 계시죠? 주시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하는 강사가 여기 있습니다 ^^)

자료 만드느라 밤 샜지만 새길 잘함


2021년 9월,

⑨ CJ ENM 커머스 부문의 임직원 분들을 대상으로 카피라이팅 강의를 했습니다. CJ는 취준 시절, 1차 서류를 광탈 시킨 곳이기 때문에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실 CJ에 썼는지 안 썼는지도 가물가물함) 칼을 가는 기분으로 자료도 역시나 밤새서 준비해 갔는데, 하필 내 앞 순서가… 콘텐츠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가 모를 수 없는 전설의 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님이셨다.

진심 머릿속에서 띠로리 BGM 울려 퍼짐


그 때 당시 느낀 기분은 여기에 써놨습니다. 쓰면서 맴을 응급처치 했기 때문에 다른 분들께도 구급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썼던 거 그대로 옮겨옴.

어쩐지 하늘이 흐리더라니


⑩ 평소에도 자주 강의를 신청해 듣던 헤이조이스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주제는 '클릭이 구매로 이어지는 상세페이지 작성법'으로, 회사에서 만나 뵙던 메이커님들이나 대기업의 임직원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 대상의 강의는 또 처음이었던지라 굉장히 신났던 기억. (조용히 관심 받는 거 좋아하는 타입)


현장 반응도 좋았고, 회사 동료 분이 지인 분의 후기를 직접 물어다 주셔서 하길 진짜X1000 잘했다는 생각 팡팡.

동료 분이 물어다 주신 후기. 요거 써주신 분… 커피 쏩니다… 연락 주십쇼.




답변 드립니다,

'프로님은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해요?'


회사에서도 일을 적게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 복도나 공간와디즈에서 동료 프로님들을 만나면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횡설수설 하느라 제대로 답변 못 드렸는데요. 제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동력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 마감이 있으니까 합니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르는 것처럼.

셋, 인생 개노잼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님은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해요?'에 답변 드립니다.

하나,
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패션포스트, 퍼블리 마감일과 강의 날짜가 비슷한 시기에 이어질 때는 10~12시간 정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 주 1회 정도는 밤새 마감을 치고 20분 쯤 눈을 붙였다가 다시 회사를 갑니다. 주말에는, 강의가 많아진 7월부터 지금까지, 일요일에 아침 7시 쯤 일어나서 오후 7시까지 쭉 일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는데요.

진심 이거 평일 새벽 4시 쯤 콜드브루 타 마시는 나랑 똑같음


딱히 안 쉰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점심 무렵까지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친구랑 놉니다.

토요일 점심에 본가로 돌아와서는 강아지(토이푸들, 13세)를 껴안고 낮잠을 2시간 정도 깊이 때려주고요.

토요일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멍 좀 때리다가 잠들기 2시간 전에 노트북을 켜고 일요일에 일할 준비를 합니다.

일요일에는 일하다 중간에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2년 전부터 배우고 있는 첼로를 잠깐 연습합니다.

그러다 저녁 먹고 다시 자취집으로 복귀. 월요일 시작이고 모든 과정을 반복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연습실 가서 연습했는디 (그립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낮잠 시간까지, 그리고 일요일 중간중간 강아지와 첼로와 함께 보내는 시간. 저는 이 정도면 '쉬었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하더라고요. 평일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뉴스레터를 읽는 3분과 퇴근길 야근 택시 안에서 머리를 비우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20분, 그리고 업무 중간중간 팀원 분과 나누는 대화면 (수다 아님. 업무 대화) 파트 리더로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며 힘이 납니다.


여기서부터 중요한데요. 제 휴식 루틴을 들으신 동료 프로님들의 반응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게 쉰 거예요?' 하고 기겁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사람마다 분명 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어떤 분은 절대 시간이 길어야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친구 분들을 만나야만 '주말에 놀았다!'고 생각하시죠.

또 어떤 분들은 평일에도 9 to 6로 8시간 정확하게 근무하고 저녁 시간을 써야만 인생의 균형이 맞춰졌다 느끼실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맞는 휴식의 밀도와 크기가 있는데 이걸 개무시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밤새고 '일하는 날이니까 일요일이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언제 충분히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적게 쉰다고 잘난 사람이 아니고 많이 쉰다고 못난 사람이 아니니까요. 쉼에는 효율성이니 가성비니 따위의 괴상한 기준을 들이대면 안 되는 친구입니다.

누가 뭐라 한다? 푸들 펀치 ㄱㄱ




둘,
마감이 있으니까 합니다.

산이 있으니까 오르는 것처럼 마감일이 다가오니까 합니다. 아니, 내가 언제까지 주겠다고 말한 게 있는데 그 날짜에 안 줄 수 없잖아요. 해야지 어떡해.

약간 이런 느낌




셋,
인생 개노잼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뭘 해도 재미가 없습니다. 직장을 다니면 3년 차, 6년 차, 9년 차에 노잼 시기가 온다더니 그냥 노잼도 아니고 개노잼이 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개노잼은 '하기 싫어! 다 때려쳐!'의 느낌이 아닙니다. 일을 할 때 특별히 '좋다/싫다'의 감정이나 '재미 있다/없다'의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건데요.

강의 자료 1~200장 씩 정말 열심히 만들지만 만드는 내내 이 표정임


일단 일을 돈, 재미, 경력에 도움이 되는가 따위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합니다. 마감날이 있으니까 그에 맞춰 한다는 두 번째 이유랑 거의 비슷한 맥락이에요.


그리고 인생이 개노잼이기 때문에 딱히 뭘 새롭게 해볼만한 게 없어서 '그냥 일이라도 하자(a.k.a.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경향도 있습니다.

여행? 가면 좋죠. 근데 그냥 뭐… 못 가서 죽을 것 같고 가면 죽을만큼 재밌고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챙겨서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직업이 콘텐츠 디렉터이다 보니 분기에 한 번씩은 일을 위해 가려는 편입니다. 내가 여행을 가봐야 관련 콘텐츠를 더 잘 쓸 수 있을테니까요.)

맛집 탐방? 있으면 행복하게 먹지만 없다고 또 내 인생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뺨친다면서 절망하는 타입은 아니라서요. 저는 소스 안 친 샐러드랑 아메리카노, 카레랑 피자만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 재미 없다고 해서 이걸 또 어떻게든 재미의 범위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12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데 - 요즘 뉴스를 보면 신이 괘씸한 인간에게 내린 저주가 수명 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 인생이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아, 요즘 분들은 개콘 모르시나?) 어떻게 120년 내내 재밌기만 하겠어요. 


그냥 하던대로 꾸준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안 재미 있어지더라도, 그 때 즈음에 여행이 갑자기 취미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 다음엔 맛집 탐방일 수도 있고….

그리고 한 새벽 4시 30분 쯤 되면 10초 정도 재밌을 때가 옵니다




도대체 글은 어떻게 짧게 쓰나요?

결론입니다.


결론 # 1. 그동안 일을 많이 벌였습니다. 앞으로도 벌일 수 있다면 계속 벌일 예정입니다.

그러니 전국의 공공기관, 기업의 인사팀 등등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결론 # 2. 인생이 개노잼인데 딱히 재밌는 걸 아직 못 찾아서, 찾을 때까지는 꾸준히 밤새 일할 예정입니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요.


이 글은 장기 프로젝트 2건의 마감을 하다가 도저히 글이 안 나와서 가벼운 마음에 쓰기 시작한 거였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또 몰랐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브런치 쓰니까 좋네요, 하고 싶은 말 필터링 없이 쫙쫙 할 수 있고.

(네? 필터링 좀 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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